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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100%의 수사와 100%의 로맨스 보게 될 겁니다"

기사내용 요약
박찬욱 새 영화 '헤어질 결심' 제작보고회
올해 칸영화제 감독상 받아 전 세계 주목
스웨덴 추리 소설과 정훈희 '안개' 모티브
"수사와 로맨스가 똑같이 이뤄지는 모습"
"탕웨이 한국어 대사 중요…영화의 핵심"
박찬욱 변화 "미묘한 감정 보여주려 했다"

(출처=뉴시스/NEW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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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고등학생 때 읽었던 '마르틴 베크'라는 형사가 등장하는 추리 소설이 있어요. 그는 상대를 배려할 줄 알고 속이 깊은 형사죠. 그런 형사가 나오는 영화를 해보고 싶었어요. 그리고 가수 정훈희가 부른 '안개'라는 노래를 넣은 영화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이 두 가지는 따로 생각한 건데 결국 하나가 됐어요. 그렇게 '헤어질 결심'이 나온 겁니다."

박찬욱 감독은 이달 말 개봉을 앞둔 새 영화 '헤어질 결심'의 출발을 이렇게 설명했다. 스웨덴 작가가 쓴 소설과 한국 가요가 어떻게 결합돼 하나의 영화가 된 걸까. 박 감독은 지난달 열린 칸국제영화제에서 이 영화로 감독상을 받았다. 국내 영화 팬의 관심이 집중된 상황에서 2일 '헤어질 결심'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박 감독은 이 자리에 배우 탕웨이·박해일과 함께 참석해 이 영화에 관한 얘기를 약 70분 간 풀어냈다.

◆100%의 수사, 100%의 로맨스
(출처=뉴시스/NEW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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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질 결심'은 형사 '해준'이 산에서 한 남성이 변사체로 발견된 사건을 수사하면서 시작된다. 유력 용의자는 이 남성의 아내 '서래'. 해준은 서래를 의심하고 수사하는 과정에서 이 여자에게 조금씩 빠져들게 된다. 말하자면 수사와 멜로가 결합된 작품. 칸에서 공개됐을 때도 해외 언론은 이 작품을 '로맨틱 스릴러'로 규정했다.

박 감독은 '헤어질 결심'이 "100%의 수사 드라마와 100%의 로맨스 드라마"라고 했다. 박 감독은 한 외신 기자가 자신에게 '이 영화는 50%의 수사 드라마와 50%의 로맨스 드라마로 이뤄진 영화로 보면 되냐'고 물었을 때 이렇게 답했다고 했다.

그는 "말장난이 아니라 그 두 가지를 분리할 수 없어서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박 감독은 형사가 용의자 주변을 탐문해 정보를 얻고, 각종 자료를 조사하고, 만나서 심문하고, 미행하고, 잠복해서 관찰하고, 기다리고 하는 그 과정이 연애 과정과 일치한다고 했다. 박 감독은 "심문이라는 게 긴 대화 과정인데, 여기서 보통의 연인들이 할 법한 모든 일이 벌어진다. 유혹하고 밀당하고. 그게 (이 영화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탕웨이와 박해일
(출처=뉴시스/NEW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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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해준은 배우 박해일이, 용의자 서래는 탕웨이가 연기했다. 박 감독은 배우를 미리 생각해놓고 시나리오를 쓰는 경우는 없었는데, 이번만큼은 해준 역에 박해일의 이미지를 떠올렸고, 서래는 아예 탕웨이 캐스팅을 고려해 중국인으로 설정했다고 했다.

탕웨이는 박 감독의 전작을 좋아한데다가 이번 작품에 대해 설명해주는 박 감독과 정서경 각본가의 따뜻한 눈빛에 이끌려 '헤어질 결심'의 이야기에 완전히 빠져들었다고 했다. 그는 "박 감독님은 배우들을 안심시켜주는 감독"이라며 "내가 해야 될 일만 할 수 있게 해줬다. 감독님을 만난 건 행운"이라고 말했다.

박해일은 박 감독에게 이번 작품을 제안받기 전부터 박 감독과의 작업을 궁금해했는데, 마침 좋은 제안을 받고 함께하게 됐다고 했다. "감독님이 이전에 해온 작업과 결이 다르고 변화된 부분이 보였다. 담백한 톤도 느꼈졌다"며 "그렇다면 내가 좀 더 뛰어들어갈 수 있는, 도전할 수 있는 부분이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전작들에서 여성 캐릭터를 잘 살리는 연출로 호평받았다. '올드보이'(2003) '친절한 금자씨'(2005) '박쥐'(2009) '아가씨'(2016) 등에서 모두 그랬다. 이번 작품이 결국 서래라는 인물의 이야기인만큼 탕웨이가 연기한 이 캐릭터가 어떤 매력을 보여줄지에 관심이 모인다.

박 감독은 서래를 "내 이전 영화 여성 주인공 못지 않은 인물"이라고 했다. "한국 사회에서 외국인으로 사는 게 쉽지 않음에도 누구보다 당당하게 소신껏 살아가는 인물"이라며 "서래는 자기 원칙대로, 자기 욕망대로 산다. 본받을 만한 사람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존중할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탕웨이의 한국어 대사가 중요하다"
(출처=뉴시스/NEW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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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감독은 '헤어질 결심'에서 주목해서 봐야 할 부분으로 서래의 한국어 대사를 꼽았다. 서래의 한국어 능력이 이 영화가 만들어내는 미묘한 분위기와 맞닿아 있다는 얘기였다. 중국인인 서래는 매우 정확한 한국어를 구사하는데도 억양과 발음이 한국인과는 다르다는 이유로 타자화 된다는 것이다.

박 감독은 "서래는 문자 메시지를 보낼 때 맞춤법과 띄어쓰기가 완벽하다. 한국어를 매우 잘 배운 것이다. 다만 말을 하게 되면 한국인 귀에는 그의 말이 낯설게 들린다. 이를 통해 우리와 타자의 관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보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짚었다.

박 감독은 탕웨이의 한국어 대사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이번 영화엔 한국인만 이해할 수 있는 점들이 많다고 했다. 이 부분이 해외에서 수상보다 한국 개봉을 더 기다리고 긴장하고 있는 이유라고 했다. 그는 "칸에서 세 번째 상을 받았다는 것보다는 한국 관객이 어떻게 봐줄지가 제일 중요한 문제"라며 "개봉 후 나올 반응이 정말 궁금하고 긴장된다"고 말했다.

◆박찬욱의 변화
(출처=뉴시스/NEW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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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질 결심'은 칸에서 박 감독의 변화된 연출 스타일로 주목받기도 했다. 이전까지 박 감독 작품이 적나라하고 자극적인 묘사를 보여줬다면, 이번 영화는 이런 표현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감독의 전작들이 대부분 미성년자 관람불가 등급이었다면, 이번 작품은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았다. 해준과 서래의 로맨스 역시 최대한 미묘하게 보여주는 게 박 감독의 의도였다.

그는 "전작이 관객에게 들이대는 영화였다면, 이번 영화는 관객이 들여다보고 싶은 영화이기를 바랐다"며 "미묘하고 섬세한 영화이다보니 다른 자극적인 요소는 가능한 낮췄다(자제했다)"고 했다.
박 감독이 변화된 연출에 관해 설명하자 탕웨이가 직접 마이크를 들고 '왜 변했냐'고 묻기도 했다. 그러자 박 감독은 "자기 생각을 숨기거나 아니면 반대로 표현하거나 아주 돌려서 말하거나 또는 중의적인 표현으로 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이런 형식이 맞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헤어질 결심'은 오는 29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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