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부산엑스포 유치 자신감...전시산업 현실은?[창사기획-K엑스포 현주소上]

뉴시스

입력 2022.09.24 06:00

수정 2022.09.24 06:00

기사내용 요약
육아 및 출산·커피·펫 전시…전국 곳곳서 열려
전문가들 "경쟁 통한 발전" "대책 필요" 조언
"중소기업 인프라" "글로벌경쟁력 필요" 평가
일각에선 비용절감 추구 환경·미관 문제 지적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2022 부산국제광고제'(MAD STARS)가 열린 지난 8월25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컨벤션홀을 찾은 관람객들이 전 세계 광고 출품작을 둘러보고 있다. 2022.08.25. yulnetphoto@newsis.com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2022 부산국제광고제'(MAD STARS)가 열린 지난 8월25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컨벤션홀을 찾은 관람객들이 전 세계 광고 출품작을 둘러보고 있다. 2022.08.25. yulnet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창환 기자 = 올해 대전세계엑스포 30주년을 기념하고 2030 부산세계엑스포 유치를 위한 정부·민간 등의 지지 열기가 높아지는 가운데, 국내 전시·박람산업의 위상과 경쟁력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 보다 뜨겁다.

이에 비슷한 아이템을 경쟁적으로 반복하는 국내의 전시회 실태에 대해 긍정·부정이 교차하는 평가와 전국 광역단체 단위로 설치된 전시장의 역할, 글로벌 경쟁력 확보의 필요성과 과제 등 관련 업계의 전반적인 현황을 짚어 본다. <편집자 주>

◆'육아·출산, 커피, 펫' 등 비슷비슷한 전시들

24일 전시업계에 따르면 코엑스(서울)·킨텍스(일산)·벡스코(부산)·엑스코(대구) 등 국내 전시장에서는 육아·출산, 펫, 커피 등을 소재로 한 전시회들이 개최돼 왔다.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지난 2019년 무렵에는 주로 '베이비페어', '맘앤베이비엑스포', '베이비엑스포' 등 육아·출산·육아를 소재로 한 전시·박람회가 전국적으로 여러 차례 열렸다.


'커피쇼', '커피엑스포' '카페쇼', '카페&베이커리페어' 외에도 '펫산업박람회', '펫쇼', '반려동물박람회' 등 최근 각광받고 있는 부문에서도 비슷한 전시회를 찾아볼 수 있었다. 아울러 같은 주최 측이 여러 전시장에서 행사를 중복 개최하는 경우도 나타났다.

국가통계포털(KOSIS) '전시품목별 전시회 개최 건수'에 따르면 2019년 전체 전시회는 총 650건(인증·미인증 포함)이다. 이 가운데 '레저·관광·스포츠' 품목이 85건으로 가장 높았고 '농수축산·식음료' 79건, '임신·출산·육아' 59건 등이 그 뒤를 이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시장이 경쟁하다 보니 유사 전시가 많이 생겼다"며 "(전시회)참가 업체들이 참관객이 적으니까 기대했다가 실망한 경우가 꽤 있다. 관람객들도 시간 내서 왔는데 볼 게 너무 없다는 반응을 보인다. 유사 전시로 악순환이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중소기업들은 (주최 측이)유사 전시에 '계속 참가하라'고 하니까, 안 하면 또 불이익을 받을까 봐 시달리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경쟁을 통한 발전이 가능하다" "고질적인 문제로 대책이 필요하다" 등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윤승현 한남대 호텔항공경영학과 교수는 "지자체마다 센터(전시장)가 있다는 건 그 지역에 산업이 있고 전시회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라며 "비슷한 전시회를 못 하게 틀어막고 (일부 주최 측이)자기 전시회를 하겠다는 건 어떻게 보면 굉장한 기득권이자 횡포"라고 주장했다.

