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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시선] 윤석열 ‘전 중수 2과장’이 던진 말

김성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6.16 18:24

수정 2022.06.16 18:24

[강남시선] 윤석열 ‘전 중수 2과장’이 던진 말
"제가 수사기획관 되면 주요 정보는 기자들에게 다 오픈할게요."

필자가 지난 2010년 검찰 출입할 때 당시 중수부 2과장 검사가 한 말이다. 대검찰청 출입기자들이 중수부 검사들과 대면하는 저녁 자리였다. 당시 대검엔 중앙수사부가 있었다. 거대기업이나 반부패 범죄를 캐기 위한 코어 수사조직이다. 지금은 없어진 부서다. 이날 저녁 자리가 만들어진 데는 기자들의 요청이 있었다.
당시 C&우방 등 수사의 중간상황을 파악하는 데 기자들이 애를 많이 먹었다.

검찰은 청마다 대변인이 있어 언론과 소통하지만 대검 안에 있는 중수부는 따로 소통담당 검사를 둔다. 수사기획관이라는 자리다. 당시 수사기획관이 우병우다. 우 기획관은 정보를 오픈하는 데 누구보다 깐깐했다. 반감을 가진 출입기자들도 여럿 있었다. 그의 공보준칙은 칼 같았다. 정황상 취재가 거의 다 된 정보를 확인차 물어봐도 같은 답만 돌아왔다. 기자들은 힘들어했지만 우 기획관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한 셈이다. "내가 기획관이 되면 다 오픈하겠다"는 중수 2과장의 말은 당연히 농담이었다. 그래서도 안되고, 그럴 수도 없다. 하지만 기자들의 고충을 공감하는 듯한 그 말 한마디가 그날의 벽을 깼다. 기자와 검사들 사이에 돌던 어색한 대기가 묘한 화학적 변화를 일으킨 것 같았다.

이 말을 던졌던 사람이 현 윤석열 대통령이다. 그래서인지 요즘 매일 출근길 기자들을 마주하는 그의 언론 소통방식이 낯설지 않아 보인다. 도어 스테핑이라고 부르는 지금의 약식 기자회견은 사실은 기자들 때문에 만들어진 말이다. 도어 스테핑이란 기자가 주요 취재원의 인터뷰를 따거나 영상을 찍기 위해 예고 없이 마주치는 행위를 뜻한다. 사실상 기자들 용어인 '뻗치기'인 셈이다.

매일 아침 대통령 의중을 듣는 용산에 비해 서초동 검찰청의 분위기는 대조적이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조치로 대검의 필수조직은 소멸됐고, 검찰 취재환경은 기자가 출입했던 10년 전과 많이 달라져 있었다. 가장 많이 사람을 만나고 뛰어야 할 지검 출입기자들의 고충이 크다. 중앙지검 기자들의 주요 일과 중 하나는 오전에 조를 짜서 보는 공소장 열람과 주요 수사부서 차장검사와의 티타임이다. 주로 15~30분간 진행되는 티타임을 통해 기자들은 무리한 취재를 피할 수 있다. 검찰은 잘못된 정보원을 통해 나가게 되는 수사방향에 대한 오해도 바로잡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취임한 지 1개월이 지났다. 한 장관은 윤 대통령의 검찰총장 시절 복심으로 불렸던 인물이다. 한 장관의 지난 한달간의 행보는 거세된 검찰의 주요 수사진용을 재건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향후 장관 승인이 없이도 주요 수사조직들이 인지수사를 할 수 있도록 조직에 활기를 줄 예정이다.
공보준칙 재정비를 추진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검찰 수사과정을 "다 오픈"할 수는 없겠다.
하지만 정확한 방향을 알 수 있도록 언로 재건축 작업이 조속히 착공되기를 기대한다.

ksh@fnnews.com 김성환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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