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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 시작 후 제일 힘들어"…광주 대표 별미 음식점도 혀 내둘렀다

5일 오후 광주 북구 유동 한 오리탕집 업주 박현숙씨(59·여)가 거래 명세서를 살펴보며 이야기하고 있다. 2022.8.5/뉴스1 ⓒ 뉴스1
5일 오후 광주 북구 유동 한 오리탕집 업주 박현숙씨(59·여)가 거래 명세서를 살펴보며 이야기하고 있다. 2022.8.5/뉴스1 ⓒ 뉴스1


5일 오후 광주 서구 치평동 한 상추튀김 가게 종업원이 상추를 정리하고 있다. 2022.8.5/뉴스1ⓒ 뉴스1
5일 오후 광주 서구 치평동 한 상추튀김 가게 종업원이 상추를 정리하고 있다. 2022.8.5/뉴스1ⓒ 뉴스1


(광주=뉴스1) 이승현 기자 = "미나리를 지난주 2만원에 샀는데 오늘은 3만5000원이네요…어디까지 오를지 너무 무섭네요."

5일 오후 12시쯤 찾은 광주 북구 유동의 오리탕거리.

광주를 대표하는 음식답게 한낮 기온이 32도까지 오르는 무더운 날씨에도 오리탕을 먹으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영업을 시작한지 10분이 채 되지 않아 가게 곳곳이 만석이 됐지만 오리탕거리 업주들의 표정엔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업주들은 식재료값이 하늘 높은지 모르고 치솟아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업주 박현숙씨(59·여)는 "오늘 아침 시장에 다녀왔는데 안 오른 채소가 없었다"며 "분명 지난주 미나리 4㎏, 쌈배추 10㎏을 각각 2만원에 샀는데 오늘은 미나리 3만5000원, 쌈배추 3만3000원을 줬다. 가격이 어디까지 오를 건지 이제 무서울 지경이다"고 토로했다.

한 오리탕집은 최근 메뉴판을 수정했다. 물가 상승을 감당하기 힘들어 미나리를 2번 이상 추가할 경우 한 바구니당 2000원을 받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32년째 오리탕집을 운영 중인 배건일씨(81)는 "채소뿐 아니라 오리값, 들깨값 등도 많이 올랐다"며 "오리탕 가격이 5만원 초중반대에 형성돼 있는데 6만원 이상을 받아도 타산이 안맞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재료값 대신 인건비라도 아껴보려 가족을 불러 일을 하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광주의 또 다른 별미 음식인 상추튀김.

1970년대 충장로 튀김가게에서 식사를 하던 중 밥이 부족해 튀김을 싸먹은 것에서 유래된 후 전국 각지로 알려져 광주를 대표하는 음식이 됐다.

물가 상승으로 업주들의 비명이 커지고 있는 건 상추튀김 가게도 마찬가지였다.

상추튀김 체인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현씨(28)는 최근 배달 시 상추를 추가 주문할 경우 1000원을 받기로 했다.

김씨는 "장사를 한 이래로 지금이 제일 힘든 시기같다"며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밀가루와 식용유 등이 오르더니 이제는 상추 가격까지 말썽이다"고 호소했다.

그는 "보통 상추 4㎏에 1만2000원이었는데 지금은 4만8000원에서 5만원을 줘야 한다"며 "상추튀김인데 상추가 없으면 앙꼬없는 찐빵이지 않냐. 어쩔 수 없이 배달 시에만 추가 비용을 받고 큰 적자를 감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축산물품질평가원과 통계청 등에 따르면 오리 1㎏당 가격은 지난 1월 5750원이었지만 7월 6136원까지 올랐다. 미나리는 전년동월대비 52.0%, 상추와 식용유, 양파 등은 전년동월대비 각각 88.9%, 58.2%, 14.9% 상승했다.

폭염과 장마로 덥고 습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작황이 부진했고 비료 가격과 유류비 등 생산비 증가로 채소류 등 농산물 물가가 급등한 것이다.

광주 별미 음식 업주들은 '물가 상승으로 음식 가격을 올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취재진에 질문에 하나같이 고민 중이지만 어려울 것 같다고 답했다.


한 업주는 "코로나19 재유행이 시작돼 영업에 지장이 생길까 조마조마한 상황에 가격을 올릴 경우 손님들의 발길이 끊길 수 있어서 망설여진다"고 우려했다.

또 "시민들 덕에 별미 음식으로 지정돼 전국 각지에서 찾아오는 만큼 쉽사리 가격 인상 결정을 못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주들은 이런 상황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가격 인상은 물론 폐업까지 생각할 수 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