그는 "참관객 입장에서도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오히려 경쟁을 통해 훌륭한 전시회로 거듭나면 기업과 일반 관람자들에게 환영받는다"며 "수요가 있으면 (전시회를)개최하되 서로가 경쟁적으로 발전하는 구조가 좋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또 다른 학계 전문가는 "비슷한 전시회가 반복돼 바이어, 셀러, 참관객들에게 다 피해일 수 있다. 이 얘기가 나온 지는 굉장히 오래됐다"면서도 "고질적 문제이고 전시산업 쪽에서 이와 관련된, 지적재산권을 보호할 수 있는 법안이 발의되면 좋을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지역에서도 행사를 열어 혜택을 보는 건 굉장히 좋은 일이나, 너무 고민 없이 그대로 (아이템을)베끼고 업체 등을 접촉해 빼앗아 가는, 공정 경쟁에 위배되는 데 대해 이런 얘기들이 나오는 것"이라고 전했다.

◆전국 16곳 전시장…가동률·국내 위주 한계 우려도

현재 서울·경기 등을 포함한 전국 16개 지자체에는 모두 전시장·센터가 설치되면서, 일각에서는 지역 전시장 가동률이 낮아 지속 가능성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전시장이 너무 많아 희소성과 실제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하며, "나중에 조그마한 곳들은 결혼식장으로 전락하게 됐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시장을 산업 인프라로 보고 가동률에 연연하면 안 된다는 게 전문가 시각도 있다.

윤 교수는 이와 관련 "유럽이나 다른 나라를 보더라도 코엑스처럼 가동률이 70%대가 되는 곳은 없다"며 "가동률이 30%라 해도 나쁜 게 아니다. (해당 지역 내)경제 활성화를 위한 하나의 툴이기 때문"이라며 "우리나라 지하철, 철도, 전기 등에 수익률을 우선하지 않는다. 지자체에서 설치한 이유는 전시장도 그런 인프라기 때문이다. 가동률을 너무 우선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또 "1년에 전시회를 10개 하더라도 제대로 된 글로벌한 전시회, 경쟁력 있는 전시회, 업계를 리딩하는 전시회, 기업들이 배워갈 수 있는 그런 양질의 전시회를 육성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게 맞다"고 더했다.

국내 위주 소재에서 벗어나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한 학계 관계자는 "국내 전시에서 지금 매너리즘에 빠지고 있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다. 글로벌 전시회를 해야 하는데 너무 국내 위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라며 "다만 여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우리나라는 전시장의 크기가 작기 때문에 경쟁력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전시업계에서도 우리가 더 잘하는, 더 특화된 걸로 만들어내려고 노력은 하고 있다"면서도 "그런데 너무 로컬 위주로 돌아가다 보니까 글로벌 전시회에 도전하고, 뭘 더 하고 싶어 하는 의지가 약한 부분들이 좀 아쉽다"고 했다.

한국산업전시산업진흥회(진흥회)가 지난해 실시한 '2020 전시산업통계조사'에 따르면 전시 주최사업자들은 국내 전시산업 시장 규모의 축소를 가장 큰 사업 활동 애로사항으로 꼽고 있다.

◆비용 절감 급급 환경·미관 문제 지적도

전시장 내 일회용 바닥재 사용으로 매년 수천 t에 달하는 쓰레기가 배출되며, 미관을 해치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주장도 있다.


한국건축물마감재관리협회 측은 "2010년 코엑스가 비용을 줄이고자 통로에 양탄자를 설치하지 않고, 개별 부스엔 일회용 중고 부직포를 사용해 전시회마다 수천만원을 절감한 뒤 (이런 상황이)전국전시장과 주최자로 확대됐다"며 "2018년 전국 전시장 면적의 일회용 바닥재를 평균 3회 재사용한다고 가정할 경우로 환산하면 3225t 배출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 ▲전시장 일회용 바닥재 재설치 과정에서 생긴 테이프 자국 ▲통로 바닥재 미설치로 인한 훼손 및 보수 작업 비용 등을 문제로 들고, "(전시장 바닥에 자국을 남기지 않기 위해)테이프를 안쪽으로 붙이면 2배로 가격이 오른다"며 "전시장 측이 비용 절감에 매달리다보니 (참여하는)중소기업이 상대적으로 피해를 본다"고 했다.


또 "각종 비용을 줄이다 보니까 비환경적으로 갈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라며 "소비자들은 카페에서도 빨대 하나까지도 종이로 바꾸는 등 적극적으로 참여하는데, 국가에서 지원·주도하는 전시가 많은데도 너무나 (환경에)둔감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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