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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경기침체 경고 쏟아지는데 러 디폴트까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6.27 18:14

수정 2022.06.27 18:59

구조개혁·체질개선 절실불구
정책은 엇박자, 국회는 휴업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등 G7 정상들이 24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의 나토 본부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논의하는 나토 정상회의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로이터뉴스1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등 G7 정상들이 24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의 나토 본부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논의하는 나토 정상회의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로이터뉴스1
러시아가 서방 제재로 국채 이자를 지급하지 못해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졌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는 1억달러(약 1290억원) 외화표시 국채 이자를 지난달 26일까지 지급해야 했지만 이를 지키지 못했고, 한달 유예기간에도 이를 해결하지 못해 디폴트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과거 혁명 이듬해인 1918년 디폴트를 선언한 바 있다. 외채에 대한 러시아의 디폴트는 그 후 처음으로, 104년 만이라고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는 서방 제재로 이미 국제 금융시스템에서 고립의 길을 걷고 있었다. 이를 감안해 디폴트 파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이번 디폴트 선언은 서방세계로부터 철저히 따돌림 당하고 있는 러시아 경제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준 상징적 사건으로 전문가들은 받아들인다. 그런 측면에서 러시아 디폴트는 신냉전을 부추기고 장기적으로 세계 경제 전체를 더 무겁게 짓누를 수 있다.

러시아를 옥죄는 서방 제재는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28일까지 독일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 정상회의에서 추가 러시아 제재안이 발표될 예정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주말 트위터를 통해 "러시아산 금 수입을 금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는 금 생산 세계 2위다. G7 정상들은 유가상한제 도입도 논의 중이다. 러시아가 원유가격 급등 혜택을 누릴 수 없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러시아 경제가 내년에 8~15%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 세계 경제는 지금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 여념이 없다. 여러 이유로 물가는 40년 만에 최고치로 올랐지만 진정 기미가 안 보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이번달에 이어 내달 추가 자이언트스텝(0.75%p 금리인상)도 유력하다.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저성장) 가능성은 갈수록 짙어진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미국 성장률 예상치를 대폭 낮춰 내년의 경우 겨우 1%대로 전망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미국에서 경기후퇴를 피하기 위한 길은 매우 좁다"는 성명도 발표했다.

한국 경제는 대외변수에 유난히 취약하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기술과 수출이 경제 핵심 원동력이다 보니 더욱 그러하다. 세계 경제가 흔들리면 기업이 위태롭고 우리 경제 전체도 시험에 든다. 길어지는 전쟁과 러시아 변수를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이유다. 내달 소비자물가는 6%대까지 오르고, 한국은행은 사상 처음 빅스텝(0.5%p 금리인상)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이라도 정부와 정치권은 시대에 뒤떨어지는 관행과 사회구조를 뜯어고쳐 경제체질을 바로잡는 기민한 대응에 나설 때다. 그런데도 노동유연화 정책에 대통령과 정부가 엇박자를 내고, 정치권은 정쟁에 빠져 국회 문도 못 열고 있다.
정부는 약속한 개혁과제들을 서둘러 추진하고, 국회는 입법으로 뒷받침해줘야 한다. 책임있는 자세가 무엇보다 절실하다.
그렇게 해도 위기극복이 쉽지 않은 판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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