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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윤 대통령 취임 100일, 국정궤도 바꿀 적기다

지지율 추락 원인 직시해야
인적 쇄신으로 새출발하길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사진=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사진=뉴시스
'공정과 상식'을 캐치프레이즈로 한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취임 100일을 맞았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지난 정부의 내로남불식 불공정과 상식에서 벗어난 정책을 제자리로 돌려놓지도 못한 채 또 다른 형태로 난맥상을 드러내고 있다. 취임 초에 비해 반토막 나다시피 한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그 방증이다. 지금이야말로 윤 정부가 '그라운드 제로'에서 새 출발한다는 각오로 신발 끈을 고쳐 맬 때다.

윤 대통령은 이날 취임 100일 회견에서 "앞으로 더 분골쇄신하겠다"며 심기일전 의지를 피력했다. 그러면서 모두발언에서 임기 초반의 성과도 제시했다. 대통령집무실 용산 이전, 출근길 문답을 통한 소통 강화, 한미 동맹의 공고화 등을 일일이 거론하면서다. 반도체 전문인력 15만명 육성, 법인세·유류세 인하, 5년간 270만호 주택건설 계획 등으로 경제 활성화에 시동을 걸었다는 사실도 환기시켰다. 듣기에 따라선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도 국민이 몰라준다는 인식이 배어 있다는 인상을 줄 정도였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당면한 리더십 위기의 본질을 직시해야 한다. 국민이 출범 3개월여밖에 안된 정부에 대단한 성과를 기대할 리는 만무하다. 30% 선 안팎의 대통령 지지율은 뭘 뜻하겠나. 이른바 '서오남'(서울대·50대·남성)이나 검찰 편중 인사 같은 윤 대통령의 국정 스타일에 실망한 민심을 반영한다고 봐야 한다. 특히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 취학연령 5세 하향 등 설익은 정책을 공론화 없이 밀어붙이려 한 데서도 국민은 임기 초 정권에 드리운 오만의 그림자를 감지했을 법하다.

물론 윤 정부가 태생적으로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는 건 사실이다. 정권은 교체됐지만 의회 권력은 여전히 압도적 의석의 야당이 쥐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알박기' 인사를 한, 공기업과 국책연구기관 368개 중 수장이 물러난 곳도 불과 몇 군데에 그칠 정도다. 그렇다 하더라도 교육부·보건복지부·공정거래위원장 등 장관급 자리 4곳을 아직도 비워두고 있는 게 문제다. 인사검증 실패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21개 부처 1급 103개 중 23개 자리가 공석인 것도 야당의 발목잡기와 관련 없는 자책골일 듯싶다.

결국 큰 틀에서 보면 여권의 작금의 위기는 윤 대통령과 여당이 자초했다고 봐야 한다. 윤리위 징계를 받은 이준석 전 대표를 둘러싼 여당 내홍이나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사소할지 모르나 국민이 민감하게 여기는 잡음을 방치한 것도 그런 범주다. 윤 정부가 이런 난맥상을 벗어나려면 잘못 채운 첫 단추를 풀고 다시 채울 수밖에 없다. 대통령실과 내각의 인사쇄신을 새 출발의 디딤돌로 삼으란 뜻이다.

위기는 곧 기회가 될 수 있다.
윤 정부에는 아직 4년8개월의 임기가 남아 있다. 윤 대통령도 이날 "국민의 숨소리 하나 놓치지 않겠다"며 민심을 받들겠다는 각오를 피력했다. 이제부터라도 겸허하되 비상한 각오로 헝클어진 국정을 다잡아 성공하는 정부로 가는 초석을 다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