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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後스토리]TV 드라마도 넷플릭스로 보는 시대에 'N스크린' 시청 조사?

뉴스1

입력 2022.06.02 06:55

수정 2022.06.02 06:57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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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後(후)스토리'는 이슈가 발생한 '이후'를 조명합니다. 쏟아지는 뉴스 속에 묻혀버린 '의미'를 다룹니다. 놓쳐버린 뉴스 이면의 '가치'를 되짚어봅니다.

(서울=뉴스1) 이기범 기자 = 새로운 현상을 가르키는 단어는 그 현상이 '일상'이 될 때 의미가 퇴색된다. 'N스크린'도 그중 하나다.

N스크린은 2010년대 스마트폰이 확산되면서 새로운 미디어 시청 행태를 일컫는 용어였다.
TV 중심의 미디어 시청 환경이 PC를 비롯해 태블릿PC, 스마트폰 등 다양한 기기에서 끊임없이 이어지는 현상을 두고 N스크린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지금은 당연한 일들이 당시엔 생경한 경험으로 받아들여진 셈이다. 하지만 N스크린은 요즘 미디어 업계에서 더이상 찾아보기 힘든 단어가 됐다.

이런 N스크린이라는 단어가 방송통신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의 2021년 N스크린 시청 행태 조사' 보도자료에 등장했다.

N스크린 시청 행태 조사는 TV를 통한 실시간 방송 프로그램 시청 외에 스마트폰과 PC, VOD 등으로 시청 환경이 다변화됨에 따라 다양한 시청 행태를 포괄하는 통합시청점유율 도입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2017년부터 시행돼 왔다. N스크린 환경에 맞는 통합시청률 조사가 필요하다는 당시의 문제의식에 따라 마련된 조사다. 세상은 'TV 브라운관 너머'로 변하고 있는데 시청률은 TV에만 매몰돼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방통위에 따르면 스마트폰 약 3000명, PC 약 1000명을 조사패널로 두는 대규모 조사로, 여기에 약 9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문제는 그 사이 세상은 또 바뀌어 N스크린이 현재의 미디어 시청 환경에 맞지 않는 개념이라는 점이다. N스크린의 시대는 저물고, 온라인동영성서비스(OTT)의 시대가 개막했다. TV 드라마도 넷플릭스로 보는 시대에 여전히 TV 중심의 N스크린 개념은 현재 OTT 환경의 미디어 시청 행태를 담지 못한다.

방통위는 N스크린 시청 행태 조사 결과를 담은 보도자료를 통해 전년 대비 스마트폰과 PC를 통한 방송 프로그램 시청 시간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가 촉발된 2020년, 스마트폰과 PC를 통한 방송 시청 시간이 폭증했고 지난해부터는 위드코로나 정책 영향으로 이용량이 감소했다는 분석도 내놨다.

이는 OTT 이용이 늘어난 것과 배치되는 결과다. 방통위는 지난 1월 '2021 방송매체 이용 행태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지난해 OTT 이용률이 69.5%로 전년 대비 3.2%포인트(p) 늘었다고 밝혔다.

미디어 판은 OTT로 바뀌었는데 정부는 TV 방송 프로그램을 TV 이외에 스마트폰, PC로 얼마나 보는지를 조사하고 있으니 새로운 미디어 이용 현상을 제대로 담아낼 리 만무하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방통위 관계자는 "N스크린 시청 행태 조사는 TV 외 다양한 미디어 시청 추세를 보고자 하는 목적으로 마련됐다"면서도 "최근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는 OTT를 독립된 플랫폼으로 조사하는 게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현실을 반영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으며,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고 밝혔다.

방통위가 N스크린 조사를 시작한 2017년은 'OTT 골리앗' 넷플릭스가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2016년보다도 1년 뒤다.
OTT라는 거대한 물결이 이미 글로벌을 휩쓴데다 한국에서도 등장했지만 TV에만 매몰된 조사를 애초에 마련한 격이다.

한 미디어 업계 관계자는 "방송이라는 개념을 TV에 가두는 현재 방송법 체계에 한계가 있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시작한 게 N스크린 시청 조사라면 지금은 OTT로 미디어 시장 환경이 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재 OTT의 법적 지위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아 이에 대한 조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 N스크린 조사로 기반을 마련한 만큼 제도적 틀을 갖춰 OTT 중심으로 조사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이어 "현재 미디어 환경에 맞춰 정부의 결심과 업계 합의를 통해 OTT에 대한 데이터 확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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