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강남시선

[강남시선] 사적이익공동체의 출범

김태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5.19 18:21

수정 2022.05.19 18:21

[강남시선] 사적이익공동체의 출범
과거는 미래의 조타수다. 미래는 조작할 수 있지만 지나간 과거는 그럴 수 없다. 과거의 흔적과 역사는 사회의 문패다. 사람에 대한 가장 중요한 판단기준은 과거에 어떤 사회적 성취를 이뤄냈느냐다. 성과가 없는 사람들은 세치 혀 놀리기에 바쁘다. 이뤄놓은 것이 없으니 미래를 조작하는 생존술에 강할 수밖에. 정치판에 횡행하는 거짓말과 말바꾸기는 그 사회가 어떤 사회인지를 웅변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다.


특히 공직자 인사는 더 철저해야 한다. 검증을 소홀히 하거나 대충 건너뛰는 사회는 함량 미달의 인물들이 지배하면서 공적인 자원을 낭비한다.

학벌과 부모찬스로 사회적 상징자본을 획득한 인물들의 특성은 대개 숟가락 얹기다. 공적인 영역에서 치열하게 싸운 경험과 성과가 부족하다.

윤석열 정부의 초대 내각은 이런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폐쇄성, 단일성, 순수성 등이 두드러진 반면 미래를 담보할 개방성, 다양성, 창의성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공직인 자리가 무엇인지에 대한 자기인식이 특히 부족하다. 칸트는 '자기인식'이야말로 공적인 지위에 대한 정확한 자각임을, 자신의 임무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는 이성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인간의 이성은 자연적 본능을 능가하며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사용하는 규칙과 의도를 확장시키는 능력"이라고 통찰했다. 그런데 최근 공직자 인사는 이성은 사라지고, 이해관계로 똘똘 뭉친 '사적이익공동체'의 강고한 동맹이 똬리를 틀고 있는 모양새다.

가장 중요한 공익을 위해 싸워서 얻은 결과가 무엇인지는 인사검증에서 아예 빠졌다. 역대 정부의 인사검증도 이와 비슷했다. 늘 반복되는 공직자 인사참사는 과거 성과, 직무에 대한 평가와 책임을 묻지 않아서다. 화려한 스펙을 발판으로 사적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공직자들만 번성하는 것도 그래서다.

과거에 뚜렷한 공익적 결과를 이뤄낸 것이 없는 자들은 양치기적 속성이 강하다. 힘들고 어려운 일에선 빠져나가고, 말재주로 순간을 넘기는 재주는 탁월하다. 대개 공직자들의 이런 특성은 사회시스템을 왜곡시킨다. 한국 사회가 전형적인 '지대추구형 사회'로 가속화하고 있는 것도 이런 연유다.

노동을 통해 얻는 소득보다 지대추구로 한방을 노리는 카지노 풍조라는 왜곡된 믿음체계가 보편성을 확보했다. 재개발·재건축에 대한 욕망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도 지대추구가 미래의 행복과 안전을 담보하는 데 있어 훨씬 유리하다는 직간접적 체험이 짙게 깔려 있어서다. 공익을 위한 싸움과 투쟁이 오히려 위선으로 보이고 잘난체하는 것 아니냐는 그릇된 질투가 싹튼다.

2030세대의 부동산 열풍은 이를 반영한다. 노동의 종말이다. 노동과 자본이라는 구도도 이제는 사라졌다.
인내를 요하는 '과정'은 사라지고, 욕망이라는 그릇된 '실재'가 주인으로 행세한다. 자본의 욕망과 논리로 정해진 궤도에 따라 움직이는 '로봇형 사회'로 변모 중이다.
미래는 이를 두려워하고 경계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ktitk@fnnews.com 김태경 정책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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