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어렵게 영국 도착했지만…우크라 피란민 수백명 노숙자 신세

뉴시스

입력 2022.06.17 12:15

수정 2022.06.17 12:15

기사내용 요약
최소 660가구, 후원자 찾지 못해 노숙자 신세
후원자 일방 파기 등 부당한 처우 당하기도
정부 "우크라인 약 8만명 수용…대부분 정착"

[런던=AP/뉴시스] 지난 2월2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러시아 대사관 밖에서 우크라이나 지지 시위가 열려 참가자들이 우크라이나 국기와 손팻말 등을 들고 있다. 2022.06.17.
[런던=AP/뉴시스] 지난 2월2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러시아 대사관 밖에서 우크라이나 지지 시위가 열려 참가자들이 우크라이나 국기와 손팻말 등을 들고 있다. 2022.06.17.

[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영국에 입국한 우크라이나 피란민 수백 가구가 거처를 찾지 못해 노숙자 신세에 처한 것으로 확인됐다.

1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영국에 입국한 우크라이나 피란민 중 최소 480가구가 당국에 노숙자 지원을 신청했다고 보도했다.

자녀가 있는 가구로, 1인 가구 180명도 마땅한 거처를 찾지 못해 노숙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영국 당국은 '우크라이나를 위한 집'(Homes for Ukraine) 프로그램을 통해 우크라이나 피란민과 이들에게 거처를 제공할 자국민 후원자를 연결하고 있다.

피란민에게 특별 비자를 발급해 자국 내 거처를 보장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실제 영국인 후원자와 우크라이나 피란민 간 연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


영국 정보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145개 가정이 주거지를 찾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90가구는 후원자의 계약 파기로 집을 구할 수 없었으며, 55가구는 이용 가능한 숙소를 찾지 못했다.

지역 당국자 상당수가 우크라이나 피란민에게 새 후원자를 찾아주기보다 이들을 단순히 노숙자 취급하고 있다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지원 대상 145가구 중 새 후원자를 찾은 사례는 20가구에 불과했다.

[자포리자=AP/뉴시스] 지나달 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난민 센터에 도착한 한 피난민 여성이 손자가 걱정스레 바라보는 가운데 울먹이고 있다. 2022.06.17.
[자포리자=AP/뉴시스] 지나달 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난민 센터에 도착한 한 피난민 여성이 손자가 걱정스레 바라보는 가운데 울먹이고 있다. 2022.06.17.

배우자 및 3살 아들과 함께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탈출해 영국으로 피란한 안나(37)는 지난 3월 말 잉글랜드 노샘프턴 한 가정에 초청받았지만, 이후 부당한 처우를 받았다고 소개했다.

후원자는 안나 가족이 머무는 별채 열쇠를 요구했고, 안나는 들어오기 전 사전에 알려준다면 열쇠를 주겠다고 했다. 해당 후원자는 곧 지역 당국에 연락해 후원 계약을 종료하겠다고 통보했다.

안나는 "후원 가정은 초기엔 우릴 환영해줬지만, 점차 태도가 바뀌었다"며 "우리에게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았고, 우릴 빨리 내쫓고 싶어 했다"고 했다.


결국 안나 가족은 주방 시설이 없는 공유형 원룸에 거주하게 됐으며, 피란민 지원 단체 도움으로 다른 후원 가정을 찾을 수 있었다.

피란민 주거 지원 단체 관계자는 "주거지 찾기에 실패한 가정을 돕기 위한 국가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며 "새 후원자를 연결해주거나 우크라이나인들이 비자 초청자를 변경할 수 있는 통일된 방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영국 정부 대변인은 "7만7200명 넘는 우크라이나인이 푸틴 침공 이후 영국에 도착했으며, 대부분 안정적으로 정착 중"이라며 "당국은 후원 계약이 깨진 소수 가정에 거처를 보장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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