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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전기료 인상 앞서 에너지정책 바로잡길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6.26 18:49

수정 2022.06.26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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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의 자구 노력 선행하되
전기료 인상 요인 제거해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6일 "차일피일 미룰 수 없기 때문에 조만간 적정 수준의 전기요금 인상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한국전력 나주본사 전경. 사진=뉴시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6일 "차일피일 미룰 수 없기 때문에 조만간 적정 수준의 전기요금 인상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한국전력 나주본사 전경. 사진=뉴시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6일 전기료 인상을 예고했다. 이날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차일피일 미룰 순 없어 조만간 적정 수준의 전기요금 인상안을 발표할 예정"이라면서다. 지난 1·4분기 기준 한국전력의 전력 구입가격은 ㎾h당 181원인 반면 전력 판매단가는 110원이었다. 전기를 밑지고 파는 구조다.
올 들어 국제유가도 급등해 정부로선 한전의 적자폭을 더는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이해된다.

다만 전기료를 인상하면 물가엔 악영향을 미친다. 추 부총리도 이날 "6월 또는 7∼8월에 6%대의 물가상승률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적정 수준의 전기료 인상이 불가피한 건 사실이다. 한전은 올 1·4분기 지난 한 해 적자(5조8600억원)를 넘어서는 7조8000억원 적자를 냈다. 이대로라면 올 연말까지 적자폭은 30조원대로 불어난다. 전기료를 올리지 않으면 결국 세금을 쏟아부어 이를 메울 수밖에 없다.

이는 문재인정부의 에너지정책의 난맥상을 반영한다. 문 정부는 과속 탈원전 페달을 밟으면서 태양광·풍력 등이 기대치를 밑돌자 값비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비중을 높였다. 그러면서도 선거 등을 의식해 5년 내내 전기료는 동결했다.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한전공대 설립을 밀어붙이면서 민간기업이라면 파산할 법한 한전에 재정적 총대까지 메게 했다. 그 대가가 한전의 만성 적자다. 최근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마당에 '전기료 폭탄 돌리기'를 언제까지나 계속할 순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공기업인 한전이 소비자에게만 책임을 떠넘겨선 곤란하다. 지난 5년간 천문학적 적자를 쌓으면서 사장 등 고위 임원들은 해마다 억대 가까운 성과급을 챙겼지 않나. 한전 직원의 올 1·4분기 평균 연봉도 성과급을 빼고도 7900만원대였다니 도덕적 해이가 따로 없다. 한전이 윤석열 정부에 전기료 인상을 요구하기 전에 불필요한 자회사 매각, 임금동결 및 성과급 반납 등 자구 노력을 선행해야 할 이유다.

물론 한전의 뼈를 깎는 자구책 이상으로 중요한 게 새 정부의 중장기적 역할이다.
즉 합리적 에너지정책으로 전기료를 오르게 하는 요인을 제거하는 일이다. 한전공대 설립 등 한전의 모든 사업을 원점에서 합리적 비용·편익 분석을 거쳐 재설계해야 한다.
기왕에 '탈(脫)탈원전' 정책으로 방향을 잡았다면 기존 원전의 수명연장을 최대한 서두르는 것은 물론 문 정부에서 중단된 신고리 5·6호기 건설 등을 가급적 빨리 재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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