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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은행 대기업 대출 90조 돌파…자금 조달 막히자 창구 '노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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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서상혁 기자 = 국내 5대 은행의 대기업 대출 잔액이 지난 연말 이후 6개월 연속 늘어나며 90조원을 넘어섰다. 본격적인 금리상승기에 접어들자 회사채 발행에 부담을 느낀 기업들이 은행 차입 규모를 늘린 것이다. 퇴직연금 등 부수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은행엔 반가운 소식이지만 고물가 장기화에 따른 경기 침체 리스크가 대기업 대출로 전이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4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국내 5대 은행의 지난 6월말 기준 대기업 대출 잔액은 91조9244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말 82조4093억원을 기록한 이후 6개월 연속 늘면서 90조원을 돌파했다.

대기업 대출 증가 속도는 최근 들어 급격히 가팔라졌다. 대기업 대출은 2020년 12월말부터 지난 연말까지 4조736억원 증가했다. 올해는 상반기가 지난 시점에서 이미 지난 1년간의 증가폭보다 2배 이상 늘었다.

대기업 대출이 빠르게 늘어난 배경으로는 '시장금리 상승'이 꼽힌다. 통상 주식회사들은 회사채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한국은행의 연이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장금리가 빠르게 오르자 발행에 부담을 느낀 회사들이 은행에 몰린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회사채 AA-(무보증 3년) 금리는 올 1월 3일 연 2.460%에서 지난 1일 4.257%까지 올랐다. 미 연준의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를 0.75%p 인상)' 이튿날인 6월 17일엔 4.468%로 2011년 8월 4일 4.46%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5월 은행권 대기업 대출 평균 금리는 연 3.35%다. 단순 비교만으로도 회사채 발행 비용이 크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은행권도 대기업 고객을 반기는 분위기다. 기업 대출을 끌어올 경우 이자 수익은 물론, 직원들의 퇴직 연금이나 급여 통장 등 부수 업무를 통한 수익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대기업 고객은 '귀한 손님' 대접을 받는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업 대출엔 퇴직연금, 급여 이체, 신용카드 등 다양한 부수 업무가 따라온다"며 "대출 금리를 일부 깎아주지만, 은행이 얻을 수 있는 게 더 많다"고 설명했다.

은행권 대기업 대출 잔액 상승세는 계속해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 연준이 6월에 이어 이번달에도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한은도 이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빅스텝(기준금리 0.50%p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5대 은행의 대기업 대출 잔액이 연내 100조원에 가까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고물가 장기화로 기업들의 수익성이 악화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원자잿값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데, 일각에선 경기 침체 시나리오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3일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하반기 수출 상황을 낙관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기업의 수익성이 떨어지면 대기업 여신의 건전성도 악화될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은 '6월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원자재 가격 상승, 환율변동성 확대 등으로 인해 기업 경영 여건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대출금리 상승 압력이 높아지면서 한계기업과 취약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잠재부실이 현재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