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삼시세끼 어떻게 해결하나" 고물가에 폭염까지…'방학' 두려운 복지시설

뉴스1

입력 2022.07.07 05:00

수정 2022.07.07 05:00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위치한 아동보육시설 공동생활가정(그룹홈) 관계자는 2일 <뉴스1>과 만나 "지난 5월부터 생계비 지출이 급격하게 늘어났다"며 복지시설의 운영이 고물가로 인해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2022.07.02./뉴스1 © News1 이비슬 기자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위치한 아동보육시설 공동생활가정(그룹홈) 관계자는 2일 <뉴스1> 과 만나 "지난 5월부터 생계비 지출이 급격하게 늘어났다"며 복지시설의 운영이 고물가로 인해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2022.07.02./뉴스1 © News1 이비슬 기자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위치한 아동보육시설 공동생활가정(그룹홈) 관계자가 2일 "지난 5월부터 생계비 지출이 급격하게 늘어났다"며 복지시설의 운영도 고물가로 인해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2022.07.02./뉴스1 © News1 이비슬 기자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위치한 아동보육시설 공동생활가정(그룹홈) 관계자가 2일 "지난 5월부터 생계비 지출이 급격하게 늘어났다"며 복지시설의 운영도 고물가로 인해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2022.07.02./뉴스1 © News1 이비슬 기자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IMF 외환위기 이후 약 24년 만에 6%대로 치솟은 것으로 나타난 5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2022.7.5/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IMF 외환위기 이후 약 24년 만에 6%대로 치솟은 것으로 나타난 5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2022.7.5/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7월 1일부터는 가정용과 일반용을 포함한 모든 용도별 전기요금이 ㎾h(킬로와트시)당 5원씩 오른다. 음식점 및 숙박업소 등에 적용되는 영업용(일반용) 가스요금도 7.2% 더 비싸진다. 2022.6.26/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7월 1일부터는 가정용과 일반용을 포함한 모든 용도별 전기요금이 ㎾h(킬로와트시)당 5원씩 오른다. 음식점 및 숙박업소 등에 적용되는 영업용(일반용) 가스요금도 7.2% 더 비싸진다. 2022.6.26/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김정현 기자,이비슬 기자 = "방학하면 삼시세끼를 다 먹여야 하는데… 에어컨 틀면 전기요금은 또 어떻게 감당할지"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공동생활가정(그룹홈) 아동보육시설을 운영하는 기영희 원장은 다가오는 여름방학이 두렵다. 물가가 올라 가뜩이나 생활비가 부족한데 방학에는 삼시세끼를 먹여야 하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으로 대출이자도 매달 10만원씩 더 나온다.

사회복지시설들이 물가 급등과 공공요금 인상, 금리 인상 등 3중고에 신음하고 있다. 지난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24년 만에 6%대를 기록했다. 에어컨 없이는 견디기 힘든 폭염이 이어지면서 전기요금 부담도 큰 짐이 되고 있다.

◇ "돼지고기값만 1.5배, 전세대출이자도 올라"…취약계층 부담 가중

그룹홈은 사정이 어려운 아동, 청소년, 노인들이 소수 그룹으로 함께 지내며 지역사회에 적응하도록 돕는 기관이다. 지난 2일 방문한 'N 그룹홈'에는 현재 10~20세 5명이 한집에서 생활하고 있다.

기 원장은 "생계비 지출이 5월부터 급격히 늘어났다"며 "체감상으로는 돼지고기 가격이 1.5배 뛴 것 같고 아이들 먹일 과일도 비싸진데다 아파트 관리비도 많이 올랐다"며 한숨을 쉬었다.

N그룹홈은 정부로부터 한달에 약 35만원을 운영비로 지원받는다. 아이들을 돌보는 복지사 인건비는 별도다. 아이 한명당 약 56만원의 수급비도 나온다. 지난달에는 다행히 정부에서 연말까지 사용할 수 있는 긴급생활비로 아이 한 명당 40만원을 추가로 지원받았다.

아이들이 정부로부터 받는 수급비 중 40만원씩을 생활비 통장으로 옮겨 식비, 교통비, 의복, 교육비 등에 사용한다. 나머지는 아이들이 퇴소할 때 대학 등록금 등으로 사용하기 위해 저축한다.

