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북한

尹대통령-기시다 '톱다운' 방식의 한일관계 개선 가능할까

뉴스1

입력 2022.07.01 05:03

수정 2022.07.01 08:57

한미일 3국 정상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이페마(IFEMA) 국제회의장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석열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2022.6.29/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한미일 3국 정상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이페마(IFEMA) 국제회의장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석열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2022.6.29/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왼쪽)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이페마(IFEMA) 컨벤션센터에서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과의 기념촬영을 마친 후 단상에서 내려오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2022.6.29/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왼쪽)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이페마(IFEMA) 컨벤션센터에서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과의 기념촬영을 마친 후 단상에서 내려오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2022.6.29/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1965년 국교 정상화 이래 '최악'이란 평을 듣고 있는 한일관계와 관련, 양국 정상 간 의지에 기초한 이른바 '톱다운'(하향식) 방식의 개선책을 모색할 수 있다는 관측이 우리 정부로부터 제기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수행 중인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윤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스페인 국왕 주최 만찬장에서 '첫 인사'를 나눈 사실을 전하면서 "'보텀업'(상향식)이 아니라 '톱다운'이다.
한일 정상끼리는 (문제를 해결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29~30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나토정상회의에 나란히 참석했으나, 공식 양자회담은 하지 않았다. 일본 전범기업들의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배상 문제 등을 둘러싼 양국 간의 해묵은 갈등, 그리고 이달 10일 참의원(상원) 선거를 앞두고 있는 일본 국내 정치상황 등을 두루 감안해 양국 정상회담을 "무리해서 추진하지 않기로" 양측이 사실상 동의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이번 만찬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선한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을 비롯해 나토정상회의 참석 기간 중 총 5차례에 걸쳐 마주할 기회가 있었고, 이를 통해 한일관계 개선 필요성에 대한 기본인식은 확인했다는 게 대통령실 측의 설명이다.

윤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와의 이번 '첫 만남' 뒤 "한일 간 현안을 풀어가고 양국 미래의 공동 이익을 위해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확신하게 됐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정상급에서 시작하는 이른바 '톱다운' 방식의 의사결정은 실무 차원의 협상을 거쳐 정상급 협의로 올라가는 '보텀업' 방식에 비해 쟁점 현안을 속도감 있게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의 경우 2018~19년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와의 정상회담 당시 이 같은 '톱다운' 방식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문제를 풀려고 했다.

그러나 정상 간 '톱다운' 방식의 의사결정은 일단 결정을 내리면 추후 그 결정의 근거가 됐던 판단이 잘못된 것으로 드러나더라도 결정 자체를 번복하거나 수정하기 어렵단 맹점이 있다.

이 때문에 통상적으로 국가 간 외교에선 '톱다운' 방식의 의사결정을 지양하는 경우가 많다. 당사국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거나 사안이 복잡한 경우엔 더 더욱 그렇다.

게다가 정상 간 '톱다운' 방식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합의안 또는 타협안 도출에 실패할 경우엔 관련 논의 자체가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는 위험성도 있다. 북미 양측이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김 총비서와 트럼프 당시 대통령 간 두 번째 회담 결렬 이후 북한 비핵화 문제에 관한 협상 동력을 상실해버린 사례가 대표적이다.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 '한일 간 현안을 톱다운 방식으로 해결한다'는 발상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일본센터장은 "한일 정상 차원에서 희망적인 메시지가 오간 건 긍정적"이라면서도 "무작정 '톱다운' 방식으로 하겠다고 하면 오히려 성과를 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반면 다른 외교 소식통은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나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의 경우 그동안 다양한 해법들이 제시돼왔다"는 점에서 "한일 정상이 '관계 개선'이란 대전제에 합의한다면, 그리고 관련 과정에서 정치적 쟁점화를 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각론을 풀어가는 일은 쉬울 수 있다"고 전했다.

1998년 10월 김대중 당시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총리의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 일명 '김대중-오부치 선언' 이후 한일관계가 한동안 우호관계로 발전하며 양국민 모두에게 이익이 됐듯이 "한일관계의 새 출발을 위한 '제2의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한일 양국은 이번 일본 참의원선거 이후 외교장관회담 등 고위급 접촉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