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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 "쉬기라도 해야 전통시장 찾아" vs 소비자 "마트 쉬면 온라인서 소비" [입장 들어봤습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제 폐지 논란
소상공인 "제도 폐지시 매출 직격탄"
소비자 "소비채널 늘어 실효성 의문"
지난 1일 대구 최대 전통시장인 서문시장 관문에 '대형마트 의무휴무제 폐지는 전통시장의 고통입니다!' 등의 내용이 담긴 현수막이 걸려있다. 최근 정부의 '국민제안 온라인 투표' 결과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가 1위를 차지하면서 폐지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일 대구 최대 전통시장인 서문시장 관문에 '대형마트 의무휴무제 폐지는 전통시장의 고통입니다!' 등의 내용이 담긴 현수막이 걸려있다. 최근 정부의 '국민제안 온라인 투표' 결과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가 1위를 차지하면서 폐지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연합뉴스
국무조정실은 지난 4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첫 번째 규제심판회의를 열어 대형마트 영업제한 규제에 대해 논의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 의무휴업일 안내문 연합뉴스
국무조정실은 지난 4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첫 번째 규제심판회의를 열어 대형마트 영업제한 규제에 대해 논의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 의무휴업일 안내문 연합뉴스
10년간 지속돼 온 '대형마트 의무휴업제도'가 폐지 논의를 거치면서 논란이 들끓고 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제도는 유통산업발전법 제12조2에 따라 대형 마트.기업형 슈퍼마켓(SSM) 등이 매달 이틀은 의무휴업을 하고 추가로 오전 0시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을 하지 못하도록 한 규제다. 최근 정부가 '대형마트 의무휴업제도' 관련 논의를 공식화 하자 소상공인들과 소비자들의 입장이 갈렸다. 소상공인들은 규제를 없애면 지역 상권에 위기가 찾아올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에 반해 소비자들은 제도의 실효성이 의심된다며 폐지에 손을 들어주고 있다.

■소상공인 "마트 쉬어야 매출 늘어"

8일 기자가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에서 만난 소상공인들은 입을 모아 대형마트 의무휴업제 폐지에 대해 반대했다.

경동시장은 도보로 10분 이내 거리에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가 2곳이나 있다. 따라서 대형마트 의무휴업제 폐지 시 직격탄을 맞는 시장이다. 때문에 전통시장 상인들은 대형마트가 쉬기라도 해야 사람들이 전통시장을 찾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형마트가 생기기 전부터 40년간 경동시장에서 채소를 팔았다는 A씨는 "휴일이 대목인데 대형마트가 문 열면 지장이 크다"며 "마트가 문 연 날은 하루 매출이 20만원 이상 줄었다"고 말했다.

손님이 없는 매장에서 채소를 다듬고 있던 B씨는 "마트가 쉬면 확실히 젊은 사람들이 많이 오는 편이다. 하루에 3분의 1은 더 판다고 보면 된다"며 "마트가 문 연 휴일엔 특히 젊은 사람들이 다 마트로 몰린다"고 한숨을 쉬었다.

30년 가까이 채소를 팔아온 전모씨는 "젊은 사람은 휴업일 전에 물건을 미리 사고 시장에 잘 안 오는 것 같지만 그래도 나이 든 사람은 당장 필요한 물건이 있을 때 전통시장에 온다"고 강조했다.

■소비자 "에어컨 없고 주차 불편… 마트 쉬면 온라인 쇼핑"

온라인 구매에 익숙한 소비자들은 대형마트 의무휴업제의 실효성에 의문을 품는다. 제도가 10년 이상 유지되면서 온라인 등 다른 소비 채널이 많이 생겨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류모씨(28)는 경동시장이 가까이 있지만 대형마트가 쉬면 온라인을 선택했다. 류씨는 "장 보러 갈 때 차를 자주 쓰는데 시장은 주차가 불편하고 여름엔 더워서 꺼리게 된다"며 "시장을 살리려면 대형마트를 강제로 휴업시킬 것이 아니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자체에서 투자하는 등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제가 전통시장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지적도 있었다.

5년 전 동대문구 제기동에 살던 당시 경동시장을 이용했다는 김모씨(31)는 "가격이 싸고 식품들이 신선해 휴일에는 인근 홈플러스보다 붐비는 게 경동시장"이라며 "자체 경쟁력을 키우면 규제가 없어도 사람들이 많이 찾을텐데 정부가 과잉보호하면 오히려 전통시장이 개선되거나 발전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기도 용인시에 사는 주부 구모씨(52)는 "매일 장 보는 것도 아닌데 하루 쉰다고 해서 동네 슈퍼를 가지 않는다"며 "기다렸다가 다음에 마트에 간다.
오히려 이 동네는 대형마트가 문 닫으면 풍선효과로 하나로마트만 사람이 붐빈다"고 말했다.

의무휴업 폐지는 시기 상조라는 주장도 있었다.장모씨(26)는 "월 2회 대형마트에 못 가면 누군가에겐 고작 불편함이겠지만 누군가에겐 생존권이 달린 문제"라고 말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