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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 시대 쌀값만 '폭락'…여야 대립 중인 양곡관리법 개정안 향배는

21일 오전 ‘쌀값보장 대책 촉구를 위한 논산 농민 논갈아엎기’ 집회가 열린 충남 논산시 상월면 논에서 논산시 쌀값안정대책위원회 농민들이 정부의 쌀값 보장을 요구하며 트랙터로 벼를 갈아엎고 있다. 2022.9.21/뉴스1 ⓒ News1 김기남 기자
21일 오전 ‘쌀값보장 대책 촉구를 위한 논산 농민 논갈아엎기’ 집회가 열린 충남 논산시 상월면 논에서 논산시 쌀값안정대책위원회 농민들이 정부의 쌀값 보장을 요구하며 트랙터로 벼를 갈아엎고 있다. 2022.9.21/뉴스1 ⓒ News1 김기남 기자


(세종=뉴스1) 나혜윤 기자 = 올해 들어 고물가 상황이 지속되고 있지만, 쌀값 만큼은 45년사이 최대폭으로 하락하면서 끝없이 추락하는 모양새다. 이상 기후로 촉발된 글로벌 작황 악화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국제 곡물 가격이 상승하고 있지만, 국내 쌀값은 여전히 하락세를 달리고 있다.

쌀값이 연일 폭락하자 농민들은 수확 앞둔 논을 갈아엎고 길거리로 나섰다. 농민들은 국회에 상정되어 있는 이른바 '쌀값 정상화법'인 양곡관리법 처리를 촉구하며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정부는 양곡관리법이 '과잉 입법'이라며 반대하고 있어 농민들의 반발은 거세질 전망이다.

24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산지쌀값은 20kg에 4만725원으로 전년 동기(5만4228원) 대비 24.9% 하락했다. 이같은 하락률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77년 이후 45년간 가장 큰 폭의 하락이다.

쌀값의 폭락은 소비량이 감소한 반면에 생산량이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인당 국민 쌀 소비량은 56.9kg으로 2012년 69.8kg 대비 18.5% 감소했다. 이에 비해 지난해 쌀 생산량은 388만톤으로 전년 351만톤 대비 10.6%나 증가했다. 과잉 생산된 쌀은 창고에 재고로 쌓이는 중이다. 지난 8월을 기준으로 전국 농협의 쌀 재고량은 31만3000톤으로 전년 동기(15만4000톤) 대비 2배가 늘었다.

쌀값 폭락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일부 농가에서는 '논갈이 투쟁'에 나섰다. 수확을 포기하고 논을 갈아엎고 있는 셈이다.

정부 역시 쌀값 대책을 위해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올해 세 차례에 걸쳐 총 37만톤을 시장에서 분리한 바 있고, 지난달에는 올해 공공비축미 매입물량을 45만톤까지 확대한다고 밝히는 등 쌀값 안정을 위한 추가 대책 모색에 골몰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이달 중 추가 격리 방안 등이 포함된 쌀값 대책을 추가적으로 발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농가에서는 양곡관리법 개정을 통해 쌀의 시장격리를 의무화해 줄 것을 요구 중이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여당의 반대 속 지난 15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법안심사 소위원회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단독 처리했다.

현행법은 쌀 초과 생산량이 3% 이상이거나 쌀값이 전년 대비 5% 이상 하락할 경우 정부가 일부를 재량껏 격리(매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개정안은 정부의 격리를 '의무화'하는 것에 방점을 두고 있다.

농식품부는 '의무화'가 담긴 양곡관리법 개정안 처리에 부정적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최근 "정부 매입이 의무화되면 '쌀을 심으라'는 시그널을 시장에 주게 되고 이는 (쌀 농사를 줄여야 하는 시점에서) 악순환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쌀 관련 예산만 2조3000억원이 편성되어 있는데, 시장 격리 예산이 늘어나면 농업의 미래 성장에 투입될 예산을 늘리는 데 제약이 생긴다"고도 덧붙였다.

여당인 국민의힘 역시 쌀값 대책 마련에는 공감하는 상황이지만 시장격리 의무화 시에는 과잉생산을 구조화할 수 있다면서 부정적이다. 특히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법안을 일방적으로 처리할 경우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는 입장인 만큼 난색을 표하고 있어 팽팽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로서 양곡관리법을 둘러싼 여야의 힘겨루기는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농민들의 쌀값 정상화 요구가 거센 만큼 양곡관리법 문제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농업 분야의 최대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정부의 쌀값 대책 발표 후 내주 개최될 농해수위 전체회의에서 이 문제를 두고 추가적인 논의를 이어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