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최초 재선 성공 진보 교육감
사립유치원 무상교육 우선 추진
"울산 교육을 공교육 표준으로"
[울산=뉴시스]구미현 기자 = "들러리로 살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 어디있나요? 아이 한명 한명이 자신의 인생의 주인공이라는 생각을 갖게끔 하는 게 공교육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6·1 교육감 선거에서 울산 최초 재선에 성공한 진보교육감이 탄생했다. 노옥희 울산시교육감은 보수의 바람속에서도 굳건히 자리를 지켜냈다. 노 교육감의 교육관은 분명했다. '한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울산교육'에서 '아이들만 바라보겠다'로 슬로건은 바뀌었지만 변하지 않는 건 '아이'가 중심에 있다는 점이다.
지난 17일 울산시교육청 1층 로비 카페 숲에서 노 교육감을 만나 평소 소신과 앞으로의 정책에 대해 들어봤다. 교육자, 정당인 등을 넘나들며 수십년의 세월을 보내온 그의 이야기 속에는 '경쟁 교육'에 대한 지양과 '행복 교육'에 대한 진심이 녹아있었다.
노 교육감은 "학생들이 남을 따라서 공부에만 얽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실제로 다른 길을 가더라도 잘 사는 아이들이 많다. 그런 다양한 성공 사례를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학교가 공부 잘하는 학생만을 위한 곳이 되어 가는 상황에 대해서도 안타까워했다. 이번 선거에서 상대 보수 후보로부터 공격받은 ‘학력 저하’ 프레임을 의식한 듯 그는 “성적으로 줄 세우는 건 낡은 교육”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는 "자기가 뭘 해야할지 모르는게 문제"라며 "성적으로 남이랑 비교하게 되면 자존감도 떨어진다. '들러리 선다', '깔아준다'라는 말도 있지 않나. 서글픈 현실이다"고 했다.
이어 "들러리로 살려고 태어난 사람이 어디있나"라며 "스스로 주인공이라고 생각하게끔 생각의 힘을 키우고, 소질을 개발해 주는 게 바로 울산교육이다. '울산교육이 공교육의 표준'이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노 교육감은 지난 4년간 차별없는 교육 복지와 청렴 교육 정착 공교육 내실화 교육 혁신 등에 매진해왔다. 그 결과 교육복지와 청렴도는 전국최고 수준에 도달했다는 성적표를 받았다.
두 번째 임기를 앞둔 그는 이 같은 교육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 노옥희표의 '미래 교육 청사진'을 선보일 예정이다. 다음은 일문 일답.
-재선에 성공했다. 선거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상대편 후보가 선거 과정 중에 울산 학생의 학력이 떨어지고 있고, 학업 성취도는 전국에서 꼴찌라며 근거도 없는 허위사실을 대량문자로 반복적으로 유포해 자칫 그동안 열심히 노력해온 우리 학생들과 울산교육을 지지해 주신 시민들이 오해하고 상처받았을까 걱정되고 힘들었다."
-'아이들만 바라보겠다' 슬로건 의미는?
"우리 아이 중 똑같은 아이는 아무도 없다. 학생마다 배움의 속도도 다르고 또 가진 재능이 다르므로, 경쟁시키고 줄 세워서 낙인찍기보다는 아이 한 명 한 명이 존중받을 수 있는 교육을 펼치겠다. 1기에 이어 2기에는 학습부터 복지까지 전 영역에 걸쳐 공교육을 더 강화해 학생 개개인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 건강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고, 미래 역량을 배울 기회를 충분히 제공해 자기가 가진 재능을 마음껏 꽃피울 수 있도록 하겠다."
-울산을 공교육의 표준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지금까지 울산교육청은 다른 시·도 교육청을 따라가기에 급급했지만, 그렇게 하면 교육 가족에게 꼭 필요한 정책, 좋은 교육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울산을 공교육의 표준으로 만들겠다고 하는 것은 다른 교육청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선도해 가겠다는 뜻이다. 실제로 취임 후 최초로 불리는 사업을 많이 펼쳤다. 초등 1학년 학급당 학생 수를 20명 이하로 낮추었고, 교육재난금지원금이란 이름조차 없을 때 교육재난금지원금 조례로 제정해 3차례나 지급한 것도 울산교육청이 처음이었다. 특히 교육재난지원금은 다른 시·도 교육청으로 확산해 장기화된 코로나19로 경제적으로 힘겨웠던 전국의 학부모들에게 단비와 같은 역할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선거 기간 '학력저하' 공격을 받았는데?
"선거기간 각종 토론회에서 상대편 후보가 울산 학생의 학력이 떨어지고 있고 학업 성취도가 전국에서 꼴찌라는 취지로 계속 말씀을 하셨는데, 결국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또, 선거공보에 국가수준 학업 성취도 평가 기초학력 미달 비율 그래프를 싣기도 했는데 이것은 울산지역 상황이 아니고 전국의 중3과 고2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을 나타내는 그래프였다.
전국적으로 코로나 영향으로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높아질 수는 있지만, 울산이 학력 저하가 되었다는 것은 허위사실이다. 학생을 위한 교육이고 선거인데, 선거에서 승리만을 위해 허위사실로 학생들을 낙인찍고 상처 주는 일이 더는 없으면 한다."
-현재 울산교육의 가장 큰 취약점은 무엇인가?
"취약하다기 보다는 가장 시급한 일이 일상을 회복하는 것이고 일상 회복을 바탕으로 해서 미래 교육으로 나아가는 것을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우리 교육청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여 학생의 학습, 심리·정서 등 결손을 종합지원하여 빠른 교육회복을 이루는 것이 급선무다."
-선거기간 많은 공약을 쏟아냈다. 가장 우선적으로 추진할 과제는?
"지난 1기에 다양한 복지정책을 펼쳐 보편적 교육 복지는 어느 정도 완성했다. 2기에는 이런 보편적인 복지를 바탕으로 공교육을 강화하겠다. 아이들이 자라는 환경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개인별 맞춤형으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데 집중하고자 한다. 우선 1기 때 보편적 복지 중 빠진 사립유치원 무상교육과 중·고생 체육복을 지원할 계획이다."
-최근 교사 폭행사건이 발생했다. 재발 방지책은?
"학생과 선생님이 안심하고 교육활동을 펼쳐야 할 학교 현장에서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발생하여 안타까운 마음이다. 먼저 상호존중의 학교 문화 조성을 위해 학생·학부모·교사 대상 맞춤형 교육자료를 보급해 대상별 연 1회 이상 교육활동 침해 예방 교육을 하고 있다. 피해교원의 회복 및 복귀를 위해 교원치유지원센터를 중심으로 맞춤형 치유·상담 프로그램 운영, 피해교원 상담 및 치료비 지원, 교원 힐링 프로그램 운영 등 다각도로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하고싶은 말은
"과거의 교육방식으로는 새로운 사회를 살아갈 우리 아이들을 가르칠 수가 없다. 학교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교권 침해, 학교폭력, 집단 따돌림, 사이버 폭력 등에 대처하고 평화로운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 학생들이 타인을 배려하고 존중하고 다양한 가치를 인정하는 성숙한 민주시민으로 성장해 가는 게 무엇보다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소통이 중요하다. 학생, 교직원 등과 친구 같이 소통하는 교육감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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