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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전약후] 동물 췌장서 찾아낸 '인슐린'…인류의 오랜 고통을 덜다

뉴스1

입력 2022.08.07 05:00

수정 2022.08.17 14:50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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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태환 기자 = 당뇨는 고대 이집트 때 작성된 파피루스 문헌에서도 찾아볼 수 있을 만큼 인류를 오랜기간 괴롭히고 있는 질환이다. 특히 질환의 특성상 완치가 아닌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해 전세계 다수의 제약·바이오 회사들이 끊임없이 신약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우리 몸은 음식을 섭취하면 혈액 속에 당(糖)의 비율이 높아지는데 이때 췌장에서 호르몬인 인슐린을 분비돼 혈액 속 당을 몸에 맞게 조절한다. 그런데 이 인슐린 분비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 혈당이 조절 기능이 작동하지 않아 당뇨가 발생하는 것이다.

췌장에서 인슐린 분비가 안되는 경우를 1형, 이외 인슐린 분비는 되지만 체내 저항성으로 인해 기능에 문제가 있는 경우 2형으로 구분한다. 1형의 치료제는 유전자재조합 '인슐린' 주사, 2형 치료제는 혈당 조절 기능의 화학합성 성분 알약이 대표적이다.


◇소 췌장 추출물로 혈당 조절…캐나다 14세 소년 첫 실험

당뇨 치료의 처음과 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인슐린 주사는 1921년 캐나다 토론토 대학의 밴팅과 베스트의 해부실험에서 비롯됐다. 개의 췌장 절제술을 시행하면서 췌장 추출물의 혈당 강하 효과를 확인하게 된 것이다.

이후 이들은 토론토 대학병원의 내과의사 그래함에게 임상시험을 제안했다. 당시 당뇨병을 앓고 있던 14세 소년 레오나르드 톰슨이 첫 투약 환자로 선정됐다. 연구진은 소의 췌장 추출물을 멸균 처리하고 톰슨에게 투약했다.

그 결과 톰슨의 혈당은 2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케톤뇨가 확인되는 등 치료제에 사용할 수 있는 유의미한 효과로 보기는 어려웠다. 더욱이 소년은 주사 부위 한쪽에는 불순물에 의한 비세균성 농양이 나타났고 임상시험은 사실상 실패로 끝났다.

그러나 이와 유사한 시기 캐나다 토론토의 생화학자인 제임스 콜립이 소의 췌장 추출물 정제에 성공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콜립이 만든 췌장 추출물을 톰슨에게 주사하자 소변 내 당과 케톤 등 성분이 확인되지 않았다.

이 임상시험 연구 결과는 1922년 5월 미국내과학회를 통해 발표됐다. 인슐린의 첫 발견이다. 다만, 현재 제약회사들은 동물의 췌장 추출물을 사용하지 않고 유전자재조합 방식으로 인슐린을 제조한다.

◇2형 당뇨 치료제도 진화 중…체중 증가 부작용도 해결

2형 당뇨병 치료제의 경우 알약과 주사제 2가지 형태로 나뉜다. 알약의 경우 우리 몸에서 인슐린 분비를 자극하는 단백질 수용체의 특정 부분을 자극하거나 차단하는 방식으로 각각 개발돼 왔다.

앞서 1970~1980년대만 해도 당뇨로 인해 병원을 방문하면 설포닐우레아계(SU)나 비구아나이드(BG)계열 약물을 처방받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SU 계열의 경우 체중 증가 부작용이 있어 현재는 극히 제한적으로 사용된다.

이러한 체중 증가 부작용을 뛰어넘은 약들은 현재까지 계속해서 계보를 이어나가는 중이다. BG 계열의 가장 오래된 약인 '메트포르민' 성분은 1958년 유럽에서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승인한 첫 경구용제로 현재까지도 가장 많이 처방된다.

다만, 젖산이 축적되는 부작용 문제로 미국에서는 1995년에나 허가를 받았다. 또 신장 기능 저하 부작용도 있어 관련 질환 환자에게는 다른 약물 사용이 권고된다. 현재는 'DPP-4'억제제, 'GLP-1 주사제', 'SGLT-2'억제제 등이 대세다.

DPP4 억제제와 GLP-1 주사는 체내 혈당이 높을 때만 인슐린 분비를 선택적으로 증가시킨다는 특징이 있다. 당뇨약으로 인한 가장 위험한 부작용인 '저혈당'으로 인한 쇼크 위험이 가장 적다.

또 가장 최신의 계열인 SGLT-2 억제제는 인슐린이 혈당을 조절하는 방법과 반대의 기전을 갖는다.
인슐린이 간이나 근육 등에 글루카곤 형태로 당을 축적한다면 SGLT-2 억제제는 재흡수를 통해 소변으로 당을 오히려 더 배출하고 혈당 수치를 낮춘다.

국내외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이러한 기전의 당뇨약을 하루 1번 먹거나 월 1회 주사하는 등 방식으로 개량 중이다.
이와 함께 당뇨약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다른 계열 성분을 2개 또는 3개까지 서로 혼합하는 복합제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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