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된 이유는 한마디로 돈이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에 걸릴 만큼 걸렸고, 백신은 맞을 만큼 맞아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시각이 팽배하다. 우리나라도 이미 국민 3명 중 1명이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백신이 남아돌고 있다. 반면 임상에는 막대한 비용이 투입된다. 업계에선 후기 임상으로 갈수록 연구개발비가 수십배로 늘어난다고 한다. 코로나19의 임상3상 비용은 최소 500억원에서 1000억원 규모로 보고 있다. 상황에 따라 회사의 명운을 걸어야 하는 금액이다. 하지만 지원은 빠듯하다. 보건복지부 집계 기준으로 2020년부터 2021년까지 국내 코로나19 백신개발 기업 8개사에 지원한 정부 예산은 총 560억원 선이다. 한 업체의 임상3상 비용 정도다. 또한 임상 3상은 기존에 승인받은 해외 백신을 확보해 대조군으로 투약해야 하는 비교임상 방식이다. 글로벌 백신기업들이 K-백신 개발을 돕기 위해 선뜻 응할 리 만무하다. 더구나 신약개발 이후에는 더 큰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신약을 개발해도 값을 잘 안 쳐주고 허가 나도 건강보험 급여항목에 들어가기까지 상당한 기간이 소요된다. 버티기 어려우니 해외에 신약기술을 판매하는 게 일반적이다." 한 제약·바이오 전문가는 국내에서 성공한 신약이 거의 없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실제 국가예방접종백신(22종) 기준으로 한국의 백신자급률은 27%(6종)에 불과하다. 일본 59%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정부의 강력한 리더십 없이 각자도생식 백신개발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백신개발 노하우는 축적되면 앞으로 새로운 감염병에도 신속 대응이 가능해 국가안보 자산이나 다름없다.
당장 가을 이후 코로나19 재유행 우려로 4차 접종이 거론되고 있다. 원숭이두창도 심상치 않다.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선진국들의 백신(진네오스) 확보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도 국내 유입은 시간문제로 보고 있어 "코로나가 가고 천연두가 오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제2, 3의 팬데믹 대비를 위한 백신개발과 인프라 확대는 선택이 아니라 숙명이다. 안심할 수 있는 바이러스는 없고, 방심은 위기를 자초하기 때문이다. 인류와 바이러스의 사투는 현재 진행형이다.
winwin@fnnews.com 오승범 산업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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