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오세훈때 계획한 빗물터널, 박원순때 백지화..강남 물난리 사태 키웠다

정경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8.10 08:49

수정 2022.08.10 08:49

서울 서초구에서 반포천 유역 분리터널이 관통돼 있다. '반포천 분리터널 공사'는 서울시의 '강남역 일대 및 침수 취약지역 종합배수개선대책'에 따른 공사다. (호반산업 제공) 2020.12 3/뉴스1 /사진=뉴스1
서울 서초구에서 반포천 유역 분리터널이 관통돼 있다. '반포천 분리터널 공사'는 서울시의 '강남역 일대 및 침수 취약지역 종합배수개선대책'에 따른 공사다. (호반산업 제공) 2020.12 3/뉴스1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지난 8일부터 수도권을 포함한 중부지방에 폭우가 쏟아지면서 각종 인명 및 재산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지난 2011년 이후로 또 다시 강남이 침수되면서 빗물터널로 불리는 유역분리터널 백지화가 도마 위에 올랐다.

서울시는 이번 피해에 대해 지난 우면산 산사태 이후 당시 오세훈 시장이 강남역과 신월동 등 7곳에 거대 지하 물탱크와 같은 대심도 배수 터널 건설을 제안했지만, 박원순 전 시장의 취임 후 계획했던 7개 터널 가운데 6곳이 건설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폭우로 침수 혹은 수해 피해가 컸던 지역에는 무산된 6곳도 포함됐다.

박 전 시장은 이후 2012년 5월 신월동 한 곳에만 대심도 배수시설을 짓기로 하면서, 사실상 나머지 지역은 무산됐다. 당시 정치권 등에서는 "오 시장이 벌이려는 과도한 토목공사를 멈춰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박 전 시장은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서울시는 지난 2015년 빗물 배출 방식을 개선하고자 1조 4000억원이 투입되는 '배수구역 경계조정 공사'를 2016년까지 마무리 짓겠다고 발표했지만, 공사는 2024년까지 연장됐다. 반포천 유역분리터널 사업은 올해 6월에 완공됐지만, 30년 전 빈도 기준인 시간당 95mm까지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돼 이번 폭우에는 무용지물이 됐다.

결국 2011년 '우면산 산사태' 이후 도시 수해 안전망을 구축하고자 10년간 투입한 예산만 약 3조 6792억원이었지만 이번 피해를 막을 수 없었다.

이영주 도시방재안전연구소 부소장은 "장기적으로는 빈도 기준을 50년으로 끌어올리되, 단기적으론 기존 배수로 관리와 저류시설·펌프장 확충을 병행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많은 비가 지속되고 있는 9일 오후 전날 밤부터 지속된 폭우로 침수 피해를 입은 서울 서초구 서초대로 일대에 아직 수습되지 못한 침수차량이 방치돼있다. 2022.08.09. /사진=뉴시스
많은 비가 지속되고 있는 9일 오후 전날 밤부터 지속된 폭우로 침수 피해를 입은 서울 서초구 서초대로 일대에 아직 수습되지 못한 침수차량이 방치돼있다. 2022.08.09. /사진=뉴시스

앞서 지난 8일부터 9일 오후까지 서초구와 강남구에 기록된 강수량은 각각 396mm, 375.5mm로, 8일 밤 시간당 강수량 100mm를 넘기며 피해가 잇따라 발생했다. 강남구 테헤란로와 서초구 잠원로 등에서는 도로 침수로 고장 차량과 고립된 시민들이 속출했고, 일부 지하철역 운행이 중단되면서 혼란을 빚었다.

강남 일대는 주변보다 지대가 낮고 하천이 많아 지리적 특성상 물이 고이기 쉬운 구조다. 강남역 부근은 주변 지대보다 약 17m 가량 낮은 항아리 지형으로, 지난 2010년과 2011년, 2012년 집중호우 시기에도 막대한 침수 피해를 입었다.
여기에 차량과 인구 이동이 많은 강남의 특성상 피해를 가중시키는 것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theknight@fnnews.com 정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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