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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진난만' 노은님, '마리타가 만든 정원' 색면 추상

뉴시스

입력 2022.06.03 05:02

수정 2022.06.03 09:14

기사내용 요약
가나아트보광서 26일까지

[서울=뉴시스]빨간 구름, 1987, Mixed media on paper, 71.5 x 101.5 cm
[서울=뉴시스]빨간 구름, 1987, Mixed media on paper, 71.5 x 101.5 cm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천진난만한 그림 작가 노은님의 개인전이 열린다.

'마리타가 만든 정원(Marita’s Garten)' 주제로 서울 용산구 보광로 가나아트 보광에서 2일 개막했다. 파독 간호사에서 화가로 변신한 후 한국 작가로는 최초로 20여년간 국립 함부르크 조형예술대학의 정교수를 지낸 독보적인 이력을 지녔다. 독일에서 거장 화가로 유명하다. 2019년 11월 비독일 출생의 작가로서는 유일하게 독일 미헬슈타트의 시립미술관에 그를 기리는 영구 전시관이 개관했다.

단순하지만 원초적인 자연의 힘으로 가득한 작업을 일생에 걸쳐 지속해 온 '생명의 화가'로 불린다.
피고 지고, 다시 피어나는 자연의 순환은 작가에게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또다른 질문을 이어 나가게끔 하는 영감의 원천이다.

한지에 그린 아크릴화, 설치미술, 퍼포먼스, 테라코타 조각, 교회 스테인드글라스에 이르기까지 매체와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다양한 장르의 작업을 선보여 왔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1980년~1990년대에 작업한 색면 추상 회화를 엄선했다. 검은 선이 강렬한 작업과 달리 풍요로운 색의 향연을 만나볼수 있는 작품이다. 특히 1980년대에서 1990년대의 색면추상 회화에는 작가의 4원소론에 대한 관심과 색의 사용에 대한 고민의 흔적을 여실히 찾아볼 수 있다.

[서울=뉴시스]노은님 전시 전경.
[서울=뉴시스]노은님 전시 전경.


자연에 살고 있는 다양한 생명체를 자유로운 선으로 그려낸 그의 구상 회화와는 달리, 추상 회화는 눈 또는 발과 같이 생명체의 존재에 대한 파편적인 단서들만이 드러난다는 점과 폭발적인 원색의 사용이 특징이다.

총천연 색을 담고 있는 자연과도 같이 그는 화면 위에 다채로운 색을 풀어내면서도 그것들이 충돌하지 않고 조화되도록 하는 절묘한 색에 대한 감각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 제목인 '마리타가 만든 정원'은 그가 현재 살고 있는 미헬슈타트의 고성을 알게 된 계기이자 그가 미헬슈타트에 거주한 뒤 제작한 작품으로 구성된 1999년 개인전의 제목이기도 하다.

우연한 기회에 함께 그룹전에 참가했던 작가인 한스 시버딩(Hans Sieverding, 1937~2019)의 부인인 마리타가 여는 가든 파티에 초대를 받았던 노은님은 그녀가 꾸며놓은 아름다운 정원과 미헬슈타트의 자연에 반하여 그곳에 정착하기를 결심했다고 한다.

[서울=뉴시스]노은님 개인전 전시 전경.
[서울=뉴시스]노은님 개인전 전시 전경.


추운 북독 지역의 함부르크 작업실을 떠나 따뜻하고 온화한 기후의 남독 지역의 미헬슈타트 작업실로 옮겨온 이후, 그의 작업은 말 그대로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한 찬미와 그곳에서의 생에 대한 기쁨으로 넘쳐난다.

특히 눈부신 남독의 햇살은 그로 하여금 다채로운 자연의 색을 더욱 자유롭게 사용하는 데 영향을 주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개인전은 이처럼 그의 작업에 큰 전환기를 맞이하는 계기가 된 미헬슈타트로의 이주를 전후로 한 시기의 작품 세계를 조망한다. 전시는 26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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