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도 마찬가지다. 사회 전체가 안전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의 녹슨 고리가 어디인지 찾고 새롭게 교체해야 한다. 매일 평균 6명이 생명을 잃고 많은 노동자가 다치고 병드는 일터는 분명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부분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국민소득 3만5000달러를 넘어섰다. 코로나 발생으로 경제가 최악으로 치닫던 2020년에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의 성장률을 기록하기도 했으며, 동년도 국내총생산(GDP) 규모도 세계 10위를 기록했다. 또한 현재 자동차 생산량은 세계 5위, 조선업 수주량은 세계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며 디지털 기반의 정보통신기술도 세계적 수준이다.
이처럼 우리는 경제 규모와 기술 분야에서는 선진국 수준인 반면 안전 수준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노동자 1만명당 사고 사망자 비율을 나타내는 사고 사망만인율은 선진국에 비해 3배 이상 높다.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재해를 후진국형 또는 재래형 재해라고 하는 것은 우리 산업현장의 현주소를 잘 말해준다. 아직도 건설 현장에서는 사망자의 절반 이상이 추락으로 사망하고 있다. 추락 사고는 안전난간 등 기본시설을 설치하고 안전수칙만 지켜도 막을 수 있는 전형적인 후진국형 재해다. 이런 추락 사고와 같은 낡고 녹슨 산업재해 고리를 교체하지 않으면 후진국형 사고 다발 국가라는 오명은 지울 수 없다.
그렇다면 이러한 고리는 어떻게 교체할 수 있을까. 답은 우선적으로 산업현장의 낡은 관행과 녹슨 설비를 개선하는 것이다. 사업주는 생산이나 비용을 안전보다 우선시하는 잘못된 관행을 과감히 버리고, 안전에 투자해야 한다.
안전에 대한 투자는 노동자를 보호해 생산성을 높이고,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을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임을 인식해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사회적 담론으로 대두됨에 따라 최근 기업이 안전 문제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투자를 확대하게 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우리는 이미 안전이 선택이 아닌 필수인 시대에 살고 있다. 안전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사회가 되었다. 일터의 낡은 고리를 과감히 교체하고, 안전관리 시스템을 튼튼히 해야 하는 시대이다. 안전하고 건강한 선진 일터, 굳건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해야 하는 것은 시대적 사명이다.
송병춘 안전보건공단 경영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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