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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괄 사의' 해경 간부 사표 수리는?

24일 인천시 연수구에 소재한 해양경찰청 1층로비에 정봉훈 해경청장 홍보 영상이 나오고 있다. 정봉훈 해경청장(치안총감)을 비롯한 치안감 이상 해경 고위 간부 9명은 이날 ‘북 피격 공무원’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일괄 사의를 표명했다. 2022.6.24/뉴스1 © News1 정진욱 기자
24일 인천시 연수구에 소재한 해양경찰청 1층로비에 정봉훈 해경청장 홍보 영상이 나오고 있다. 정봉훈 해경청장(치안총감)을 비롯한 치안감 이상 해경 고위 간부 9명은 이날 ‘북 피격 공무원’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일괄 사의를 표명했다. 2022.6.24/뉴스1 © News1 정진욱 기자


(인천=뉴스1) 강남주 기자 = 치안감 이상 해경 지휘부 전원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그 배경과 향후 조직운영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다. 윤석열 대통령이 감사원 감사를 받아야 한다며 일단 사표를 반려했지만 향후 사표 수리 방향에 관심이 쏠린다.

해양경찰청은 24일 오전 “정봉훈 해경청장을 비롯한 치안감 이상 간부 9명이 ‘서해 피격 공무원 사건’과 관련해 책임을 통감하면서 사의를 표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2020년 9월21일 서해상에서 실종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당시 47세)가 다음날 북한 해역에서 피격된 사건이다.

사의를 표명한 간부에는 이씨 사망 7일 후인 2020년 9월29일 “월북으로 판단된다”고 발표한 윤성현 당시 본청 수사정보국장(현 남해청장·치안감)과 이를 뒷받침하는 표류예측을 담당한 당시 이명준 본청 경비국장(치안감)이 포함됐다.

또 당시 본청 차장이었던 김병로 중부청장(치안정감)과 본청 기획조정관이었던 서승진 차장(치안정감)도 이름을 올렸다. 이밖에 김용진 기획조정관(치안감), 김성종 수사국장(치안감), 김종욱 서해청장(치안감), 강성기 동해청장(치안감) 등 4명도 이번 일괄 사의에 동의했다.

정 청장이 먼저 사의를 표명했고 나머지 8명도 이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조직이 해체됐던 ‘세월호 참사’ 때도 없었던 해경 초유의 일이다.

이씨 사건과 관련해 수사결과를 180도 뒤집은 후폭풍이 결국 이들이 사의를 표명한 결정적 원인이 됐다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해경은 애초 ‘자진 월북’으로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했으나 1년9개월이 흐른 지난 16일 “월북 의도를 확인하지 못했다”며 번복했다. ‘자진 월북’으로 판단한 중간 수사결과가 ‘부실수사’라고 자인한 셈이다.

이로부터 6일이 지난 이달 22일 '국민의힘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규명 TF'(이하 TF)의 조사에서도 초기 수사가 부실하다는 정황이 드러났고 결국 정 청장이 나서 대국민 사과까지 했다.

그러나 국민은 물론 해경 내부에서도 해경에 대한 비난이 끊이지 않자 ‘지휘부 총 사의’라는 결단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해경청에 근무하는 A씨는 “정 청장이 사과를 했으나 비난은 수그러들지 않았다”며 “이에 부담을 느낀 지휘부가 총 사의라는 카드를 꺼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가 이들 9명 모두의 사표를 수리할 것으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지휘부 없는 공백이 길어지는 것을 정부도 원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부가 만일 정 청장과 이중 일부의 사표만 수리하면 복잡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차기 청장을 임명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무리수’를 둬야 한다.

해양경찰법상 전·현직 치안감 이상 간부만 청장 후보가 된다.

치안감 이상 간부 모두의 사표를 수리하면 내부에서는 경무관에서 청장 후보를 발탁해야 하는데, 치안감-치안정감-치안총감 등 3계급이나 승진시켜야 하는 부담이 있다. 퇴직한 간부를 불러들여 청장에 임명할 경우에는 내부 반발이 거셀 전망이어서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정부가 9명 모두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고 일부는 반려하는 쪽을 선택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한편으론 임기가 1년6개월여 남은 정 청장이 사의를 표하면서 정부의 인사 선택권이 넓어졌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 지방해경청 간부 B씨는 “정부가 치안감 이상 지휘부 모두의 사표를 수리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며 “일부는 살아남을 것이고, 그중에서 차기 청장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한편 대통령실은 이날 오후 진실규명이 먼저라며 사의를 반려할 예정이라고 했다.

대통령실은 “서해 피격 공무원 수사와 관련해 유가족과 국민께 오해를 드린 데 대해 해경 지휘부가 책임을 통감하고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 순수한 뜻을 존중하지만 현재 감사원 감사 등 진상 규명 작업이 진행 중인 만큼 일괄 사의는 반려될 예정”이라고 했다.

감사원은 지난 22일 해경청에 감사장을 차리고 감사에 돌입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