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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연방대법 "뉴욕주 휴대용 권총 소지 규제, 위헌"…바이든 "실망"(종합)

미연방대법원. © 로이터=뉴스1
미연방대법원. © 로이터=뉴스1

(워싱턴=뉴스1) 김현 특파원 = 미 연방 대법원은 23일(현지시간) 은닉 휴대용 권총 소지를 규제하고 있는 뉴욕주(州)의 법률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최근 총기 난사 사고로 인해 총기 규제 강화를 요구해 온 여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들에 따르면 대법원은 이날 '뉴욕주 소총·권총협회 대 브루엔' 사건에서 권총을 은닉 휴대할 수 있는 허가를 받으려면 '정당한 사유'와 '선한 품성'을 증명해야 한다는 100년 이상 된 뉴욕주 법률이 총기 소유 권리를 규정한 수정헌법 2조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9명의 대법관 중 6명이 위헌 의견을, 3명은 합헌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은 다수 의견에서 "수정헌법 2조와 14조는 집 밖에서 자기 방어를 위해 개인의 권총 휴대 권리를 보호한다"며 "뉴욕주의 무기 소지를 위해 필요한 특정한 요건은 그 권리를 침해한다"고 밝혔다.

토머스 대법관은 이전 대법원 판결을 거론하면서 "자기 방어를 위해 공공장소에서 무기를 소지하는 헌법상 권리는 '다른 권리장전이 보장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규칙 체계에 종속되는 열등한(second-class) 권리'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와 달리 스티븐 브라이어 대법관은 반대 의견에서 지난 1월 이후 300건에 가까운 총기 난사 사건과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사망 원인으로 총기 폭력이 자동차 사고를 넘어섰다는 것을 보여주는 데이터를 지적하고, 다수 의견이 주(州)의원들이 총기 폭력의 위험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브라이어 대법관은 "많은 주들은 다른 종류의 총기를 구입, 소지, 또는 사용할 수 있는 사람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제한하는 법을 통과시킴으로써 총기 폭력의 위험들 중 일부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면서 "오늘 대법원은 그렇게 하기 위한 주들의 노력에 심각한 부담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은 지난 2010년 가정에서 개인의 무장 자위권을 확립하는 2008년 판결을 전국적으로 적용한 이후 가장 광범위한 총기 권리 확대를 의미한다고 미 언론들은 평가했다.

공화당 성향의 주들은 지난 10년간 총기 규제를 완화해 온 반면 캘리포니아와 하와이, 동북부의 많은 주들은 은닉 무기에 대한 전통적인 제한을 유지해 왔다. 캘리포니아와 뉴저지, 메릴랜드, 하와이, 메사추세츠주 등도 은닉용 무기를 소지하기 위해 '정당한 사유'를 요구하는 유사한 규정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대법원의 결정으로 총기 규제를 둘러싼 미국내 논쟁은 더욱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소송을 지원했던 전미총기협회(NRA)는 대법원의 결정을 "분수령적인 승리"라며 "뉴욕 시민들은 곧 그들의 기본권을 행사하기 위해 충분한 '필요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먼저 증명하는 것 없이 그들의 집 밖에서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NRA는 이번 판결이 "여전히 신변 보호를 위한 휴대용 총기의 소지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 다른 6개주에서 법을 올바르게 바꿀 수 있는 문을 열어줄 것"이라고 했다.

반면 총기 규제 운동 단체인 '총기 안전을 위한 에브리타운'은 "오늘의 판결은 중요한 총기 안전 법안을 통과시키기 직전에 있는 의회의 초당적 다수와는 조화되지 않으며, 총기 안전 조치를 지지하는 압도적 다수의 미국인들과도 동떨어진다"고 비판했다.

에브리타운은 "분명히 하자. 대법원은 이 결정을 잘못했고, 전국적으로 총기 폭력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 지역사회를 훨씬 더 큰 위험에 빠뜨리기로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미 상원의 민주당과 공화당은 지난 21일 총기를 구매하려는 18~21세의 신원조회를 위해 미성년 범죄와 기록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고, 21세 미만의 총기 구입자의 정신건강 상태를 관계 당국이 최소 열흘간 검토하도록 하는 내용의 총기규제법 세부 내용에 합의했다.

해당 규제법엔 더 많은 총기 판매업자에게 신원 조회 의무를 부여하며, 총기 밀매 처벌을 강화하는 조항은 물론 주와 지역사회에 학교 보안 강화와 심리 치료를 위한 예산을 지원하는 내용도 담겼다.


배우자나 동거자가 가정 폭력 전과가 있으면 총기 구매를 제한하는 현재 규정을 함께 거주하지 않는 데이트 상대로 확대하는 것은 물론 위험하다고 판단된 사람의 총기를 일시 압류하는 '레드 플래그' 법안을 도입하려는 주에 인센티를 제공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행사 직후 기자들의 질문에 "저는 대법원의 결정에 실망했다"면서 "저는 잘못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캐시 호철 뉴욕주지사는 이날 MSNBC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매우 충격적"이라며 "이 어두운 날이 와서 유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