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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인사이트]공수처, 고위공직자범죄 수사 우선권 사라질까..대대적 개혁 예상

이환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5.15 14:54

수정 2022.05.15 14:54

[파이낸셜뉴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이 11일 경기도 과천 공수처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뉴스1화상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이 11일 경기도 과천 공수처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뉴스1화상

고위공직자범죄에 대해 검찰, 경찰 등 다른 수사기관보다 우선권을 갖도로 규정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24조가 새 정부에서 폐지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의 인수위원회 시절 작성된 '국정과제 이행계획서'에 따르면 △공수처 정상화 등 부패대응 공백 방지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 △검찰 독립 예산편성 등이 추진될 전망이다.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 이행계획서 중 형사사법개혁 분야
주관부처 법무부 협조부처 행정안전부, 기획재정부, 대검찰청, 경찰청, 공수처
관련공약 국민을 위한, 국민의 법무 검찰, 국민이 안심하는 사회 실현
피해자들의 권리 구제를 위해 검경 책임수사제를 실시
공수처법의 독소조항을 폐지, 검찰과 경찰도 고위공직자 부패를 수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공수처를 정상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즉시 폐지
경찰수사권 부여 및 검찰 수사지휘권, 기소권 부여
실천과제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후권 폐지
검찰 독립 예산편성
국민 피해구제 검경 책임수사 시스템 정비
공수처 정성화 등 부패대응 공백 방지

■공수처법 24조 폐지 구체화될 듯
지난 4월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이행계획서'에 따르면 윤 정부는 공수처 정상화 등 부패대응 공백 방지를 위해 올해 중 국회 계류 중인 '공수처법' 개정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문서는 총 1170페이지 가량의 대외비 문서로 지난 4월 대통령 선거 운동 기간에 작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행계획서의 내용이 지난 5월 3일 발표된 110대 국정과제로 대부분 반영된 것을 보면 일부 수정을 거쳐 최종 채택이 된 것으로 보인다. 110대 국정과제 중 4번째 과제가 '형사사법 개혁을 통한 공정한 법집행'이다.

이행계획서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시절 언급했던 검찰, 경찰, 공수처 관련 발언과 공약들이 실천과제와 함께 명시돼 있다.

대표적 실천 과제로 '공수처법의 독소조항을 폐지, 검찰과 경찰도 고위공직자 부패를 수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공수처를 정상화시키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공수처법 24조는 공수처 수사와 중복되는 다른 수사기관이 수사 중인 사건을 가져올 수 있고, 타 기관이 고위공직자범죄 등을 인지한 경우 그 사실을 공수처에 즉시 통보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고위공직자 범죄에 대해 검찰, 경찰 등 다른 수사기관보다 우선권을 준 것이다.

하지만 공수처 출범후 수사력 부족 문제, 정치적 편향 수사 등이 지적되자 고위공직자범죄에 대한 우선권을 폐지하고, 검찰과 경찰 등이 상호 견제, 협력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이행계획서는 공수처법 제24조 폐지 등 관련 법령 제·개정을 통해 검찰·경찰·공수처가 함께 부패수사를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수사기관 상호 간의 견제와 균형, 공정한 경쟁과 협력을 통해 부패와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더불어 검찰, 경찰, 공수처 3자 협의를 통해 수사중복 등으로 인한 인권침해와 수사지연 등을 방지토록 하고 있다.

■장관 수사지휘권 폐지, 검찰 독립 예산권 추진도
형사사법 개혁 실천과제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시절 공약한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 △검찰 독립 예산편성 △국민 피해구제 검·경 책임수사 시스템 정비 △공수처 정상화 등 부패대응 공백 방지 등도 포함됐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 시행에 앞서 1년전 시행된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으로 고소·고발장 접수 거부, 수사기관 사이의 사건 떠넘기기로 인한 수사 지연 등의 풍선 효과가 나타났다. 6대 범죄 중 한시적으로 부패, 경제범죄는 검찰의 직접 수사가 가능하나 향후 경찰의 사건 증가로 이런 부작용이 더 커질 수 있을 전망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앞으로는 고소·고발장 등 민원접수 의무를 명시하고, 검찰과 경찰 각 수사단계에 따른 책임수사 시스템을 정비할 예정이다. 법무부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구체적 수사지휘권을 폐지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및 공정성 제고 방안도 추진한다. 검찰의 예산권도 법무부로부터 독립 편성하게 된다.

■검수완박 법과 일부 충돌할 소지도
국정과제 이행 계획서의 경우 이달 5월 3일 검수완박 법안의 국회 통과 이전에 작성된 만큼 검수완박법과 일부 충돌하는 내용도 있어 향후 조정이 필요할 전망이다.

예를 들어 이행 계획서에는 경찰 송치 이후 검찰 수사 단계에서는 보완수사요구 대신 검찰이 직접 보완 수사해 사건의 실체를 밝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검수완박법에 따라 앞으로 검찰은 직접 보완수사를 할 수 없고,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는 범위도 '동일성'이 있는 경우로 한정된다. 이행 계획서에는 검찰의 재수사를 적극 권장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경찰이 수사 종결 권한을 가지고 직접 사건을 종결함에 따라 검찰의 재수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4월 작성된 이행계획서는 물론 5월 3일 발표된 110대 국정과제의 경우도 실제 국정 운영 과정에서는 국민여론 등에 따라 수정될 여지도 있다. 일례로 4월 작성된 이행계획서 관련공약에는 '공수처 즉시 폐지' 등에 대한 내용이 있지만 실천 과제에는 빠져 있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현재도 부패, 경제 범죄의 경우 공수처는 물론 검찰, 경찰의 직접 수사도 가능하다"며 "향후 공수처는 운신의 폭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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