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지난 20년간 한국 영화계에서 송강호의 전성시대가 아니었던 적은 없었다. 하지만 요즘 그가 보여주고 있는 행보는 역사상 어느 대한민국 배우도 보여준 적 없는 종류라 특별하다.
송강호는 지난달 막을 내린 제75회 칸 국제영화제(칸 영화제) 폐막식에서 영화 '브로커'(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앞서 전도연이 영화 '밀양'으로 2007년 제60회 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바 있으나, 칸 영화제에서 남자 배우가 수상을 한 것은 우리나라 최초의 일이다.
그간 송강호는 칸 영화제에 초청받은 우리나라 배우 중에서도 가장 자주 초청을 받았던 배우다. 그는 올해 '브로커'를 포함, 그간 무려 8번이나 칸 영화제를 찾았다. 영화 '괴물'(2006), '밀양'(2007)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박쥐'(2009) '기생충'(2019) '비상선언'(2021) 등이 8편의 작품들이다. 이 중 경쟁 부문에 진출한 작품은 '밀양'과 '박쥐' '기생충' '브로커'까지 총 4편이다. 경쟁 부문에 초청받는다는 것은 자동으로 그해 시상식의 수상 후보가 됐음을 의미한다. 송강호는 15년간 4번이나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 후보였고, 올해 드디어 수상에 성공했다.
송강호의 수상은 특별하다. 그가 주연을 맡은 칸 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 4편은 모두 수상에 성공했다. 이창동 감독의 영화 '밀양'은 전도연이 여우주연상을 받았고, 박찬욱 감독의 '박쥐'는 심사위원상을, '기생충'은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기생충'이 황금종려상 수상 후 전세계를 뒤흔들었을 때 봉준호 감독과 함께 '기생충'의 수상 레이스에 가장 많이, 오래 동행한 배우 역시 송강호였다. 그해 오스카에서 '기생충'은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국제극영화상까지 주요 부문 4관왕에 성공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국민 배우'로 여러 주요 시상식에서 상을 받았던 송강호지만, 해외 영화제에서 상을 받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 시간이 걸린 만큼, 수상의 의미는 값지다.
수상 이후에도 송강호는 계속해서 바쁜 일정을 이어간다. 신연식 감독과 함께 한 영화 '1승'이 개봉을 준비 중이며, 김지운 감독과 영화 '거미집'에 최근 크랭크업 하고 후반 작업에 들어갔다. 또한 칸 영화제 수상작인 '브로커'가 현재 상영 중이며 여러 차례 개봉이 미뤄졌었던 '비상선언'이 8월 개봉을 예정하고 있다.
'1승'은 인생에서 단 한번의 성공도 맛본 적 없는 배구 감독이 단 한번의 1승만 하면 되는 여자배구단을 만나면서 도전에 나서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영화 '동주'의 각본을 쓴 신연식 감독이 연출을 맡고 송강호와 함께 박정민, 박명훈, 장윤주, 이민지 등이 출연한다. 극중 송강호는 망해가는 어린이 배구 교실을 운영하다가 해체 직전의 여자배구단 감독으로 발탁된 김우진 역을 맡았다.
'거미집' 김지운 감독과 송강호의 인연은 깊다. '조용한 가족'(1998)에서 시작된 두 사람의 인연은 '반칙왕'(2000)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밀정'(2016) 등의 흥행작으로 이어졌다. '거미집'은 1970년대, 다 찍은 영화 '거미집'의 결말을 다시 찍으면 더 좋아질 거라는 강박에 빠진 김감독(송강호)이 검열 당국의 방해와 바뀐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배우와 제작자 등 미치기 일보 직전의 악조건 속에서 촬영을 감행하면서 벌어지는 처절하고 웃픈(웃기고 슬픈) 일들을 그리는 영화다. 송강호는 극중 걸작을 향한 포기할 수 없는 욕망으로 다 찍은 영화의 결말을 다시 찍는 김감독을 연기했다.
여름에는 송강호 영화 두 편이 개봉한다. 송강호에게 남우주연상을 안겨 준 '브로커'는 지난 8일 개봉해 현재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8월 개봉 예정인 '비상선언'은 정상 개최되지 못한 2021년 칸 영화제의 초청작이다. 사상 초유의 항공테러로 무조건적 착륙을 선포한 비행기를 두고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송강호는 지상에서 항공 재난을 막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베테랑 형사팀장 인호 역할을 맡았다. 송강호 뿐 아니라 강동원, 아이유, 배두나, 이주영 등 유명 배우들이 출연한 '브로커'처럼 '비상선언'도 멀티 캐스팅 영화다. 이 영화에는 송강호 외에도 전도연과 이병헌, 김남길, 임시완, 김소진, 박해준 등이 대거 출연해 기대를 모은다.
이처럼 쉼 없이 자신의 길을 이어가는 송강호의 전성시대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그가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 후 국내 취재진에게 한 말이 쉼 없이 도전하는 배우 송강호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좋은 작품에 끊임없이 도전하고 최고 영화제에 초청도 받고 거기서 격려를 받고 수상도 하게 되고 이런 과정 자체가 있을 뿐이지 절대적인 가치라 생각하진 않습니다.아주 매우 행복하고 영광스럽지만 이게 목표가 되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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