기 원장은 "일주일에 2번 장을 보는데, 아이들 먹을 고기를 사면 한번 장을 볼 때 10만원이 훌쩍 넘고, 채소 종류도 한번 사면 5만~6만원씩은 하는 것 같다"며 "가장 자주 먹는 돼지고기의 경우 최근 몇달 사이 값도 많이 올라 전에는 3만원어치만 사도 됐는데, 지금은 5만원어치는 사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본적으로 식비가 한달에 140만원씩 드는데, 물가 상승으로 지출이 점점 더 늘어날 것 같다"며 "또 여름방학 때는 (시설에서) 삼시세끼를 다 먹어야하고 아이들 간식으로 먹일 과일까지 하면 수급비 예산이 부족하다. 최근 무더위 때문에 인상된 전기요금까지 부담이 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금리 인상 역시 부담을 가중시키는 한 원인이었다. 기 원장은 "LH나 SH에서 공동생활가정을 위한 집을 임대해주는데, 전세자금을 그룹홈 운영 법인에서 일부 내고 제 개인 자금과 제 명의의 전세자금대출까지 받았다"며 "최근 금리가 올라 전세자금대출 이자만 10만원 정도 늘어났다"며 난색을 표했다.

기 원장은 10대인 아이들이 좋아하는 배달음식 가끔씩 한 번 먹는 것도 쉽지 않아졌다며 "주말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치킨을 3마리 시켜먹으려면 7만원이 훌쩍 넘는다. 자투리 돈을 모아 가끔씩이라도 배달음식을 먹었는데, 마이너스가 되면 생계비를 끌어쓰든지, 후원받으러 발로 뛰든 해야한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 보육원 "여름 전기요금만 500만원 이상…방학 오는 것 걱정"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A 아동복지시설' 역시 상황이 다르지 않았다. 이곳에는 약 40명의 아동들이 생활하고 있다. 정부로부터 아이 한 사람당 운영비 13만원, 생계비 25만원이 지원된다.

A 시설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물가가 너무 많이 올라서 생계비와 운영비 모두 예전과 달리 그달 들어온 금액을 그대로 다 쓰고 있다"며 "최근 말일 전에 보조금이 다 소진돼서 계약한 업체에 사정을 설명하고 다음 보조금 지급일에 결제하겠다고 당겨 쓴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식자재와 생필품을 '외상'으로 받은 셈이다.

A 시설의 경우 6·25 전쟁 이후부터 운영되고 있는 역사가 깊은 곳이다. 이 덕분에 그나마 후원을 받을 수 있어 버티고 있지만, 최근 빠르게 찾아온 폭염과 전기요금 인상은 걱정거리다.

이 관계자는 "아이들이 많고 건물이 2개층 몇개 동이라 여름에 에어컨을 틀거나 전기 보일러를 틀면 전기요금만 500만원 이상 나온다"며 "운영비(1인당 13만원)로 지원되는 금액이 모두 전기요금으로만 나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취학 아동들도 있고, 아이들이 에너지가 넘쳐 조금만 움직여도 땀을 흘리는데 어쩔 수 없이 자기 전에 1시간 정도 반짝 틀어주고, 너무 더울 때 틀어주고 있다"며 "아이들에게 에어컨 좀 덜 틀자고하고, 물 좀 아껴쓰자고 얘기하는데 아이들도 사정을 이야기하면 잘 따라줘서 고마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물가 상승으로 인한 식비 역시 부담이다.
물가가 갑자기 큰 폭으로 올라 반년간 식비가 체감상으론 2배 오른 것 같다며 혀를 내둘렀다.

또 다른 시설 관계자는 "일반 가정집에서는 아이들에게 제철 과일도 잘챙겨먹이는데 우리가 안먹이면 안되지 않겠느냐"며 "최근 기업 한 곳에서 아이들을 위한 제철 과일들과 컴퓨터를 지원해 주는 등 후원자분들도 (상황을 알고) 아이들을 잘 먹여주라며 도움을 주시거나 생필품 지원을 해주시고 있다"고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이어 "정부에도 계속 이야기를 하고, 고양시 지자체에서도 이야기를 하는데 다들 많이 도와주시지만 예산이 한정된 상황이라 다들 지원이 어려운 상황인 것 같다"며 "조금 있으면 방학인데 세끼를 다 먹여야 하고, 날이 지금보다도 더워질 것 같아 그때가 가장 걱정"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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