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시민권자로 신분 위장…ICC 인턴십 지원
잠입 성공 시 전범 증거 위조·인멸 시도했을 듯
[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신분을 위장한 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잠입해 전범재판 정보에 접근하려던 러시아 스파이가 적발됐다.
1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네덜란드 종합정보보안국(AIVD)은 이날 러시아 스파이 세르게이 블라디미로비치 체르카소프(36)가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인턴십을 통해 잠입을 시도했다가 적발됐다고 발표했다.
당국에 따르면 체르카소프는 러시아 군 정보기관인 GRU 소속으로, 지난 2010년께부터 1989년생 '빅토르 뮐러 페레이라'라는 브라질 시민권자로 신분 위장 작업을 해왔다.
체르카소프가 온라인에 명시한 이력서에 따르면 지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아일랜드 트리니티 칼리지 더블린에서 정치학을 전공했으며, 이후 4년간 미국 존스홉킨스대에서 미국 외교정책 석사 과정을 밟았다.
지난 4월 존스홉킨스대를 통해 ICC 인턴십에 지원, 네덜란드에 입국했지만 곧 서방 정보 당국 관계자들에 적발됐다.
네덜란드 이민국은 체르카소프를 구금한 뒤 브라질로 송환했다.
당시 ICC는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한 러시아의 전쟁범죄 혐의 관련 수사 시작 단계에 있었으며, 체르카소프는 ICC 시스템에 접근해 문서나 증거를 위조 및 인멸 시도했을 것으로 파악된다.
유진 핀켈 존스홉킨스대 부교수는 트위터를 통해 체르카소프가 본인을 브라질·아일랜드계로 소개했으며, ICC 인턴십 지원에 필요한 추천서를 요청했다고 전했다. ICC는 매년 법학, 사회심리학 전공자 200명에게 인턴십을 제공하고 있다.
핀켈 부교수는 "강력한 추천서 한 장을 써줬다. GRU 장교에게 추천서를 써준 것이다"라며 "GRU에 관한 모든 걸 혐오한다. 그가 붙잡혀서 다행이다"라고 분개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이번 사건 관련 수사 여부에 대해 확인하거나 부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서방 관계자들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러시아 GRU 스파이 활동이 이전보다 공격적이고 무모해졌다고 우려하고 있다.
에릭 아커붐 AIVD 국장은 "러시아가 불법적으로 ICC 정보에 접근하려 한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며 "높은 수준의 위협으로 분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네덜란드 측은 체르카소프가 브라질에서 법원에 넘겨질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브라질 당국은 이와 관련 즉각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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