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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 꺾였는데, 전세대출만 나홀로 2.8조 '쑥'…"앞으로 더 늘어날듯"

뉴스1

입력 2022.06.03 06:15

수정 2022.06.03 09:24

서울 한 은행의 대출창구 모습.©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 한 은행의 대출창구 모습.©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국종환 기자 = 올해 들어 주요 시중은행 가계대출이 5개월 연속 감소해 총 8조원가량 줄어든 가운데, 전세대출만 3조원 가까이 늘어나 홀로 증가세를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임대차3법 이후 전셋값이 워낙 많이 오른 데다, 전세대출은 상대적으로 규제 영향이 적어 대출이 늘었다는 분석이다.

특히 오는 7월엔 임대차3법 시행 2년 차로 계약갱신청구권 만료 시점이 도래하면서, 전셋값이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돼 전세대출 증가세는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3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5월 말 기준 전세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보다 2조7613억원 늘어난 132조4582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세대출은 전월 대비론 5851억원 늘면서 2월 이후 4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일반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의 감소세와는 대비된다.
은행들은 보통 집을 살 때 이용하는 일반주담대와 전세대출을 합쳐 주담대 잔액을 집계한다.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주담대 잔액은 506조6723억원으로 전월보다 5245억원 감소했다. 전세대출 증가분을 고려하면 일반주담대는 1조1100억원가량 줄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같은 기간 신용대출은 6613억원 감소했다. 지난해 12월부터 6개월째 줄었다. 총감소액은 7조7579억원에 달한다.

이러한 영향으로 5대 은행의 주담대와 신용대출을 모두 포함한 가계대출은 올해 들어 총 7조9914억원 감소했다. 감소세는 5개월 연속 지속되고 있다. 올해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대출규제가 대폭 강화된 데다, 금리인상,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 등으로 부동산·주식 등의 투자 열기가 꺾이면서 가계대출 수요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전세대출이 나 홀로 증가세를 이어간 것은 전셋값 상승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정부 산하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 문재인 정부 5년간 전국 평균 전셋값은 무려 53.28%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20년 7월 임대차3법 시행 이후 불과 1년9개월 만에 29.29%가 올랐다. 과거 2년 주기의 임대차계약이 4년(2+2) 주기로 변하고, 5% 가격상한제 등에 묶이면서 전세 물량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전세대출이 상대적으로 규제 영향을 덜 받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전세대출은 실수요 대출로 분류돼 올해 1월부터 강화된 DSR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그동안 가계대출 총량규제에서도 벗어나 있어 강력한 억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은행권에선 전세대출은 앞으로도 계속해 늘어날 것으로 본다.
오는 7월 임대차법 시행 2년 차로 계약갱신청구권 만료 시점이 도래하는데, 새로운 갱신 물량은 전월세상한제(임대료 인상 폭 5% 제한)를 적용받지 않아 전셋값은 주변 시세만큼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세입자들은 부족한 보증금을 대출로 채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하반기에 전세대출 증가 폭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신용대출이나 일반주담대의 경우 빚투(빚내서 투자) 열기가 꺾이고 주택 매수 시점이 미뤄지면서 감소세가 나타나고 있으나, 전세대출은 전셋값이 올라도 전세를 재연장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대출로 채워 넣어야 한다"며 "당분간 전세대출의 나 홀로 증가세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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