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곽인찬 칼럼] 기업이 희망이다

곽인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5.30 18:28

수정 2022.05.30 18:28

[곽인찬 칼럼] 기업이 희망이다
유튜브에 가면 지난주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신기업가정신 선포식에서 한 강의 동영상을 볼 수 있다. 최 회장은 대뜸 꼰대력 테스트를 해보라고 권한다. 그래서 두 군데를 골라 해봤다. 한 군데선 나더러 '꼰대 꿈나무'란다. 세상에, 이 나이에 '꿈나무'가 될 줄은 몰랐다. 또 다른 데선 나를 '조용한 암살자'로 분류한다.
최강 꼰대는 레벨 5인데, 조용한 암살자는 레벨 3에 속한다. 둘을 종합하면 나는 막강 꼰대는 아니지만 꼰대는 맞다.

최 회장은 왜 꼰대 이야기를 꺼냈을까. 꼰대는 공통점이 있다. 남 얘기를 듣지 않는다. 또 자기는 변하지 않고 남한테 변하라고 한다. 최 회장은 혹시 우리 기업이 꼰대병에 걸리지 않았는지 돌아보자고 말한다. 국민들은 기업이 변하길 바라는데 기업은 반기업 정서가 문제라고 뻗댄 건 아닌지 살펴보자는 거다. 그 결과물이 최 회장이 주도해서 내놓은 신(新)기업가정신이다.

5대 실천명제를 보면 '이해관계자에 대한 신뢰와 존중으로 윤리적 가치를 제고한다'는 내용이 있다.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는 주주 자본주의와 대비된다. 2020년 다보스포럼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화두로 제시했다. 주주만 보지 말고 고객, 종업원, 협력사, 지역사회까지 두루 살피자는 거다. 기업이 열심히 투자해서 돈 벌고 일자리 만들면 됐지 뭘 더 바라느냐고 반박한다면, 미안하지만, 당신은 꼰대다. 이제 기업은 돈을 버는 한편 협력사와 공생하고 글로벌 탄소중립에도 앞장서야 한다. 그래야 존경받을 자격이 있다.

다행스럽게도 한국 재계는 변화에 능동적인 인물로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최태원 SK 회장이 맏형 격이다. 삼성 이재용 부회장, 현대차 정의선, LG 구광모 회장은 예전 아버지, 할아버지 세대 총수들과 달라도 한참 다르다. 이들을 통틀어 신총수 클럽이라 부를 수 있겠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얼마 전 유창한 영어로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삼성전자 평택 공장을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소개하는 자리에서다. 발음이 원어민급이다. 현대차 정의선 회장은 바이든 대통령을 일대일로 만나 역시 매끄러운 영어 실력을 과시했다. 총수가 영어를 잘하는 게 대수는 아니다. 하지만 못하는 것보다는 백번 낫다. 귀를 열고, 세상과 소통하는 범위를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만난 금융계 고위인사는 "정치가 저 모양인데도 한국이 여기까지 온 것은 국민들이 현명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덧붙이자면 기업도 한몫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 스케줄을 보라. 2박3일 일정은 삼성전자에서 시작해 현대차로 끝났다. 바이든은 이들이 밝힌 대형 투자에 "고맙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정의선 회장에겐 "우리는 당신을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한국은 세계 최강 미국과 기술동맹을 맺는 수준으로 올라섰다. 뿌듯하다. 그 뒤엔 우리 기업이 흘린 땀과 피가 있다. 여기에 이해관계자를 배려하는 공정과 상생의 정신까지 더하면 금상첨화다. 한국 정치는 레벨 5 최강 꼰대다. 제 말만 하고 상대편 말엔 귀를 닫는다.
그래도 국민과 기업이 정신 바싹 차리면 된다. 신기업가정신이 한국 자본주의 2.0 시대를 여는 길잡이가 되길 바란다.
기업이 희망이다.

paulk@fnnews.com 곽인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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