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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측 증거 뒤늦게 제출, 법정 진술 모순” 아동학대 혐의 40대 항소심도 무죄

뉴스1

입력 2022.09.23 15:46

수정 2022.09.23 15:46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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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지방법원 전경.(뉴스1 DB)
춘천지방법원 전경.(뉴스1 DB)


(춘천=뉴스1) 이종재 기자 = 다른 남성과 연락을 한 애인을 흉기로 협박하고, 애인의 딸에게 아동학대 범행을 저질렀다는 혐의로 기소된 4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1‧2심 재판과정에서 제출된 검찰의 증거물이 범행을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춘천지법 제1형사부(김청미 부장판사)는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40대)의 항소심에서 원심과 같은 무죄판결을 선고했다.

A씨는 2019년 9월24일 새벽 강원 춘천에 있는 B씨의 집에서 B씨에게 흉기를 들이대며 “네 딸을 죽이면 나갈 수 있냐”고 협박했다는 내용으로 기소됐다. A씨는 당시 애인이었던 B씨가 다른 남성과 문자를 주고받은 사실에 격분해 이같은 행동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경찰수사 단계에서부터 범행을 전면 부인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검찰 측은 새벽시간 이들이 다투는 소리에 잠에 깬 B씨의 딸(5)에게 A씨는 “너 어떻게 죽일까. 던질까, 매달까”라고 겁을 주며 슬리퍼를 집어 던졌다고 주장했다. 또 같은해 8월에는 B씨의 딸이 유치원에 가지 않으려 하자 효자손으로 발바닥을 두차례 때리고, 11월에는 밥을 먹지 않는다고 숟가락으로 머리를 한차례 내리쳤다는 아동학대 혐의를 공소사실에 추가했다.

1심 재판과정에서 검찰은 A씨의 아동학대 범행과 관련한 증거를 내세우며 징역 2년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로는 A씨의 범행 입증에는 부족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112신고사건처리표에는 A씨가 흉기를 사용했거나 B씨의 딸을 학대했다는 진술이 적혀있지 않았다”며 “또 신고 후 3분만에 현장에 도착한 경찰관들은 ‘B씨의 딸이 잠들어 있었다’고 기억했으나 B씨는 경찰이 오는데 몇십분이 걸렸다고 말하는 등 112신고사건처리표 내용과 이후 B씨의 법정 진술에 모순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B씨는 주요 증거 일부를 고소한 지 4개월이 지나서야 제출했는데,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과장 혹은 축소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도 지적했다. A씨가 슬리퍼를 던져 옷장에 푸른색 흔적이 남았다고 하면서 제출한 증거사진도 믿기 어렵다고 봤다.

B씨의 딸이 진술을 번복했던 점도 무죄 판결에 영향을 끼쳤다. B씨의 딸은 해바라기센터 조사 당시 흉기에 대한 언급은 전혀 하지 않았고, 검찰 조사에서는 슬리퍼나 숟가락에 맞았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후 어머니인 B씨와의 질의응답 방식으로 촬영한 영상에서는 학대를 당한 적이 있다는 취지로 진술을 번복했다.

다만 1심 재판부는 B씨의 목에 있는 상처와 떨어진 신발장 문 등 제출된 사건 현장 사진 일부에 대해서는 유죄로 판단, A씨에게 단순 폭행 혐의를 적용해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A씨의 특수협박‧아동학대 혐의 전부가 무죄 판결이 나오자 검찰 측은 강하게 반발, 즉각 항소했다.
검찰은 항소심에서 아동의 피해진술에 대한 대검찰청 진술분석의뢰 결과도 추가 증거로 제출했다.

그러나 2심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유지했다.


A씨의 변호인인 박찬성 변호사는 “아동학대나 성폭력범죄 혐의에 관해서는 진술 신빙성이 결론을 판가름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사건의 경우 오히려 A씨의 범행 부인이 객관적 정황과 합리적으로 일치하고 있어 법원이 양 측의 주장을 세세하게 따져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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