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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러 LNG선 계약취소... 최대 1조원 수주대금 떼일 위기

구자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5.18 18:08

수정 2022.05.18 18:08

對러 금융제재 피해 현실로
러 노바텍에 LNG선 3척 수주
건조대금 못받은 1척 계약 해지
대우조선, 러 LNG선 계약취소... 최대 1조원 수주대금 떼일 위기
대우조선해양이 러시아 선주사로부터 대금을 받지 못하면서 러시아에 대한 금융 제재로 인한 국내 조선사의 피해가 현실화됐다. 대러시아 제재가 장기화될 경우 피해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수주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3척 중 1척에 대해 유럽지역 선주가 선박 건조 대금을 기한 내 지급하지 않아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고 18일 공시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선주사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러시아 국영 에너지 기업 노바텍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바텍은 지난 2020년 10월 러시아의 대규모 LNG 개발 사업인 '아크틱(ARCTIC·북극) LNG-2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1조137억원 규모의 LNG 운반선 3척을 발주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이 선박들을 건조해 오는 2023년 말까지 선주에 인도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 중 1척에 대한 대금을 받지 못하면서 계약 해지 통보에 이르게 됐다. 해당 선박은 쇄빙 LNG 운반선으로 규모는 3379억원에 달한다. 쇄빙 LNG선은 우리나라가 기술력을 자랑하는 고가 선박으로, LNG를 싣고 바다의 두꺼운 얼음을 깨며 항해할 수 있다. 보통 선박건조는 크게 5단계를 거치는데 이 선박은 2단계 과정에서 대금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나머지 2척도 건조 시기가 달라 대금 지급 시기가 오지 않았을 뿐 비슷한 상황인 것으로 파악된다.

조선 업체들은 주로 헤비테일(선수금을 적게 받고 인도 대금을 많이 받는 형태의 계약) 방식으로 장기 건조계약을 맺기 때문에 대러시아 금융제재가 장기화하는 최악의 경우 나머지 대금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을 비롯 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은 2020년 말 이후 러시아 선주로부터 LNG 운반선 총 7척을 수주했다. 또 삼성중공업은 현지 즈베즈다 조선소와 장기 설비공급계약도 맺는 등 국내 조선업체와 러시아의 거래금액은 71억5000달러(약 9조1806억원)를 넘는다.
기업별로는 삼성중공업(50억달러), 대우조선해양(16억달러), 한국조선해양(5억5000만달러) 순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중공업은 이 같은 우려 속에서도 당초 계획대로 쇄빙 LNG 운반선 3척을 건조한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금 미납 상황이 벌어지면 선주사와 다시 얘기를 해보거나 현재 들어온 대금, 선박 건조에 투입된 비용 등을 따져보고 건조를 마친 뒤 필요한 다른 선주사에 판매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쇄빙 LNG 운반선은 특수한 용도인 만큼 가격도 높아 재판매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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