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동일한 업무 하는데 임금 왜 깎나"... 줄소송 벼르는 노조 [임금피크제 ‘대법 제동’ 일파만파]

이정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6.02 18:25

수정 2022.06.02 21:23

KB노조, 조만간 소송인단 모집
불이익 정도가 재판결과 좌우
퇴직금 등 조치한 산은은 승소
KT·IBK 소송 결과에 관심 쏠려
"동일한 업무 하는데 임금 왜 깎나"... 줄소송 벼르는 노조 [임금피크제 ‘대법 제동’ 일파만파]

"임피제가 적용됐는데도 업무량도 줄여주지 않고 단순업무를 맡지 않아 사측이 노사합의를 깼다고 본다." -KB국민은행 노조
"임금이 깎였는데도 업무량이나 업무 강도는 줄지 않았다." -KT 전.현직 직원)

류제강 KB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은 지난달 26일 대법원 판결 이후 직원들과 간담회를 가진 후 사측을 상대로 임금피크제(임피제) 소송을 준비 중이다. 쟁점도 대법원 판결과 유사한 사례로 특정했다. 오는 16일 1심 선고를 앞둔 KT노조와 사측 간 소송도 쟁점은 비슷하다. 임금이 삭감된 만큼 업무량이 줄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KB국민은행 노조, 소송 준비 중

KB국민은행 노조가 임피제 무효소송 준비에 나서는 등 대법원 판결 파장이 업계 전체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법원이 합리적 이유 없이 나이만으로 임금을 깎는 임피제에 제동을 걸면서, 2004년 일괄적으로 임피제를 도입한 금융권에서 관련 소송이 줄을 이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일 업계에 따르면 KB국민은행 노조는 대법 판결 이후 즉각 임피제 무효소송 준비에 돌입했다. 노조 측은 "임피제 적용 이전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는데도 임금을 깎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앞서 KB국민은행과 노조는 2016년 만 56세부터 정년인 만 60세까지 4년간 임피제 적용에 따라 기존 임금을 순차적으로 깎되, 단순업무를 부여하거나 업무량 경감을 전제로 하는 내용의 임피제 도입에 합의했다. 여기까지는 대법원이 내놓은 가이드라인에도 일부 부합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노측 입장은 다르다. 일부 영업점 직원이 임피제 도입 이전과 사실상 같은 업무를 하고 있다는 것이 노조 측 주장이다. 일부 노조원들로부터 소송 진행 의사를 확인한 노조는 조만간 소송인단 공개모집에 나설 방침이다.

■1심 KT 직원 1300여명 소송 분수령

대법원이 가이드라인에 준하는 판결을 내놓으면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사건은 개별 하급심(1·2심)이다. KT와 IBK기업은행 전·현직 직원들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피제 소송은 현재 1심이 진행 중이다. 특히 오는 16일 1심 판결이 나오는 KT 임피제 소송이 대법원 가이드라인의 영향을 받는 핵심 사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KT 전·현직 직원 1300여명은 "임피제 도입으로 임금이 삭감됐지만 업무량이나 업무 강도가 줄지 않았다"며 소송을 냈다. 지난해 기업은행 전·현직 직원 466명이 낸 임피제 도입 무효소송도 사정은 비슷하다. 소송에 참여한 전·현직 직원들은 IBK기업은행이 정년연장 없이 임피제를 도입해 임금만 삭감됐고, 임피제로 보전된 인건비가 고용창출로도 이어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이들이 낸 소송은 오는 7월 14일 서울중앙지법에서 3차 변론기일이 예정돼 있다.

대법원이 가이드라인을 냈지만 임피제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았다.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나 임금 삭감에 대한 보전조치가 도입됐는지, 또 이런 조치가 적정했는지를 모두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어서 향후 나올 임피제 소송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1·2급 직원들이 공사를 상대로 낸 임피제 소송은 사측이 1심에서 승소했다. '불이익 보전 조치' 여부가 판단 근거가 됐다. 1심 재판부는 "'정년보장형 임피제'의 경우 다른 유형들에 비해 임금 감축 등 근로조건의 불이익 정도가 큰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임피제 대상자의 경우 별도 직무를 부여하도록 했고, 임피제 적용 직원의 임금이 축소되는 만큼 근로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두는 등 임금 삭감에 따른 불이익을 근로시간 면에서 상쇄할 기회를 제공했다"며 공사 측 손을 들어줬다. 원고 측 항소로 현재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KDB산업은행 전·현직 직원들이 낸 임피제 소송을 심리한 1심 재판부 역시 같은 판단을 내놨다. 재판부는 "산업은행은 임피제를 도입하면서 임금 감액에 따른 불이익을 완화하기 위해 퇴직금을 이 사건 임피제가 적용되기 전 산정할 수 있게 규정했고, 복지·후생은 임피제 적용 직전 직급을 기준으로 일반직원과 동일하게 적용한다는 규정을 두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며 KDB산업은행 측 손을 들어줬다.


이광선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는 "예전에는 임피제 도입 절차가 중요했다면, 이제는 절차뿐 아니라 급여 삭감이 나이 이외에 다른 이유가 있는지를 보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clean@fnnews.com 이정화 배한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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