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2금융권 대출금리도 급등 조짐…취약차주에 '긴축 고통' 집중된다

뉴스1

입력 2022.06.19 07:06

수정 2022.06.19 07:06

2022.6.9/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2022.6.9/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서상혁 기자 = 미국의 '자이언트 스텝' 여파로 은행권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7%를 넘은 가운데, 카드론 등 2금융권 대출 금리도 빠르게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2금융권 대출이 자영업자 등 중·저신용자가 주로 이용하는 대출이라는 점에서, 금리상승기 취약차주의 건전성이 크게 악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여신전문금융채 AA+ 3년물 금리는 연 4.487%로 지난 연말 2.372% 대비 2.115%포인트(p) 상승했다. 한달 전인 5월 16일 3.770%과 비교하면 0.717%p 올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6월과 7월 빅스텝을 포함해 기준금리를 큰폭 인상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시장금리가 급등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미 연준은 지난 1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0.75%p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했다.

여전채 금리가 오르면 카드사의 장기카드대출(카드론)의 금리도 오른다. 은행과 다르게 수신 기능이 없는 카드사는 회사채인 '여전채'를 통해 운영 자금을 조달한다. 조달 비용이 상승하면, 그만큼 상품 금리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

여신금융협회 공시에 따르면 비씨카드를 제외한 7개 국내 전업카드사의 카드론 평균 운영가격(평균 취급 금리)은 지난 연말 연 13.86%에서 4월 12.98%로 소폭 떨어졌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중·저신용자 유치를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면서 카드사들도 적극적으로 대응한 결과인데, 업계에선 최근 금리 상승 분위기를 감안하면 카드론 금리는 빠르게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과 경쟁하기 위해 일부 손해를 감수하고 금리를 낮췄지만, 조달비용이 오르면 계속해서 금리를 낮게 유지하기 어렵다"며 "연말이 가까워질수록 카드론 금리가 오를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같은 2금융권인 저축은행의 대출금리도 오름세가 전망된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은행들이 수신금리를 올리고 있어, 저축은행이 안정적으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선 그만큼 예·적금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 저축은행은 카드사와 다르게 수신을 바탕으로 자금을 조달한다. 시장에선 한국은행이 미국의 금리인상과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연내 최고 2.75%까지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자산 기준 5대 저축은행(SBI·OK·웰컴·페퍼·한국투자)의 신용대출 평균 취급 금리는 지난 연말 16.35%에서 16.44%로 소폭 올랐다.

2금융권 대출 금리가 오르면 자영업자를 비롯한 취약차주가 크게 타격을 받는다. 대다수의 자영업자는 은행 등에서 사업자대출을 받고 자금이 부족할 경우 급하게 카드론이나 저축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받는다. 목돈이 없는 한, 오른 금리에 맞춰 만기를 연장할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이 지난 3월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에 따르면 비은행권 대출 중 취약차주(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 또는 저신용 차주) 비중은 60.6%로 비취약차주(39.8%)보다 크게 높았다. 비취약차주는 금리변동기에도 연체율에 변화가 거의 없었지만, 취약차주의 경우 과거 금리상승기(2016년 4분기~2019년 1분기)에 연체율이 1.9%p 올랐다.

한은은 보고서를 통해 "앞으로 완화적 금융여건이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대내외 상황이 악화될 경우 취약차주의 상환능력이 저하되고 그간 대출을 크게 확대하였던 청년층과 자영업자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신용위험이 증대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다음 달부터는 대출자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소득의 40%(은행 기준, 비은행은 50%)를 넘지 못하게 하는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3단계가 시행된다. 그간 총대출이 2억원 넘는 차주만 적용됐는데, 앞으로는 1억원만 넘어도 규제를 받는다. 이자 부담에 더해 대출 한도까지 줄어드는 이중고가 예상된다.

정부도 금리상승기를 맞아 취약차주 보호 방안을 추진 중이다. 오는 9월부터 총 40조원 규모의 안심전환대출을 공급할 예정이다.
안심전환대출은 주택금융공사에서 공급하는 낮은 금리의 장기·고정형 대출로, 1·2금융권에서 높은 금리로 대출을 받은 대출자들을 위한 대환 상품이다. 이밖에도 자영업자의 2금융권 고금리대출을 연 7%대의 은행권 대출로 대환해주는 방안도 준비하고 있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금융리스크연구센터장은 "취약차주의 부실이 시스템 리스크로까지 갈 가능성은 높지 않다"면서도 "다만 사회적 문제로 번질 수 있는 만큼, 금리가 더 오를 경우 신용회복 프로그램이나, 폐업가구 지원 등의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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