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내외적으로 고물가에 따른 경기침체 위기 신호가 감지되고 세계 각국 중앙은행은 물론 한국은행이 줄줄이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고(高)금리로 인한 이자 부담이 커지자 정치권이 은행에 "이자율 산정근거를 공개하라"며 압박에 나선 것이다.
금리가 인상되면 은행권의 예대마진에 따른 이자 수익이 커지는 만큼 은행에 '공적 책임'을 촉구하는 의미도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은행권은 가산금리 설계 등 이자율 산정 근거의 경우 고유의 영업비밀 침해 우려가 있는 데다 여야가 민생을 고리로 은행권에 과도한 부담을 전가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20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노웅래·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은 은행의 금리 산정 근거를 공개·점검토록 하는 내용의 '은행법 개정안'을 각각 대표발의했다.
노 의원안은 은행이 이자율 산정 방식과 이자율 산정 근거가 되는 자료 등을 제공·설명토록 했다.
현재는 대통령령에서 이 같이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법률로 '상향'해 규정하는 게 핵심이다. 대통령령 규정만으로는 실효성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민주당은 서민들의 이자 부담이 가중되는 것을 감안해 당 차원에서 노 의원안을 적극 추진하려는 분위기다.
배 의원안은 은행이 예금과 대출이자 간 차이인 예·대금리차를 정기 공시하게 하고, 금융위원회가 금리 산정의 합리성·적절성을 검토해 개선 등 조치를 권고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골자다. 금융위는 한국은행에 은행 금리 산정의 합리성 등에 대해 의견을 들어 필요한 조치를 권고할 수 있게 된다.
두 법안 모두 최근 금리 인상에 따른 예대금리차로 은행이 막대한 수익을 얻고 있는 만큼 차주들의 이자 부담 경감을 위해 은행 예대금리의 적절성을 검토하겠다는 취지다.
노 의원은 기자와 통화에서 "지금 물가대란·금리대란은 곧 '부채대란'으로 이어진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10%까지 갈 수 있다는데 서민들이 이를 감당할 수 없다"며 "그런데도 금융기관은 장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국가에서 책임있는 역할을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도 "은행들이 사상 최대 예대마진을 내며 폭리를 취해왔다. 소비자들에게 어떤 근거로 대출금리가 산정된 것인지 설명해줘야 한다"며 "아파트 분양원가를 공개하도록 해서 분양가를 낮추는 것처럼, 금리 산정방식을 공개하면 금리가 낮아지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영업비밀이 침해될 수 있는 데다 경기 침체 위기를 민간에 떠넘기려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민주당 관계자는 "은행은 사실상 (국가) 허가를 받는 규제산업이기 때문에 공익적 목적이라면 영업비밀을 적정선에서 공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이자부담 가중되지 않게 금융당국과 기관이 협력을 모색할 것을 지시했다고 대통령실이 밝혔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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