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잘한 게 있어야 찍지, 잘하라고 표 주나"…'뿔난' 유권자들 "투표 안해"

뉴스1

입력 2022.06.01 17:37

수정 2022.06.01 17:37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인 1일 서울 도봉구 르노삼성자동차 도봉사업소에 마련된 도봉2동 제5투표소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2.6.1/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인 1일 서울 도봉구 르노삼성자동차 도봉사업소에 마련된 도봉2동 제5투표소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2.6.1/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인 1일 서울 노원구 노일초등학교에 마련된 상계1동 제6투표소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2.6.1/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인 1일 서울 노원구 노일초등학교에 마련된 상계1동 제6투표소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2.6.1/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구진욱 기자 = "잘한 것이 있어야 표를 주는데 잘하라고 표를 주는 것은 못 하겠다"

"누구 찍어요? 1번도, 2번도 다 싫습니다. 투표권 생기고 처음으로 기권합니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인 1일 투표소를 찾는 이들도 많지만 반대로 투표권 행사를 포기하는 유권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서울 시내 곳곳에 마련된 투표소마다 대기줄은 찾아보기 어려웠고 되레 한산한 분위기가 역력했다. 투표권 행사를 포기한 이들은 지방선거에 관한 관심이 크게 없었고 정치권과 후보자에 대한 기대 역시 낮아 보였다.

유권자들의 투표권 행사 포기는 투표율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이날 오후 5시 기준 투표율은 47.6%로 지난 2018년 지방선거보다 8.5% 포인트(p)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정치에 대한 불신이 낮은 투표율로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 "무효표도 귀찮아서 투표 안해, 기권하기로"

특정 정당 권리당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네티즌은 "투표를 안 했다"며 "잘한 것이 있어야 표를 주는데 잘하라고 표를 주는 것은 못 하겠다"고 비판했다.

한 네티즌은 "선거에 관심은 많지만 공약도 안 지키고 약속도 자기네들 편할 대로 뒤집어서 믿고 찍을 후보가 없다"고 지적했고 또 다른 네티즌도 "투표용지가 무려 7장"이라며 "깜깜이 선거에 지방자치에 대한 회의감마저 든다"고 전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대학생 김모씨(23)는 "범죄 전과 기록이 있는 후보자를 보고 이 사람을 뽑아야 하나 싶더라"라며 "무효표라도 행사할까 했지만 귀찮아서 아예 투표를 안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학생 김모씨(25·여)는 "우리 구에 누가 출마했는지도 모른다"며 "취업 준비가 더 급하기에 투표도 안 했다"고 전했다.

종로구에 사는 직장인 강모씨(30·여)는 "투표할 의지가 없다"며 "1번도 2번도 다 싫다"고 말했다. 40대 직장인 박모씨 역시 "대선에선 투표를 했지만 지방선거에 대한 관심은 없고 누구를 뽑아야 할지도 몰라서 투표를 안 했다"고 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투표할 생각이 없다는 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한 네티즌은 "지난 선거 때는 몸이 아파도 투표하러 갔는데 이제는 안 한다"고 썼다. 또 다른 네티즌은 "민주당? 국민의힘? 기권하기로 했다"며 정치권에 대한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 대기줄 찾기 힘든 투표소…"정말 투표하는 사람 없다"

유권자들의 투표에 대한 저조한 관심은 투표소 현장에서도 쉽게 체감할 수 있었다. 지난 대선 당시 투표소마다 형성됐던 대기줄은 찾아보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이날 오후 서울 명동에 마련된 한 투표소 앞에서 30분 동안 지켜본 결과 투표를 한 유권자는 6~7명에 불과했다. 한 선거사무원은 "사전투표일에는 사람들이 좀 있었는데 오늘은 조용하다"고 전했다.

서울시 마포구 대흥동의 투표소 역시 한가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선거 사무원은 "지난 대선 때와 비교해선 현저하게 줄었다"며 "드문드문 오기는 하는데 정말 투표하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중학교에 마련된 투표소는 투표하러 온 유권자들이 계속 있었지만 이들은 별다른 기다림 없이 쉽게 투표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투표소를 관리하는 사무원은 "대선 때는 교실 밖까지 줄이 섰는데 오늘은 (지금까지) 많으면 10명이 기다리는 정도였다"며 "확실히 투표 열기가 뜨겁지 않은 느낌"이라고 전했다.

◇ SNS에선 투표 독려 목소리…"투표권 당당하게 행사해야"

이처럼 투표율이 저조하자 SNS 등에선 투표를 독려하는 목소리가 상당하다.
SNS와 주요 커뮤니티에는 투표를 독려하고 특정 정당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하는 사진과 글이 잇따르고 있다.

"가족들과 투표하러 가주세요" "투표라는 시민의 권리를 당당하게 행사해야 합니다"라는 글부터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글도 봇물을 이뤘다.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는 네티즌은 민주당을 상징하는 파란색 옷을 입고 인증샷을 남기기도 했고 국민의힘 지지자로 추정되는 네티즌은 역시 당색인 빨간색 지갑을 들고 사진을 찍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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