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주식부자 꿈 꾸다 거지 됐어요"… '빚투족'의 후회

이진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6.27 18:05

수정 2022.06.27 18:05

주식·가상자산 하락으로 큰 손실
빚내서 산 주식 강제청산 속출
2030세대 공격투자로 피해 커
"평생 모은 돈이 한 달만에 사라졌네요."

직장인 박모씨(34)는 증권 계좌를 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박씨는 경제적 자유를 꿈꾸며 주식 공부에 전념했다. 유료 강의를 듣고 주식 스터디에 참여했다. 그러나 4년간 모은 돈을 대다수 날렸다. 박씨는 "며칠전에 증권사에서 반대매매 문자를 받았다"며 "최근에 멘탈이 너무 안좋아 주식 스터디도 탈퇴했다"고 토로했다.

최근 한 달간 국내 증시가 폭락하면서 청년들의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자산 시장 팽창과 함께 무리하게 빚을 지고 투자하던 '빚투족'들은 시장에서 퇴출당하기 일쑤다. 2030세대는 다른 세대 대비 수익률도 낮고 자산 관리에도 취약해 주가 하락에 타격을 더 크게 받고 있다.

■반대매매 피해입은 2030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지수는 종가 기준 2401.92포인트로 올해 들어서만 596.4포인트(-19.34%) 떨어졌다. 코스닥 지수도 종가 기준 770.60포인트로 268.37포인트(-25.47%) 폭락했다. 특히 최근 한달 간 양대지수는 10% 이상 빠질 정도로 낙폭은 더욱 컸다.

신용거래로 주식을 샀던 투자자들은 주식을 강제 청산 당하는 반대매매가 속출하고 있다. 지수 하락으로 주식 평가액이 일부 담보 비율 이하로 내려가면 증권사는 주식을 강제로 팔아 치워 청산한다. 해당 비율은 증권사가 자체적으로 정하며 통상 140% 미만인 경우를 말한다. 지난 22일 기준 국내 주요 3개 증권사의 담보부족계좌는 1만2000여개로 1만개를 넘어섰다. 이달초 1000여개 수준이었는데 20일새 10배 급증한 것이다. 반대매매 등으로 인한 신용거래융자 잔고도 연중 최저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지난 22일 기준 19조5308억원을 기록했다.

문제는 청년층이다. 2030은 레버리지를 이용한 공격적인 성향을 보여 이번 하락장에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신규 주식 투자자 및 20대 이하 주식 투자자의 75%는 신용융자 활용을 통해 손실을 봤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적극적으로 신용 거래를 사용하는 20~30대 이하의 젊은 투자자들의 수익률이 낮게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청년세대 내 취약차주 비중이 다른 세대 보다 높아 주가 하락에 받는 타격도 더 크다는 점이다. 2030세대 내 저소득 차주(소득 하위 30%) 비중은 지난 2·4분기 기준 24.1%로, 다른 세대(14.4%)보다 10%p 가량 높다. 저소득 차주이면서 3건 이상 대출을 받았거나, 신용점수가 664점 이하인 취약차주 비중도 6.8%로, 다른 세대(6.1%)보다 크다.

■FIRE족 열풍 줄어

코로나19 이후로 2030 세대들 사이에선 '파이어족(FIRE족)' 열풍이 불었지만 최근 주식 폭락으로 사그러지는 추세다.
FIRE란 젊은 시기에 재테크로 경제적 독립(Financial Independence)을 이뤄 조기 은퇴(Retire Early)를 목표로 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주식, 코인 투자로 원금의 70% 이상 손해를 본 석모씨(34)는 "지난주에 하루도 제대로 잠들지 못했다"며 "직장 내 투자 동아리 모임도 와해된 상태다"고 전했다.
그는 "조기 은퇴를 꿈꾸며 매일 투자 공부에 전념했는데 이게 무슨 소용이 있나 싶다"고 덧붙였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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