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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마] 마사회 26년 연속 ‘경주마 도핑’ 100%적중

강근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9.23 23:32

수정 2022.09.23 23:33

한국마사회 도핑검사소 국제경마화학자협회(AORC) 숙련도시험 합격 인증서. 사진제공=한국마사회
한국마사회 도핑검사소 국제경마화학자협회(AORC) 숙련도시험 합격 인증서. 사진제공=한국마사회

【파이낸셜뉴스 과천=강근주 기자】 한국마사회 도핑검사소가 국제경마화학자협회(AORC)가 주최하는 ‘2022년 경주마 도핑검사 국제숙련도시험’에 100% 적중했다. 이로써 한국 경주마 도핑검사 수준이 세계적인 수준임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국제숙련도시험은 경주마 도핑검사기관의 금지약물 분석능력을 검증하는 무대일 뿐만 아니라 나날이 발전하는 불법도핑 기술을 따라잡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AORC는 불법 도핑기법 진화에 비례해 점점 높은 난도의 테스트를 매년 시행하고 있다. 1976년부터 경주마 도핑검사를 시작한 한국마사회 도핑검사소는 1997년부터 이 시험에 참가해 올해까지 26년 연속 100% 적중률로 합격을 이어왔다.

도핑(Doping)이란 의도적으로 경기력을 높이기 위해 약물을 사용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대체로 도핑하면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등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들 약물 부정행위를 떠올린다. 하지만 큰 판돈이 걸리는 경마에서도 경주마 도핑은 승패와 공정성을 좌우하는 핵심요소 중 하나다.

경주마 도핑 역사는 사람 도핑보다 더 오랜 역사를 가졌다. 고대 그리스 시대엔 능력 향상을 위해 말에게 인육을 먹였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로마시대에는 경주마에게 벌꿀주를 먹이는 도핑수법이 있었으며, 이를 시행한 경우 십자가형에 처한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20세기 초 유럽에선 경주마에게 아편 등 마약을 투여하는 도핑이 유행했다. 무서운 속도로 결승선을 통과한 말이 속도를 줄이지 않고 벽에 머리를 박고 즉사하는 등 마약 효과는 치명적이었다. 이를 막고자 1911년 오스트리아에서 처음 경주마 도핑검사를 시작했다. 이는 올림픽 도핑검사보다 57년이나 앞선다. 1947년 보다 체계적인 도핑검사를 위해 시카고에서 AORC가 출범하고 매년 100명 이상 회원이 모여 새로운 정보와 기술을 교류하고 있다.

경주마 도핑검사가 시작된지 100년이 지난 지금도 경주마 도핑은 계속 진화하며 공정성을 위협하고 있다. 2020년 최초로 열린 ‘제1회 사우디컵 경마대회’는 약 220억원의 세계 최대 우승상금으로 시작 전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사우디컵 첫 번째 우승 트로피는 미국 원정 경주마 ‘맥시멈 시큐리티’가 가져가는 듯했다. 하지만 경주 후 도핑검사에서 신종 도핑 약물이 검출돼 우승은 취소됐고 세계 경마계는 약물에 의한 공정성 훼손에 빨간불이 켜졌다.

한국마사회 도핑검사소. 사진제공=한국마사회
한국마사회 도핑검사소. 사진제공=한국마사회

이듬해인 2021년, 미국 최고 대회 중 하나인 ‘켄터키 더비’를 우승하고 ‘브리더스컵 클래식’에서 한국마사회 경주마 ‘닉스고’를 추격했던 ‘메디나 스피릿’이 또다시 도핑 논란을 일으켰다. 켄터키더비 출전 후 금지 약물인 베타메타손이 검출돼 우승이 취소됐다. 특히 메디나 스피릿은 브리더스컵 클래식 출전 이후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돌연 심장발작으로 죽음을 맞이했다. 사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기존 검출된 금지약물 베타메타손 부작용 때문이란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스테로이드 제제 진통제인 베타메타손이 환부에 투여된 말은 고통 없이 더 빠르게 달릴 수 있으나 부상을 악화시키고 몸을 망가트리는 결과를 불러오기 때문이다. 이렇듯 경주마 금지약물 투여는 승리의 영광은 물론 경마 공정성, 말의 복지까지 모두 망가트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외국과는 달리 국내에선 경주마 금지약물이 검출된 사례가 거의 없다. 이는 매 경주 전후로 시료를 채취해 800여종 성분을 즉각 구분해내는 한국마사회 도핑검사소 기술력과 노력의 성과다.


한국마사회 도핑검사소 관계자는 23일 “검사망을 피해 새로운 약물과 투약을 악용하는 범죄를 막고 경마 공정성 정립이 경마화학자가 하는 일이다”며 “국제숙련도 시험은 세계 경마화학자들이 새로운 약물검출 정보와 기술을 공유하기 때문에 기술력 경쟁 이상에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kkjoo0912@fnnews.com 강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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