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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닻 올린 노동이사제, 공공개혁 걸림돌 안 돼

130개 공공기관서 4일 시행
노조의 방패막이 역할 우려
노동이사제에 대한 노동계와 경제계의 찬반 논리. /그림=뉴스1
노동이사제에 대한 노동계와 경제계의 찬반 논리. /그림=뉴스1
졸속 논란 속에 도입된 노동이사제가 4일 시행에 들어갔다. 앞으로 130개 공공기관은 노조원 중에서 1명을 의무적으로 노동이사로 선임해야 한다. 일단 출발은 했지만 노사 모두 여전히 불만스러워하고 있다. 사측은 안 그래도 노조의 권한이 센 공공기관의 경영에 노동이사까지 참여하면 개혁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노동계는 노동이사제가 시행되긴 했지만 권한이 약해 '거수기'에 불과하다고 맞받아친다.

노동이사제는 원래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였다. 그러나 진척이 없이 답보 상태가 이어지다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가 한국노총을 방문한 자리에서 찬성하면서 논의가 급물살을 타 관련 법률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노동이사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1개 회원국을 포함, 26개국에서 시행 중이다. 우리도 2016년부터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조례로 운영해왔지만, 입법으로 시행하는 것은 처음이다.

노동이사제는 경영의 투명성과 기업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민주적 의사결정에 도움을 준다는 순기능이 있다. 그러나 노동이사가 경영에 일일이 간섭하며 '감 놓아라 배 놓아라' 한다면 합리적 경영판단을 내리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 노조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고용안정과 근로조건 개선 등 노동자의 이익을 우선시하기 때문이다. 구조개혁, 인수합병 등에 제동을 건다면 개혁과 혁신에 걸림돌이 될 수 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정부가 지침을 통해 노동이사제의 권한에 일정한 제약을 둔 것은 이런 배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노동이사로 선임되면 노조에서 탈퇴해야 한다. 노동이사는 경영에 참여하는 만큼 노조의 이익만 대표해선 안 되며 독립성이 있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한국노총은 이에 반발해 노동이사의 노조 탈퇴를 규정한 지침을 철회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법률과 시행령에서 위임하지 않은 지침은 재량권 위반이라는 것이다.

나아가 노동계는 노동이사의 권한을 더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 3일 열린 토론회에서는 공공기관 사장 등을 뽑는 임원추천위원회에 노동이사를 참여할 수 있게 하고, 이사회 안건부의권과 문서열람권을 허용하라고 촉구했다. 노동이사의 권한을 상임이사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 또한 정부의 지침과는 배치된다. 노동이사의 권한을 둘러싼 정부와 노동계의 힘겨루기가 벌어지는 모양새다.

노동이사제의 순기능도 부인할 수 없지만 역기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노조의 권력은 이미 기업을 넘어 국가 전체를 흔들 만큼 비대해진 상태다. 노조에 노동이사의 힘까지 더해진다면 구조조정이 핵심인 공공개혁이 자칫 좌초될 수 있다.
노동이사제가 노조를 보호하는 방패막이 역할을 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민간기업으로 확대하는 문제는 아직 논의의 대상이 아니지만 매우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우리가 모델로 삼고 있는 독일에서는 노동이사제가 유발하는 노사갈등이 심각해 제도를 폐기하는 수순을 밟고 있음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