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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월만에 주민 동의율 67%… 강남권 ‘도심복합사업’ 가속 [현장르포]

김동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6.26 17:44

수정 2022.06.27 13:24

양재2동 1구역 가보니
좁은 골목에 노후·신축빌라 섞여
노후도 낮아 민간재개발은 어려워
"분담금 적고 사업 10년 일찍 시작"
주민들 ‘도심복합사업’ 기대 높아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을 추진중인 서울 서초구 양재2동 1구역의 주택가 골목이 자동차 1대가 겨우 지나갈 만큼 좁고, 전깃줄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사진=김동호 기자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을 추진중인 서울 서초구 양재2동 1구역의 주택가 골목이 자동차 1대가 겨우 지나갈 만큼 좁고, 전깃줄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사진=김동호 기자
#. "양재2동 1구역은 경사가 있는 곳인데도 2011년 우면산 붕괴 사태때 다 잠겼어요. 지금도 빌라 곳곳 반지하 가구들은 장마철 침수를 막기 위해 가람막을 설치할 정도예요."(양재2동 1구역 주민 A씨)

서울 서초구 신분당선 양재시민의숲역 3번 출구로 빠져나오자 각종 식당들과 카페들이 오가는 손님 맞이에 분주했다. 대로변에서 양재근린공원 방향으로 10분 남짓을 들어가자 서울과 어울리지 않는 낡은 빌라와 길에 늘어선 전선들이 나타났다. 빌라지역에는 승용차 한대가 겨우 지나갈 골목을 사이로 신축빌라들과 노후 빌라들이 마주보고 있었다.

26일 만난 양재2동 1구역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도심복합사업) 추진준비위원회 관계자는 "양재2동은 오래된 빌라들이 밀집한 지역임에도 신축 빌라들 때문에 노후도가 낮아 국토부의 도심복합사업 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다"며 "분담금도 적고, 사업 기간도 민간재개발에 비해 10년 이상 빨라 주민들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2만4526㎡에 2200여 가구가 있는 양재2동 1구역은 지난 13일 도심복합사업 주민 동의율 67%를 달성했다. 후보지로 지정되면 바로 본지구 지정이 가능한 동의율이다. 지난해 10월 추진위를 구성하고 11월 동의서 징구를 시작한지 7개월 만에 이룬 성과다.

이 관계자는 "1구역은 신축빌라가 더이상 지어지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민간재개발을 하려면 10년을 더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며 "사업성이 낮아 재개발 구역에서 해제됐던 곳인 만큼, 도심복합사업으로 용적률 상한을 최대 300%로 올려주는 것도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실제 빌라촌에는 신축 빌라가 많아 '신축빌라 주민들도 재개발에 동참할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올해 초까지 이어진 아파트 가격 폭등에 자금이 부족한 수요자들이 빌라로 선회해, 재개발 분담금에 대한 부담이 클 것으로 예상돼서다.

동네 주민인 한 주부는 "지난해 전깃줄에 매달린 물건을 꺼내려던 네살 아이 부부가 감전되서 사망하는 사고가 나 이슈가 됐다"며 "신축 빌라에 사는 분들 역시 얽히고 설킨 전깃줄로 인해 이사에 불편함도 느끼고 감전사고에 대한 불안도 있어 재개발에 찬성하는 분들이 꽤 있다"고 전했다.

도심복합사업은 새 정부가 들어서며 공공 개발이 중단된다는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최근 국토교통부가 '도심복합사업 활성화 방안 마련 연구'에 나서고 원희룡 국토부 장관도 8월 예고된 250만가구 공급계획과 관련해 "전 정부 공급계획 중에서도 계승할 수 있는 건 계승하려 한다"고 밝혀 도심복합사업 9차 후보지 발표가 거론되고 있다.


추진위 관계자는 "서울시가 지난해 12월 양재2동을 'ICT 특정개발진흥지구'로 지정하며 인공지능(AI)산업 거점으로 키우기 위한 기업 유치 등을 발표했다"며 "산업 발전과 일자리 창출 모두 좋지만, 정작 주민들은 보금자리에서 내몰릴 위기에 놓인 만큼 하루 빨리 후보지로 선정됐으면 좋겠다"고 하소연 했다.

특히 이 곳 주택 소유자들은 도심복합사업 현금청산자에 대한 구제책 마련을 호소했다.
추진위 관계자는 "이 동네에서 10년을 전세로 살다 지난해 8월 옆 블록에 소형 빌라를 구매해 이사한 분이 계시다"며 "10년 넘게 살던 사람이 조그만 집을 마련했다는 이유로 현금청산돼 쫓겨 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구제책이 하루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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