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류석우 기자 = 가맹점주가 가맹점 본사의 허위·과장 정보를 받아 계약을 체결한 경우 가맹본부에서 가맹점 개설비용뿐만 아니라 가맹점을 운영하면서 입은 영업손실도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A씨 등이 액세서리 전문 가맹사업을 하는 엔캣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부분을 일부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9일 밝혔다.
A씨 등 3명은 지난 2015년 엔캣과 '못된고양이' 점포 가맹계약을 체결하고 가맹점 운영권을 받아 점포를 운영하다 각각 적자 누적으로 폐업했다. 엔캣은 100개 이상의 가맹점사업자수를 보유한 회사다.
A씨 등은 엔캣이 예상매출액 산정서를 제공하지 않거나, 제공했더라도 사실과 다르게 작성해 가맹사업법 제9조 제1항 제1호에서 금지하고 있는 허위·과장의 정보제공행위를 했다며 법원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가맹사업법에 따르면 100개 이상의 가맹점사업자수를 보유한 가맹본부는 가맹희망자에게 예상매출액 산정서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 이 경우 가맹 희망자의 점포 예정지에서 가장 인접한 5개 가맹점의 매출환산액을 기준으로 예상매출액의 범위를 정해야 한다.
그러나 엔캣은 인접한 업체의 매출환산액이 아닌 다른 상권의 가맹점을 포함해 5개 가맹점의 매출환산액을 기준으로 예상매출액 범위를 정했고, 이를 토대로 예상매출액 산정서를 만들어 제공했다.
일부 가맹점주에겐 예상매출액 산정서를 제공하지 않고 구두로만 설명하기도 했다. 엔캣은 이로 인해 지난 2019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부과처분을 받기도 했다.
엔캣은 재판과정에서 A씨 등에게 제공된 예상매출액 산정서가 일부 가맹사업법 시행령을 위반해 작성됐기는 했지만, 허위·과장의 정보제공행위를 했다고는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예상매출액 산정서의 내용은 예상에 불과해 A씨 등이 그 내용의 타당성을 충분히 파악한 뒤 계약을 체결해야 하므로 예상매출액 산정서 교부행위와 A씨 등의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고 설명했다.
1심은 Δ엔캣이 2명에게는 예상매출액 산정서를 교부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Δ엔캣이 작성했거나 교부한 예상매출액 산정서가 가맹사업법 시행령을 위반해 작성된 점 Δ원래 규정에 따라 산정된 예상매출액의 범위와 대조하면 최저액이 370만~500만원까지 과다 산정된 점 등을 고려하면 엔캣의 행위가 허위·과장 정보제공행위라고 판단했다.
아울러 A씨 등이 가맹점을 운영하면서 발생한 손실은 엔캣이 허위·과장 정보를 제공한 불법행위로 인해 발생할 개연성이 크다며 손해와 불법행위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했다.
손해배상범위에는 가맹점 개설비용뿐만 아니라 가맹점을 운영하면서 입은 영업손실도 포함됐다. 영업손실도 엔캣의 불법행위로 인해 발생한 재산상 불이익이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A씨 등이 엔캣이 제공하는 자료만 신뢰하기보다는 스스로 충분히 분석할 필요가 있었던 점 등 일부 과실이 있다고 보고 엔캣의 책임을 3분의2로 제한했다.
2심은 1심과 같이 엔캣에게 3분의2의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인정했지만, 영업손실 부분에 대해선 A씨 등의 운영능력이나 시장상황 등 다른 요인에 좌우된다는 이유를 들어 손해배상범위에서 제외했다.
대법원은 2심 판단 중 영업손실을 손해배상범위에 제외한 부분이 잘못됐다고 보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 등의 영업손실도 엔캣의 손해배상범위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대법은 "A씨 등의 영업손실 손해는 객관적으로 상당한 정도 예측 가능한 것"이라며 "엔캣의 불법행위와 상당인과관계 있는 통상손해의 범위에 포함되고, 이 손해가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라고 하더라도 그런 특별한 사정의 존재에 대해선 엔캣의 예견가능성이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운영능력이나 시장상황 등 다른 요인으로 인한 영업손실 중 엔캣의 불법행위에 따른 손실 부분의 구체적인 액수 입증이 곤란하더라도, 이 사건에서는 구 가맹사업법에 의해 준용되는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57조에 따라 상당한 손해액을 인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법원 관계자는 "가맹본부의 허위·과장 정보제공으로 인해 가맹계약을 체결하게 된 가맹사업자가 입은 영업손실도 가맹본부가 배상해야 할 손해배상액에 포함된다는 점과 그 손해액 인정방법을 명확히 선언한 판결"이라며 "가맹희망자나 가맹점사업자 보호를 두텁게 하였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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