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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례·파격·전격' 치안정감 물갈이 메시지 선명…"전 정권 출신 청장 노"

경찰청 © 뉴스1 황덕현 기자
경찰청 © 뉴스1 황덕현 기자

(서울=뉴스1) 이승환 기자 = "이례적, 파격적, 전격적 인사지만 메시지는 선명하다"

경찰청장 후보군 7명 가운데 6명을 물갈이한 고위직 인사를 놓고 경찰 안팎에선 이같은 평가가 나온다.

일단 새 청장 취임 후 해왔던 치안정감 인사의 전례를 뒤집은 것이어서 이례적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동시에 '전 정권 출신 청장 후보군을 사실상 전원 교체했다'는 선명한 메시지도 이번 인사에 담았다는 분석이다.

이른바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박탈)으로 권한이 확대된 경찰 조직을 향해 '윤석열 정부 체제'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셈이다.

◇"인사 발표 당일에도 언질 없어"

3일 경찰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통상 고위직 인사는 신임 청장의 추천을 반영해 바로 아래 계급인 치안정감, 경찰 서열 3위 계급인 치안감 순으로 진행된다. 청장 교체기엔 새 청장 취임 후 탑-다운(위에서 아래) 방식으로 인사가 단행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실제로 2020년 8월 치안정감 4명의 승진인사도 김창룡 현 청장이 취임한 지 10여일 뒤 이뤄졌다. 김 청장의 임기는 오는 7월23일까지다. 경찰 내부는 물론 외부에서도 김 청장 임기 막바지에 치안정감 인사가 단행될지 예상한 이는 드물었다.

경찰 서열 1위 경찰청장(치안총감)은 치안정감 7명 가운데 1명이 승진해 맡는 보직이다. 경찰은 윤석열 정부 출범 14일 만인 지난달 24일 치안정감 5명을 교체하는 전격 인사를 단행했다. 이후 9일 뒤인 2일 오전엔 치안정감 1명의 승진인사를 추가로 발표했다.

경찰청 차장과 국가수사본부장, 서울·인천·경기남부·부산경찰청장, 경찰대학장 등 치안정감 7명 가운데 임기가 보장된 보직은 국가수사본부장뿐이다. 남구준 현 국수본부장의 임기가 내년 2월까지인 점을 고려하면 정부는 가능한 범위에서 경찰청장 후보군을 모두 교체한 셈이다.

특히 이번에 치안정감으로 승진한 6명 가운데 1명이 이달 내정이 예상되는 신임 청장으로 '직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평가기준과 원칙, 일정을 예측할 새 없이 갑작스럽게 이뤄져 조직 구성원의 혼란과 동요가 우려된다"며 "무엇보다 이번 인사를 주도한 '주체'를 알 길이 없는데 향후 청장 중심으로 조직체계가 구성될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경찰 길들이기'?…조직 장악력 우려도

지난달 24일 김광호 울산경찰청장(58·행시 특채)과 박지영 전남경찰청장(59·간부후보 41기), 송정애 경찰청 경무인사기획관(59·순경 공채), 우철문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조정관(53·경찰대 7기), 윤희근 경찰청 경비국장(54·경찰대 7)이 치안정감 승진자로 내정됐다. 9일 뒤인 2일엔 이영상 경북경찰청장(57·간부후보 40기)이 치안정감으로 승진했다.

애초 청장직을 놓고 '김광호·우철문·윤희근'의 삼파전이 예상됐으나 이영상 청장의 추가 승진으로 청장 인선이 안갯속에 빠졌다는 분석이 많다. 윤석열 정부 첫 경찰청장 경쟁이 사실상 원점에서 다시 시작된 셈이다.

다만 어떤 인물이 청장이 되더라도, 조직 장악력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청장의 그립(장악력)은 인사권에서 나오는데, 정부가 새 청장 취임 이전에 수뇌부를 물갈이했기 때문이다. 경찰 수뇌부들이 청장보다 '정권'을 더 신경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지난해 수사권 조정에 이어 올해 검수완박으로 경찰권한이 유례없이 커진 상황에서 정부가 경찰 조직 길들이기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경찰 독립성과 중립성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 이번 치안정감 인사를 둘러싼 비판도 커지고 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이 윤 대통령의 재가로 장관에 취임한 후 '경찰통제' 주도권을 쥔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의 고교·대학 후배인 이상민 장관의 지시로 구성된 경찰 제도개선 자문위원회'(자문위)가 현재 경찰 통제 관련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문위는 제도 개선 방안의 하나로 행안부 내 경찰국 부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국이 출범할 경우 경찰 지휘감독권을 행사해 경찰행정 총괄기구인 경찰청 '위'에 자리잡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청장, '정권에 바른말 할 수 있나'

경찰 안팎에서는 치안정감 인사로 '윤석열 정부 체제'에 속도가 붙었는데 경찰국까지 부활하면 경찰 수사의 독립성이 위협받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이번 인사에는 전 정권 사람으로 분류되는 기존 치안정감들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평가가 반영된 것 같다"며 "다만 일종의 변칙인사로 판단되기 때문에 13만명 규모의 경찰조직이 현 정부 기조인 '공정과 상식'을 실감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경찰은 인사에 민감한 조직이라 그동안 친 정부적 정책과 치안 대응을 해왔다"며 "경찰청장이라도 정권에 바른말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번 물갈이 인사의 영향으로 청장에게 그런 역할을 기대하기 힘들어졌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