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럽

극단 치닫는 프랑스 정치…마크롱 '중도'보다 '극좌·극우' 약진

뉴스1

입력 2022.06.20 09:04

수정 2022.06.20 09:04

프랑스 좌파연합 '누페스'를 이끌고 있는 장뤼크 멜랑숑 '불복하는 프랑스(LFI)' 대표.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프랑스 좌파연합 '누페스'를 이끌고 있는 장뤼크 멜랑숑 '불복하는 프랑스(LFI)' 대표.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하원 과반 확보에 실패하면서 2기 정부 개혁입법에 빨간불이 켜졌다. 2022. 6. 9.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하원 과반 확보에 실패하면서 2기 정부 개혁입법에 빨간불이 켜졌다. 2022. 6. 9.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19일(현지시간) 치러진 프랑스 하원의원 총선거 결선 투표 결과 범여권 중도연합 '앙상블(다함께)'이 245석을 차지해 과반에 필요한 289석에 44석이나 미달했다.

지난달 대통령 선거 당시 3위로 선전했던 극좌 성향의 장뤼크 멜랑숑이 이끄는 좌파연합 '누페스(NUPES·신 생태·사회 민중연합)'는 135석을 차지, 제1야당으로 우뚝 서게 됐다.

대선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을 위협했던 극우 마린 르펜의 '국민연합'은 89석을 차지해 직전 8석 대비 의석 수를 10배 이상 늘리는 기염을 토했다.

기존 하원의 범여권 의석이 345석으로 압도적 우위였던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마크롱 대통령과 중도파의 패배라는 평가다.

정치 지형이 좌우로 분열된 상황에서 앙상블이 누페스 내 중도좌파 세력을 연정에 얼마만큼 끌어오는지가 향후 5년간 마크롱 2기 정부 성공의 향방을 가를 전망이다.


◇마크롱 정부 2기 개혁 입법 '빨간불'

프랑스 내무부에 따르면 이날 하원 총선 결선 투표 결과 전체 577석 중 앙상블이 245석, 누페스가 135석, 국민연합이 89석을 차지했다.

지난달 재선해 두 번째 임기를 맞는 마크롱 대통령의 범여권이 단독으로 개혁입법을 통과시킬 과반 확보에 실패함과 동시에, 급진적인 좌·우 세력이 각각 원내 제1·2 야당으로 우뚝 선 셈이다.

프랑스 하원의원 임기는 5년으로, 앞으로 마크롱 정부 2기를 줄곧 함께 하게 된다. 프랑스는 양원제이지만, 하원 중심이라 이번 선거의 중요성이 크다.

마크롱 대통령은 현재 유럽 여론의 관심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에너지·식료품 가격 급등에 집중된 상황에서 정년을 현행 62세에서 65세로 늘리는 연금개혁 등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야당과 새로운 연합을 꾸리는 것이 절실한데, 극우 성향의 국민연합보다는 좌파 스펙트럼이 넓은 누페스 내 중도세력과의 연합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범여, 중도좌파에 손 내밀 듯…누페스 분열 시험대

마크롱 대통령과 앙상블이 과반 의석 확보를 위한 연정 파트너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서, 누페스 내 중도좌파세력이 타깃이 될 가능성이 크게 점쳐진다.

누페스는 멜랑숑이 이끄는 '불복하는 프랑스(LFI)' 외에도 사회당, 녹색당, 공산당 등이 멜랑숑의 리더십 하에 20년 만에 처음으로 결집한, 스펙트럼 넓은 좌파연합이다.

이 같은 연합 덕에 제1야당에 오르게 생겼지만, 원자력 확대와 치안유지 등 정책에 이견이 있어 언제든 분열할 위험이 있다. 특히 사회당과 녹색당이 떨어져나올 공산이 크다.

결국 멜랑숑 LFI 대표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다. LFI는 이번 총선으로 90석 안팎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돼 누페스 내에서 리더 역할을 하게 된다.

2차대전 이후 2명의 대통령을 배출하고 유럽통합의 원동력이 됐던 사회당의 코린 나라시긴 대표는 로이터 통신에 "다른 연합체처럼 우리도 이견에 합의할 것"이라며 "이는 실험이지만, 우리가 연합해 선거로 당선한 건 이번이 처음이며 유권자들에게 (단결된)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앙상블은 이미 좌파의 단일대오에 대한 공격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마크롱 2기 정부 신임 법무부 장관 에릭 뒤퐁 모레티는 이날 프랑스 2TV에 출연해 마뉘엘 봉파르 LFI 의원에게 "몇 번이나 국민전선(르펜이 이끄는 국민연합의 전신)에 입당했었느냐"며 "극단은 서로 결합한다"고 쏘아붙였다.

◇극좌 못지 않은 극우 약진

르펜이 이끄는 극우 국민전선의 약진이 돋보이는 점도 이번 총선에서 나타난 주요 변화다.

극단적 색채로 가장자리에 머물던 국민전선이 주류 야당으로 부상하게 되는 데에는 르펜의 정치력이 빛났다는 평가다. 부친으로부터 극우 정당 국민전선(LF)을 물려받아 2011년 당 대표에 오른 르펜은 이후 반유대주의 제거 등 이미지 개선에 나섰고 당명도 국민연합(LN)으로 개명했다.

르펜은 세 번째 대권 도전인 지난 4월 대선에서 42% 득표, 16.6%포인트(p)차로 마크롱 대통령에게 패배했지만, 당시의 선전에 이어 극우 정당의 위상 강화를 이번 총선으로 여실히 증명해냈다.

지난주 선거가 이뤄지기 직전까지 주요 여론조사기관들이 예상한 국민연합의 의석 수는 25석에서 많아야 50석 정도였다.


로이터 통신은 르펜의 국민연합이 의석 수에서는 누페스에 뒤처지더라도 의회에서 훨씬 더 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불신임 투표를 내세워 정부의 개혁정책에 제동을 걸거나, 의회 내 주요 상임위원회를 이끌며 국회에서 더 많은 발언권을 가질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위기감을 직시한 듯 브루노 르 메어 재무장관은 프랑스 2TV와의 인터뷰에서 "국민연합의 약진으로 인해 우리는 민주적인 충격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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