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곽인찬 칼럼] 집값 떨어지면 좋기만 할까?

곽인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7.11 18:23

수정 2022.07.11 18:23

[곽인찬 칼럼] 집값 떨어지면 좋기만 할까?
이런 걸 선견지명이라고 해야 하나.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2020년 8월 국회 답변에서 "최근 법인이 내놓는 물건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돈을 마련한다는 뜻)한 30대가 받아주는 양상이 돼 안타까움이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집값이 떨어지면 큰 손해를 볼 수 있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이 발언은 비웃음을 샀다. 그 뒤에도 집값은 겅중겅중 뛰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2년 뒤, 김현미의 예언이 적중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뒤 집값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역에 따라선 하락세로 돌아선 곳도 있다. 1차 원인은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시장에 족쇄를 채운 데 있다. 그보다 더 큰 2차 원인은 밖에서 왔다. 올해 2월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자 고물가가 지구촌을 덮쳤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경쟁적으로 금리를 올리는 중이다. 한국은행은 13일 금통위에서 0.5%p 빅스텝을 밟을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전임 문 정부는 부동산 때문에 죽을 쑤었다. 그 통에 정권마저 내줬다. 저금리가 '원수'다. 어떤 대책을 내놔도 코로나 초저금리가 깔아놓은 판을 바꾸지 못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물가가 오르자 금리가 뛰고, 금리가 뛰자 경기침체 공포가 시장을 짓누르고 있다. 물가가 오르면 최대 피해자는 서민이다. 따라서 금리인상은 곧 서민보호 정책이다. 길게 보면 맞는 얘기다. 그러나 단기적으론 물가 오른 것보다 불황이 주는 고통이 더 크다. 벌써 '물가 잡으려다 경제 망친다'는 아우성이 들린다. 영끌한 젊은 서민층은 자칫 하우스푸어로 내몰릴 수 있다. 지난주 국토연구원은 금리가 상승기에 진입한 뒤 12~15개월 뒤부터 집값이 떨어진다는 보고서를 냈다.

윤 대통령 지지율이 뚝뚝 떨어진다. 허니문 기간 중에 이례적인 현상이다. 원인을 딱 하나만 대라면 나는 주저 없이 물가를 꼽겠다. 고물가는 민심 이반을 부른다. 동서고금의 진리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고 했다. 주머니가 두둑하면 사람들은 웬만한 건 눈감아준다. 대통령 용인술이 마뜩잖아도 그냥 넘어갈 수 있다. 그러나 지갑이 얇아지면 공연히 심술이 난다. 이럴 때 사람들은 화풀이할 대상을 찾는다. 국정 최고책임자인 대통령 지지율이 뒷걸음치는 이유다.

단기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금리인상은 피할 수 없다. 추경호 경제팀이 정신 바싹 차려야 한다. 물가가 안정될 때까지 적어도 수개월, 길게는 수년간 고금리라는 거친 물결을 잘 헤쳐나가야 한다. 대통령 지지율이 물가에 달렸다.

그중에서도 집값 관리가 1순위다. 1860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 가운데 절반가량이 주택담보대출이다. 빚을 내 집을 산 이들은 벌써 이자 부담으로 어깨가 무겁다. 이 마당에 집값마저 떨어지면 으악, 비명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다. 나라 경제도 엉망이 된다.

위기 10년 주기설이 있다. 20여년 전 외환위기가 한국 경제를 뿌리째 흔들었다. 10여년 전엔 글로벌 금융위기로 휘청했다. 이번엔 코로나에 우크라이나 사태가 겹친 복합위기다.
어느 위기이든 최상책은 연착륙이다. 요령 없는 금리정책 탓에 집값이 굴러떨어지고, 그 여파로 가계빚이 부실로 치달으면 최악이다.
영끌이 안타깝다고 한 '김현미의 예언'이 제발 틀리기를 바란다.

paulk@fnnews.com 곽인찬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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