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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혜의 돋보기] 5G 중간요금제가 매력적이지 않은 이유

기사내용 요약
5만9천·24GB에 이어 6만2천원 30GB 요금제 출시 거론
상위 가입자가 갈아타기엔 부족한 월 기본 데이터
관제성 요금제의 한계…'자의반타의반' 떠밀린 5G 중간요금제
요금제 출시 압박 보단 경쟁환경 조성이 우선돼야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서울시내 한 휴대폰 할인매장 앞의 모습. 2022.06.16.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서울시내 한 휴대폰 할인매장 앞의 모습. 2022.06.16.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심지혜 기자 = #30대 직장인 A씨는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가입자다. 스마트폰 구매시 지원금을 많이 준다기에 가입한 요금제다. 데이터가 무제한이다보니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편하게 보지만 월평균 사용량은 40GB 수준에 그친다. 최근 5G 중간요금제가 나와 바꿔보려했지만 패턴에 맞지 않아 포기했다.

#개인 사업자인 70대 B씨의 월평균 사용량은 30GB 안팎이다. 많이 쓸 때에는 30GB대가 나오고, 그렇지 않으면 20GB 중후반대다. 그 역시 요금제를 바꿔보려 했지만 쉽게 내키지 않는다.

#1살배기 아기 엄마인 30대 C씨의 사용량은 다소 들쭉날쭉하다.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 와이파이를 많이 사용하면 10GB대가 안나오는 달이 있는가 하면, 외출이 잦은 달에는 20GB 중반대가 나온다. 그럼에도 선뜻 중간요금제를 선택하지 못한다. 데이터를 더 쓰는 경우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기자의 주변 사례들입니다. 모두가 그렇다고 볼 순 없지만 지난 5일부터 출시된 5G 중간요금제의 실효성에 대한 물음표가 붙는 이유는 되는 것 같습니다.

10GB 이하와 110GB 이상으로 이원화된 5G 요금제 구성을 개선하기 위해 중간요금제가 나왔지만 실망의 목소리가 더 크게 들립니다. 왜일까요.

◆ 월 5만9000원 요금제 출시한 SKT…GB당 요금 더 비싸

이동통신 3사 중 중간요금제를 가장 먼저 내놓은 곳은 SK텔레콤입니다. 월 5만9000원에 기본 데이터 24GB를 줍니다. 그런데 처음부터 의문이었죠. 10GB와 110GB 사이면 50~60GB일텐데 왜 하필 24GB로 정했을까요. 회사측은 상위 1%의 헤비유저를 제외한 99% 5G 이용자의 월평균 데이터 사용량과 같아서라고 합니다.

새 요금제를 기준으로 그 아래 요금제는 월 5만5000원·11GB, 위 요금제는 6만9000원·110GB가 있습니다. 매달 11~24GB가량 쓰는 이용자들이라면 5만9000원 요금제로 바꿀 경우 매월 1만원 가량 통신요금을 아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과연 합리적 선택일까요? GB당 요금을 따져보면 1만원을 더 내더라도 데이터를 4배 더 주는 6만9000원 요금제가 나아 보입니다. 1GB당 요금이 6만9000원 요금제는 627원인데, 5만9000원 요금제는 2458원. 무려 4배 가까이 비쌉니다.

매달 20GB 초반대 데이터를 써온 이용자들이 할 지라도 5만9000원으로 쉽게 갈아타지 못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유튜브 고해상도 영상이나 넷플릭스 몇편 보면 몇 GB정도는 훌쩍 넘길 수 있죠. 애매합니다. 월 10GB 안팎의 데이터를 쓰는 이용자들에게만 주어진 선택지라는 얘기가 그래서 나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데이터 트래픽 통계에 따르면 6월 기준 월 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26.8GB 입니다. 20~30GB 사이 이용자들은 갈 곳이 없네요.

◆ 바통 이어받은 KT·LGU+…30GB 예상되지만 실효성 '글쎄'

KT와 LG유플러스는 보다 공격적인 5G 중간요금제 상품을 내놓을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KT의 경우 6만2000원·30GB의 요금제 출시를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가격은 현행 월 5만5000원(11GB)과 6만9000원(110GB) 요금제의 중간 격이네요.

LG유플러스는 30GB대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상품을 고민한다고 합니다. 현실화될 경우 SK텔레콤과 KT보다 더 많은 데이터를 주고 가격도 더 높게 책정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LG유플러스는 현재 월 7만5000원·150GB와 5만5000원·12GB 상품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 30GB 데이터 요금제 상품도 사실 애매하긴 마찬가지입니다. SK텔레콤의 월 5만9000원짜리 요즘제보단 매월 6GB를 더 주지만 가격도 월 3000원 가량 비싸지죠. 월 6만9000원에 110GB의 데이터를 받아왔던 이용자 입장에서 보면 7000원 아끼는데 비해 손해 보게 될 데이터 폭이 너무 크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겁니다.

이 때문에 30GB 데이터 상품 역시 크게 실효를 거두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KT와 LG유플러스도 곧 중간요금제를 출시하겠지만 데이터 무료 제공량이 적어 소비자 채택 비율이 낮을 것"이라며 "도입 효과가 거의 없을 전망"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어정쩡한 중간요금제만 나오는 속사정

월 6만원대 안팎(5만9000원~6만1000원) 가격대로 50GB 데이터를 지급하는 '진짜 중간요금제'라면 어떨까요. 인기를 끌 요금제가 될 수 있을 텐데 말이죠. 정치권과 시민단체도 50GB 이상 구간의 요금제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통사들은 외면합니다.

