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 이상 관람가…수영복 소개·몸매 클로즈업 등 도 넘은 수위
남녀 혼숙 '침대 데이트' 설정 파격…출연자 검증 문제 도마
화제몰이에는 성공…프로그램 취지 퇴색 우려도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짝짓기 예능물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넷플릭스 '솔로지옥'(2021) 등을 통해 연애 예능물이 제2 전성기를 맞으면서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프로그램이 우후죽순으로 쏟아졌다. 케이블채널 IHQ '에덴'이 대표적이다. 미국의 '투 핫' 시리즈(2020~2022) 한국판이라며 수위 높은 스킨십을 전면에 내세웠다. 15세 이상 관람가임에도 불구하고 남녀 혼숙 등 도를 넘은 설정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에덴은 14일 방송한 첫 회부터 파격적이었다. 출연진 8명 모두 수영복 차림으로 등장했고, 이들의 몸매를 클로즈업하거나 슬로우 모션으로 보여줬다. 커플 선정 후 남녀 출연자가 몸을 밀착해 '짝피구' 할 때 카메라는 노골적으로 몸매를 훑었다. MC인 밴드 'FT아일랜드' 이홍기를 비롯해 그룹 '에이핑크' 윤보미, 댄스팀 '라치카' 시미즈는 표정 관리를 하지 못했다. 이홍기는 스튜디오에서 VCR을 보다가 "타임 타임" "어머! 너무 밀착 아니야?"라며 방송 중단을 요청했고, 윤보미는 "이게 방송에 나가요?" "내가 본 연애 프로그램 중에 제일 강렬한 것 같다"며 놀랐다.
'배드 데이트'는 호기심을 끌기 충분했다. 양호석·선지현 커플은 짝피구에서 우승, 특권인 침대 배정권을 가졌다. 양호석이 양보, 선지현이 출연진 침대를 배정했다. 에덴하우스는 A·B·C·D 등 총 4개 침실로 나눠져 있다. A·B는 정원 3명, C·D는 2명으로 이성으로만 방을 구성해야 했다. 급기야 이승재는 제작진에게 "장난치세요? 저 왜 이렇게 엿 먹이세요?"라고 분노했다. 티저 영상에서 남녀가 한 침대에 누워 "살살. 너무 세" "느낌 좋아?"라며 대화를 나누는 등 높은 수위 장면도 예고한 상태다. 소위 '어그로'를 끌기 위해 '악마의 편집'을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없지 않다.
프로그램 콘셉트에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부제로 '본능의 후예들'을 내걸고 '조건없이 첫 눈에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라는 물음을 던졌지만, 출연진 외모·몸매 등을 과도하게 강조해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긴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더욱이 출연진 8명은 피트니스·광고 모델 등 직업이 비슷했다. 김주연은 지난해 10월 공개한 연애 웹예능 '너와의 여름밤'에도 출연해 식상함을 줬다. 솔로지옥처럼 신선하고 매력적인 출연자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시청자들은 '19세 이상 관람가로 편성해야 하는 거 아니냐'며 우려 목소리를 냈다. 이홍기 역시 제작발표회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보면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갈 줄 알았다. 상상했던 것보다 더 자극적이었다"고 할 정도다. 이효민 PD 는"에덴은 다른 연애 프로그램에 비해 (촬영 장면이) 낮보다 밤이 긴 편"이라며 "수위 고민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출연자들이 스스럼없이 스킨십을 하는 건 제작진이 개입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 심의규정에 따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첫 회 방송 직후 출연자 검증 문제도 불거졌다. 피트니스 모델 양호석은 2019년 전 피겨스케이팅 선수 차오름(28)을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한 주점에서 차오름과 말다툼 하다가 손으로 뺨을 때리는 등 수십 회 폭행해 전치 6주 상해를 입힌 혐의로 불구속 기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2020년에는 청담동 한 클럽에서 손님과 주차 문제로 시비가 붙어 쌍방폭행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두 차례 폭행 혐의로 구설에 오른 만큼, 하차 요구가 빗발쳤다. 양호석은 SNS에 "3년 자숙기간 동안 반성 많이 했다"며 "지난 과거 비난해도 달게 받겠다"고 남겼다.
화제몰이 하는 데는 성공했다.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에 따르면, 에덴은 공개 이틀 만에 시청 시간이 첫날 대비 10배 이상 늘었다. 1회만에 웨이브 예능 부문 15위권 내 진입했다. 장기 방영한 예능이 상위권을 장악하고 있는 터라 신작 차트 진입이 쉽지 않음에도 '괄목할 성과를 내고 있다'는 게 웨이브 설명이다. 한 관계자는 "연애 예능물은 출연자 선정이 프로그램 성공의 9할을 차지한다"며 "케이블 채널은 화제성이 중요하지만, 계속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소재만 쫓다 보면 취지가 퇴색될 수 밖에 없다. 각종 논란으로 얼룩지면 시청자들도 외면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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