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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100℃]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본 탈북민 피고인

사진제공= 채널 ENA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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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6화에서는 탈북민 재판을 다뤘다.(ENA 인스타그램 갈무리)ⓒ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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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6화에서는 탈북민 재판을 다뤘다.(ENA 인스타그램 갈무리)ⓒ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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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북한 100℃]는 대중문화·스포츠·과학·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북한과의 접점을 찾는 코너입니다. 뉴스1 북한팀의 구성원들이 각자의 관심사와 관점을 가감 없이 독자들에게 소개합니다.

(서울=뉴스1) 이설 기자 = "탈북민도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그러니까 재판도 하는 거죠."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6화에 등장하는 판사가 법정에 선 증인에게 한 말이다. 이 증인은 탈북민에게 상해를 입은 피해자에게 진단서를 발급해준 의사다. 그가 밝힌 의사로서의 소견에는 '탈북민이 우리 사회를 범죄로 물들여간다'는 평소 생각이 담겨 있었다. 법정에서 "탈북민이 아닌 한국민을 보호하는 재판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한다.

드라마 속 사건은 신민영 변호사가 쓴 책 '왜 나는 그들을 변호하는가'에 실린 실제 사건을 각색한 것이다. 앞서 언급한 판사도, 증인도 다소 각색은 됐지만 실제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인물이다. 그동안 우리는 탈북민을 어떻게 바라봐왔으며 앞으로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드라마는, 그리고 실제 사건은 많은 질문을 던진다.

탈북민 재판에 등장한 '북한법'?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탈북민 A씨는 탈북 브로커 B씨에게 빌려준 돈 1000만원을 받기 위해 B씨에게 채무가 있는 C씨를 찾아가 돈을 요구하다 상해를 입힌다. A씨는 곧 재판에 넘겨졌는데 당시 3살이었던 딸을 두고 갈 수 없어 도주했고, A씨의 공범만 4년을 복역하고 나왔다. A씨는 5년 뒤 딸을 보육원에 맡기고 경찰에 자수한다.

실제 변호를 맡았던 신 변호사는 "피고인이 여느 사람들보다 법을 가볍게 생각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면서도 "빚진 돈을 받으려다 상대를 다치게 하면 강도상해가 된다는 건 남한 사람들도 잘 모르는데 피고인은 어떻게 알았겠는가"라고 반문한다. 강도상해죄는 최소 7년 형인 '중범죄'다.

그래서인지 드라마상 변호사 우영우(박은빈 분)도 '북한법'까지 들고나온다. 북한 형법상 '개인재산강도죄'는 4년 이하의 '로동교화형'에 처하는데, 북한에서 강도죄에 해당하려면 사망 혹은 중상해를 입혀야 한다. 변호인들은 피고인이 채무자에게 폭언과 폭행을 할 땐 강도상해죄에 해당하는 처벌을 받을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다는 취지의 변론을 한다.

하지만 이 주장은 피고인이 "내가 어떻게서든 돈을 받으려 했던 건 사실이다"라고 말하면서 힘을 잃는다. 사실 피고인의 말을 차치하더라도 '남한' 법정에서 '북한법'을 들고나오는 건 드라마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다. 그런데도 피고인을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구제하겠다는 변호인들의 의지가 느껴져 인상적이었다.

실제로도, 또 드라마상에서도 변호인들은 이 사건의 피고인인 탈북민을 위해 고군분투한다. 피고인은 무려 5년 동안 홀로 모텔에서 청소하며 아이를 키웠다. 탈북민이자 수배자 신세인 그에겐 변변한 일자리 하나 주어지지 않아서다. 변호인들은 홀로 남겨질 피고인의 아이를 위해서라도 집행유예를 받겠다는 의지를 다진다. 나는 이때만큼은 변호인들이 탈북민으로서가 아니라 피고인으로서, 혹은 한 아이의 어머니로서 그를 대했다고 생각한다.

"탈북민이 아닌 한국민을 위해"?

물론 드라마에선 탈북민을 보는 '다른' 시선도 존재했다. 앞서 언급한, "탈북민이 아닌 한국민을 보호하는 재판을 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인, 이 사건 피해자에게 진단서를 발급해준 의사다.

그는 이후 자신 명의의 칼럼에서 피해자가 '사랑하는 남편의 퇴근을 기다리던 도중' 탈북민들에게 폭행당했으며, '일면식도 없는 탈북민들이 일방적으로 금품을 요구했다'고 썼다. 실제론 피해자가 이미 남편으로부터 상습폭력을 당하고 있었으며 탈북민들은 빚진 돈을 갚으라 요구한 거였다. 이 의사의 진단이 얼마나 편견에 치우쳐 있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가 발급한 진단서는 피해자가 입은 상처 대부분이 '남편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을 배제하게 했고 탈북민 공범이 4년 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한다. 물론 탈북민들이 돈을 받기 위해 피해자에게 상해를 입힌 건 사실이다. 다만 이들이 '과잉' 처벌을 받는 건 또 다른 문제다.

흥미로운 건 이 의사가 자신이 쓴 칼럼으로 이미 '많은 욕'을 먹었다며 법정에서 언급하기를 꺼렸다는 점이다. 자신의 '소신'이 들어간 진단서에 스스로 당당하지 못했다는 걸 암시한 것 같다.

너무 뜨거워도, 차가워도 풀 수 없는 문제?

결국 피고인은 어떻게 됐을까. 강도상해죄가 최소 7년 형이라는 점에서, 이미 공범은 4년 형을 받고 복역했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중형을 피하기 어려워 보였다. 그런데도 피고인은 징역 1년 9월에 3년간 집행유예, 80시간의 사회봉사를 선고받는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드라마 같은' 판결이었다.

하지만 판사는 '실제'로도 피고인이 탈북민으로서 한국 사회의 법과 규범에 아직 익숙하지 않은 점, 형사처분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무엇보다 5년이나 지나 자신이 저지른 죄를 잊지 않고 처벌받을 목적으로 자수한 점을 특별 양형인자로 참작했다고 설명한다.

탈북민을 혐오한 증인이 원한 결론도, 무리해서라도 변론하려고 했던 변호인들이 예상했던 결론도 아니었다. 드라마는 오히려 피고인을 지켜야 한다는 감정에 치우친 변호인들마저 가장 기본적인 감형 사유인 피고인의 '자수'를 고려하지 못했다고 짚는다.

탈북민을 비롯한 이방인을 우리는 '보호'해야 하거나 '배척'해야 하는, 마치 둘 중 하나를 택일해야 하는 문제로 바라보곤 한다. 어떤 쪽이든 감정에 치우칠 땐 어쩌면 답이 있는 문제까지 제대로 볼 수 없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그깟 공익 사건, 그깟 탈북자 하나라고 생각하진 말자고. 수십억짜리 사건처럼은 아니더라도 열심히 하자고."

드라마 속 시니어 변호사 정명석(강기영 분)은 이 사건 변호인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그깟 공익 사건', '그깟 탈북자 하나' 때문에 증인으로 나선 의사 회원을 잃었다는 동료 변호사의 항의에 대한 대답이기도 했다.

탈북민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는 여전히 큰 숙제다. 보호와 배척 사이 어디쯤엔가 답이 있을 수도 있겠다.
분명한 건 탈북민도 우리나라 국민이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탈북자 하나'의 무게는 절대 가볍지 않다. "탈북민도 대한민국 국민"이며 "그러니까 재판도 하는 것"이라는 판사의 설명이 필요 없는 법정을 상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