이통사들이 선뜻 진짜 중간 요금제를 내놓을 수 없는 속사정은 무엇일까요. 바로 '수익' 때문입니다. 이통사들의 무선 실적과 직결되는 대표적인 수익 지표가 '1인당월평균매출(ARPU)'입니다. 전체 가입자들로부터 월평균 이동통신 사용료로 얼마나 받는 지 보여주는 가격 수치인데요. ARPU가 높을 수록 우량고객이 많다는 얘기이고, ARPU가 떨어지면 그 반대입니다.

이동통신 가입자들이 시장 포화된 지금의 통신시장에선 ARPU가 높은 이통사가 돈을 잘 버는 회사이겠죠. 이통3사가 ARPU 지표에 집착하는 이유입니다.

LTE보다 5G 요금제가 비싼 게 사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5G 가입자 비중이 높을 수록 이통사들의 ARPU가 높아지는 건 어쩌면 당연해 보입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봤더니 꼭 그렇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KT를 제외하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ARPU은 5G 상용화 초기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떨어졌죠.

SK텔레콤은 5G 서비스 첫 해인 2019년에 올라가는 듯 했으나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다 결국 제자리 걸음을 걷는 수준에 그쳤습니다. SK텔레콤의 2019년 2분기 ARPU는 3만337원에서 같은해 4분기 3만1215원으로 늘었습니다. 그러나 다시 떨어지기 시작해 올해 1분기에는 3만401원이 됐습니다.

LG유플러스는 2019년 2분기 3만1194원에서 올 1분기 기준 2만9634원으로 줄었습니다. KT만 같은 기간 3만1745원에서 3만2308원으로 소폭 올랐습니다.

고가의 무제한 요금제 가입자 비율도 점차 떨어지고 있습니다. 과기정통부의 무제한 요금제 트래픽 현황 자료를 기반으로 따져보면 2019년 12월 기준(산정 시작 시기) 5G 무제한 요금제 가입자 비율은 72%입니다.

그러다 5G 상용화 1년이 지난 2020년 6월에는 61%로 내려갔고 2년이 지난 지난해 6월에는 51%를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6월에는 46%로 더 낮아졌습니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50GB 데이터 중간요금제 출시는 이통사 수익에 큰 부담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월 6만9000원 이상 요금제 가입자 중 월 평균 데이터 사용량 50GB 이하인 사용자라면 무조건 50GB 요금제로 갈아탈 테니까요. ARPU 하락은 불을 보듯 뻔할 것이고, 이로 인해 이통사들은 막대한 손실을 볼 수 있을 겁니다.

월 6만9000원 이용자 입장에서 쉽게 갈아탈 수 없는 어정쩡한 중간 요금제 상품들만 나오고 있는 진짜 이유일 것입니다. 그래서 현재 이통 3사가 내놓은 중간요금제 상품이 월 6만9000원 이상 고가요금제 가입자보다 월 5만5000원 이하 가입자들을 겨냥한 측면이 많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관제 정책보단 실제 요금 경쟁 유인할 수 있는 시장 기반 조성해야

사실 5G 중간요금제는 이통사들이 자발적으로 내놨기보단 정부의 압박에 의해 내놓는 '정책 요금제'입니다.

'자의가 아닌 타의반'이었다고 할까요. 다들 최악을 피하가자는 식의 구성을 내놓은 것 같은 느낌이 강합니다. SK텔레콤의 5G 중간요금제가 출시된 5일 당일 요금제 출시와 관련된 별도의 이벤트나 홍보가 없었던 것도 그런 이유일 것입니다.

5G 상용화 초기만 해도 서로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해 좀 더 매력적인 구성을 제시하던 때와는 경우가 달라도 한참 다르다는 얘기죠.

업계 전문가들은 이용자들이 실제 만족할 수 있을만한 요금제 출시가 많아지려면 반강제적인 요금제 출시 압박보단 이통사들이 실제 서비스와 요금으로 승부를 벌일 수 있는 경쟁 환경을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3G와 LTE 서비스 당시 '무제한 데이터요금제'와 '음성·문자 무료화' 같은 파격적인 요금 상품들이 출현할 수 있었던 건 당시 SK텔레콤의 점유율 독식을 깨려는 KT와 LG유플러스의 추격 심리와 방어 심리가 교차되며 맞부딪혔기 때문입니다.

이통 시장 경쟁을 막은 건 정부 정책 탓이 크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이통사들의 마케팅 비용을 극도로 제한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도 그렇고, 전 정부가 주도한 5G 동시 상용화가 이통 시장내 경쟁이 상실된 주 원인이라고 꼬집고 있습니다. 단통법 시행 이후 '폰 호갱'은 사라졌지만 가입자 유치 경쟁이 심각하게 위축됐고, 이통3사가 5G를 동시에 상용화하면서 이통사간 서비스·요금 경쟁 강도를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얘기입니다.

정부가 특정 요금제를 강요하기보다 금융권을 비롯한 제 3세력에 통신시장 문호(알뜰폰)를 개방하는 등 이통3사의 고착화된 시장 경쟁구도를 깨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이통사들이 긴장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이통사 스스로 이용자들이 정말 필요로 하는 요금제를 스스로 내놓지 않을까요. 이용자들을 제대로 지키려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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