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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단 하루 폭우에…도서관 문닫고 보도블럭 무너지고

9일 오전 서울 관악구 2호선 신대방역 앞, 폭우로 인해 보도 블럭이 무너졌다. /사진=박지연 기자
9일 오전 서울 관악구 2호선 신대방역 앞, 폭우로 인해 보도 블럭이 무너졌다. /사진=박지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강남역 일대가 침수됐다는 뉴스를 접하고 다른 나라 이야기일 줄 알았는데, 우리 아파트가 이럴 줄은 몰랐어요."
끝이 모르고 내리는 폭우를 두고 서울 서초구 반포자이에 거주하는 50대 여성은 이 같이 이야기했다. 반포자이 지하 3층 주차장은 폭우로 물난리가 났다. 주민들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차량을 최상층 주차장에 배치했다. 실제 이날 지하 1층 주차장은 평일 오전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병렬주차 등으로 만석을 이루고 있었다. A씨는 "내일까지 서울지역에 집중호우가 예상된다는 일기예보를 접했는데, 지하 1층도 안전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9일 파이낸셜뉴스가 찾은 서울시 일대는 폭우 피해가 심각했다. 전날 서울을 80년만에 기록한 최대 강수량으로 상가와 주차장 등 저지대 시설은 모두 침수피해를 입었다. 일부 시설은 영구적인 피해로 영업을 하지 못하는 업장도 있었다.

■아파트 주차장 침수
이날 반포자이 인근 상가의 피해는 더욱 심각했다. 전일 폭우로 지하 1층 상점가에 사람 발목 수준으로 물이 차오르면서 점포들은 장사 불능의 상태였다. 이곳 상가에서 여행사무실을 운영하는 40대 남성은 "새벽에 상가 천장에서 물이 새면서 물난리가 났다"며 "아침 일찍부터 사무실 안쪽까지 스며든 물기를 제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상가 복도는 점포 안 집기들로 가득했다.

이곳 상인들은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세탁소 등은 옷걸이 높이를 더욱 높여 세탁물에 오염물이 튀지 않게 했다. 이곳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상인 B씨는 "옷 상태를 일일이 확인하는 등 더 큰 피해가 없도록 준비 중이다"고 언급했다.

잠원한강공원 역시 오는 11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고된 집중호우에 대비하는 모습이었다. 시민의 안전을 위해 저지대 쪽 갑문을 모두 닫고, 물이 범람한 산책로는 폐쇄했다. 또 화장실과 생태체험관, 각종 물품보관소 등 각종 편의 시설들을 올림픽대로 변으로 옮기기 위해 집게차들을 대기시킨 상태다.

공원 관계자는 "고수부지가 총 6단 정도로 구성돼있는데, 현재 마지막 단 직전까지 물이 차오른 상황"이라며 "잠수교 쪽은 이미 물에 잠겼고 한남대교 쪽 고지대 역시 안전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9일 폭우로 인해 서울 서초구 반포자이 상가 상인들은 침수된 집기를 치우고 있다./사진=김동규 기자
9일 폭우로 인해 서울 서초구 반포자이 상가 상인들은 침수된 집기를 치우고 있다./사진=김동규 기자
■도서관 문 닫기도
폭우로 인해 대중교통은 마비 단계에 이르렀다. 밤새 내린 폭우로 지하철 2호선 신대방역 인근에는 수마(水魔)가 휩쓸고 간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었다. 폭우로 지하철역 출구 앞 보도블록이 파손된 탓에 시민들은 넘어질 듯 아슬아슬하게 일대를 통행했다. 신대방동에 거주하는 박모씨(45)는 "거리가 엉망진창이 돼 발을 헛디뎌 넘어질 뻔했다"며 "10년 넘게 살면서 비 때문에 인도가 망가진 건 처음"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일부 상인도 피해를 호소했다.

신대방역 일대서 실내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60대 정모씨는 망가진 보도블록을 손수 정리하며 시민들의 보행을 도왔다. 정씨의 가게 내부 역시 흙탕물이 고여있는 등 폭우가 할퀴고 간 흔적이 역력했다. 그는 "가게 앞에 가방 등 짐을 내놨다가 전날 폭우로 전부 쓸려 내려갔다"며 "가방은 찾을 새도 없었다. 상점 앞을 지나던 시민들 안전 보행이 먼저라는 생각이 들어 보도블록을 정리하고 있었다"고 했다.

여의도 포스트타워에서 식당을 하는 C씨는 "건물 복도에 물이 다 새고 절반 정도 조명이 꺼졌다"며 "손님들이 머뭇거리다가 발길을 돌리기 일쑤"라고 토로했다. 그는 "새로 생긴 건물에 계속 물이 새고 있는데 보상도 안 해주고 있어 피해가 막급하다"고 덧붙였다.

9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은 침수로 인한 정전으로 문을 열지 않았다./사진=노유정 기자
9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은 침수로 인한 정전으로 문을 열지 않았다./사진=노유정 기자
대학가에서도 침수 피해로 인해 건물을 폐쇄하기도 했다.

이날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는 중앙도서관을 휴관했다. 중앙도서관에서 3시간 동안 고여있는 물을 빼냈다는 노동자들은 기진맥진해 있었다. 13년간 서울대에서 청소를 해왔다는 청소노동자 D씨(56)는 "이런 건 처음이다. 물이 한강 같았다"며 "캄캄한 건물에서 군데군데 침수된 곳을 휴대전화 불빛에 의지해 물을 닦아냈다. 물을 밀대로 밀어내면서 바닥에 온통 물이 있어서 미끄러져 넘어질까, 또 전기에 감전될까 봐 무서웠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또 이날 예정된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 3주기 청소노동자 처우 개선 기자회견'이 취소되기도 했다.

연구를 진행하던 대학원생도 오늘 업무가 걱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18번 건물에서 근무하는 약학대학원 학생 박모씨(30)는 "출근했는데 컴퓨터만 작동하고 그마저도 와이파이가 안 돼 오늘 오전 내내 문서작업만 했다"며 "다른 건물에 있는 기기까지 써야 하는데 정전된 건물도 있고 해서 실험을 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같은 약학 대학원생 오모씨(29)는 "계획한 실험을 못 하고 일정이 미뤄지게 되면 힘들어진다"며 "특히 동물실험실이 지금 폐쇄돼서 통풍도 안 되고 피해가 크다"고 안타까워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박지연 김동규 노유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