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국경 다시 열린다… 움츠렸던 도박 사이트도 꿈틀 [범람하는 불법도박 (上)]

윤홍집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6.26 17:39

수정 2022.06.26 17:39

현재 상당수 조직 국내 머물러
경마·대형 스포츠 활성화되면
해외 인터넷 서버 활동 재개
경찰, 사이버도박 전담팀 증설
국경 다시 열린다… 움츠렸던 도박 사이트도 꿈틀 [범람하는 불법도박 (上)]
경찰이 불법 도박사이트를 뿌리뽑기 위해 사이버도박 전담 수사팀을 증설하고 있다. 조만간 스포츠 경기가 활성화되면 도박사이트가 늘어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오프라인 스포츠 결과를 대상으로 도박을 하는 불법 인터넷 사이트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폭증세가 갑작스레 멈췄다. 경찰은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에서 '엔데믹(대유행 종료)' 전환기에 불법 도박이 다시 활개 칠 것으로 보고 있다.

■국경 열리면 도박사이트 폭증

26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불법 사이버도박 관련 검거건수는 총 5216건으로 나타났다. 검거인원은 4806명이며, 이 중 208명은 구속됐다.
이는 지난 2020년과 비교하면 검거건수(5436건)는 220건, 검거임원(7207명)은 2401명 감소한 수치다.

경찰은 이러한 감소 추세에 비춰볼 때 코로나19 위세가 줄어들수록 다시 반등세가 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감소세는 일시적 패턴이라는 게 내부 분석이다. 정부 방역 조치가 강화되면서 사이버도박에 활용되던 경마와 대형 스포츠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닫힌 국경이 다시 열리면 범죄활동도 폭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불법 도박사이트들은 대부분 태국과 캄보디아 등 동남아 국가에 인터넷 주소나 사무실을 두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최소 관리인력만 현지에 남기고 주요 조직원들이 국내에 들어와 있는 사례가 많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 2018년 무렵만 해도 국내에 서버를 두고 있는 도박사이트들이 있었는데 2020년부터는 대부분 해외로 옮겨갔다"며 "다만 현재 일부 단속 사례들을 보면 국내에 입국한 조직들이 많은 듯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7월 경기남부경찰청은 해외에 서버와 사무실을 차려놓고 900억원대 규모의 불법 스포츠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던 일당을 국내에서 검거했다. 이들은 범죄 수익금으로 법인 명의 주유소 4개와 73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구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반기까지 전담수사팀 추가 설치

불법 사이버도박 검거건수도 코로나19 영향이 있었던 지난해를 제외하고 보면 증가 흐름에 있다. 검거 건수는 지난 2018년 2947건에서 지난 2020년 5436건으로 불과 2년 사이에 84.5%가 늘었다.

경찰도 지난 2019년부터 사이버도박 전담수사팀을 신설해 불법도박에 대응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전북경찰청과 전남경찰청에 전담수사팀이 설치됐다. 이로써 사이버도박 전담팀을 운영하는 시도경찰청은 15곳이 됐다. 전체 인원은 시기에 따라 변동이 있으나 현재 69명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하반기에는 울산경찰청과 충북경찰청에도 전담팀이 꾸려질 예정이다. 각 팀이 5~6명으로 구성되는 것을 고려하면 약 10명의 수사인력이 증원되는 셈이다. 두 곳의 전담팀 설치가 마무리된다면 세종경찰청을 제외한 전국 17개 시도 경찰청이 모두 사이버도박 전담팀을 운영하게 된다.


전문가 사이에선 단순한 인력 증원을 넘어 불법 도박사이트를 억제할 기술적 발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온라인상에 퍼져 있는 도박사이트를 사람이 모두 걸러내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불법 도박사이트가 정교해질수록 수사 기술도 따라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예산 한계가 있겠지만 불법 사이트를 찾을 수 있는 감지 시스템을 만들어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주원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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