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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광화문, 국가 상징 광장 맞나?

[서초포럼] 광화문, 국가 상징 광장 맞나?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른다. 광화문광장은 시장이 바뀔 때마다 모양이 바뀌며 신출귀몰하는 변신로봇이 되었다. 그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광화문광장이 여러 번의 변신을 거쳐 8월 6일 우여곡절 끝에 개장했다.

오세훈 시장이 재임하던 2009년에 왕복 16차로인 세종로를 10차로로 줄이고 가운데에 폭 34m의 광장을 조성한 것이 출발점이었다. 미국대사관에서 세종문화회관으로 가려면 목숨을 걸고 건너야 했던 90m 폭의 도로 한가운데 선형 광장이 만들어졌으니 얼마나 감격스러웠을까. 그러나 양쪽에 차로가 있어 광장 접근이 어렵고, 보행로도 좁으며, 편의시설도 부족했다. 박원순 시장 재임 시절인 2019년에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고 국가상징 광장으로서 면모를 갖추기 위한 재구조화 사업이 추진되어 국제 설계공모가 진행되었다.

설계공모 당선작에는 조선시대 육조거리를 복원하고, 북악산~숭례문~용산~한강으로 이어지는 국가상징축을 살리며, 지상과 지하의 입체적 연결을 통해 한국적 경관을 재구성한다는 철학이 담겨 있다. 그러나 경실련, 도시연대 등 9개 시민단체는 미국대사관 이전 등 주변 지역의 변화를 고려하고 미래의 가치를 좀 더 고민하면서 시민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도록 성급한 추진에 반대하고 공론화를 요구했다.

보행자를 위한 공간이 이전보다 두 배나 넓어져서 좋고, 삭막했던 공간에 5000그루의 나무를 심어 파리 샹젤리제 거리 뺨치는 근사한 광장이 생겼는데 무엇이 문제냐고 할 수 있다. 서울 시민을 위한 광장이면 그래도 괜찮다. 그러나 국가상징 광장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광장의 면적을 넓히려고 세종문화회관 쪽으로 붙여서 광장을 조성하는 방안은 대한민국의 상징광장이기에는 너무 한쪽으로 편중되어 있다. 시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시설이 동쪽에 많이 몰려 있어 보행밀도가 서쪽보다 두 배나 높고 동쪽으로 이어지는 사직로, 종로, 청계천 등 서울의 동서 간선축과의 보행 연결이 부자연스럽다는 문제가 있다.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본다면 도심 차량진입 억제정책을 기반으로 광장이 설계됐어야 마땅하다. 런던은 이미 2003년부터 혼잡통행세를 도입하여 도심 진입차량에 15파운드(2만5000원)를 부과한다. 파리는 2022년부터 도심 자동차 통행을 금지할 예정이고, 뉴욕도 2023년에 혼잡통행세를 징수할 예정이다. 서울시도 저렴해서 실효성이 없는 혼잡통행료 제도를 제대로 정비하면 광화문의 차도 폭은 지금보다 더 줄일 수 있다.

광화문광장을 시장이 자신의 정치철학에 맞게 맘대로 바꾼다면 이미 국가상징 광장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광화문은 서울시 땅이지만 서울시가 맘대로 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광화문광장에서 온 국민이 하나가 되어 펼쳤던 월드컵 응원, 촛불집회에서 보여주었던 정치개혁 열망을 떠올린다. 단순한 시민의 쉼터공간에 만족하지 말고 우리 민족의 미래 기상을 보여주는 공간으로 진화해야 한다.


이번 광화문광장 개장은 여러모로 아쉬운 점이 많지만, 운영만이라도 국가상징 광장에 걸맞게 해야 한다. 국가상징 광장의 주인은 국민이다. 변신로봇이 한번 더 재주를 부릴 기회가 있다면 그때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제대로 된 공론화를 꼭 거쳐서 추진하기 바란다.

류중석 중앙대 도시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