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귀거래사]건설업 경험 살려 최적 환경 조성…군수도 사는 '참송이버섯'

뉴스1

입력 2022.09.24 07:02

수정 2022.09.24 07:02

가평참송이농장 유종태(69·왼쪽), 김순덕(65) 부부가 수확한 참송이 버섯을 들고 있다. /뉴스1 ⓒ News1 양희문 기자
가평참송이농장 유종태(69·왼쪽), 김순덕(65) 부부가 수확한 참송이 버섯을 들고 있다. /뉴스1 ⓒ News1 양희문 기자


23일 가평참송이농장 하수스 내부에 있는 배지(미생물 배양에 사용하는 영양물)에서 버섯이 자라나고 있다. /뉴스1 ⓒ News1 양희문 기자
23일 가평참송이농장 하수스 내부에 있는 배지(미생물 배양에 사용하는 영양물)에서 버섯이 자라나고 있다. /뉴스1 ⓒ News1 양희문 기자


유종태 가평참송이농장 대표는 좋은 품질의 배지를 직접 생산하기 위해 배지 생산기계를 도입했다. / 뉴스1 ⓒ News1 양희문 기자
유종태 가평참송이농장 대표는 좋은 품질의 배지를 직접 생산하기 위해 배지 생산기계를 도입했다.
/ 뉴스1 ⓒ News1 양희문 기자


23일 유종태씨 부부가 마당 테이블에 앉아 개를 만지며 웃고 있다. / 뉴스1 ⓒ News1 양희문 기자
23일 유종태씨 부부가 마당 테이블에 앉아 개를 만지며 웃고 있다. / 뉴스1 ⓒ News1 양희문 기자


[편집자주]매년 40만~50만명이 귀농 귀촌하고 있다. 답답하고 삭막한 도시를 벗어나 자연을 통해 위로받고 지금과는 다른 제2의 삶을 영위하고 싶어서다. 한때 은퇴나 명퇴를 앞둔 사람들의 전유물로 여겼던 적도 있지만 지금은 30대와 그 이하 연령층이 매년 귀촌 인구의 4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 농촌, 어촌, 산촌에서의 삶을 새로운 기회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뉴스1이 앞서 자연으로 들어가 정착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날 것 그대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예비 귀촌인은 물론 지금도 기회가 되면 훌쩍 떠나고 싶은 많은 이들을 위해.

(가평=뉴스1) 양희문 기자 = 더운 여름이 지나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이다. 누렇게 익은 벼는 고개를 숙이고, 참새들은 나락을 쪼아 먹기 바쁘다. 추수의 계절이다. 농부들은 저마다 자신이 키운 농작물을 거둬들이며 수확의 기쁨을 맛보고 있다.

23일 찾은 경기 가평군 북면 소법리 가평참송이농장. 유종태(69), 김순덕(65) 부부도 버섯을 수확하는 데 한창이었다. 하우스 안에는 손뼘 크기만큼 자란 참송이로 가득했다. 부부는 상품성이 좋을 때 따야 한다며 바삐 움직였다. 실내 온도는 15도로 선선했지만 유씨의 얼굴에는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서울에 살던 유씨 부부는 2016년 10월 소법리 화학천변에 터를 마련했다. 답답한 도시 생활을 벗어나 자연 속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에서다. 40여 년간 건설업에 몸담은 유씨는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자연과 어울리기로 했다.

귀농귀촌을 했지만 종목 선정은 쉽지 않았다. 준비 과정부터 생산 그리고 판로까지 고민해야 할 것이 산더미였다. 오랜 시간 공부한 끝에 찾아낸 것이 참송이였다. 초기 설비 투자비용은 많이 들지만 버섯을 생산하기만 하면 안정적 수익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유씨는 건설업 경험을 살려 버섯을 재배했다. 그는 하우스에 크린룸을 적용했다. 크린룸은 반도체 제조공장과 다양한 식품 제조회사 등 오염되면 안 되는 곳에 설치하는 방으로, 유씨는 이를 하우스에 접목해 버섯 생육에 최적화된 환경을 만들었다. 또 배기열교환기를 설치해 이산화탄소 농도를 실시간으로 조절하고, 지하수의 냉온열을 이용해 온도 조절을 가능케 했다.

유씨는 “버섯은 환경이 중요하다. 시설이 잘 갖춰져야 좋은 버섯이 나온다”며 “병원, 반도체 공장 등을 건설하며 채득한 경험을 바탕으로 시설을 만들었다. 대한민국에서 이런 시설을 갖춘 곳은 저희 농장밖에 없을 것”이라고 자랑했다.

현재 유씨 부부의 참송이는 인기다. 특상품의 경우 1㎏에 10만원이란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지만 없어서 못 팔 정도다. 군수도 사간다고 한다. 명절에는 기업에서 대량 주문이 들어와 물량이 딸릴 때도 많다. 유씨 부부는 한 달 평균 2000만원, 명절이 끼어있는 달에는 3000만~4000만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역경도 있었다. 2020년 3월 첫 재배를 시작했지만 배지(미생물 배양에 사용하는 영양물)에서 버섯이 자라나지 않았다. 다른 업체의 배지로 바꿔도 상황은 그대로였다. 문제는 배지의 품질이었다. 양질의 버섯 생산을 위해선 배지가 중요하지만 좋은 배지를 공급받긴 어려웠다. 그는 문제를 깨닫고 전국 곳곳의 공장을 돌아다니며 발품을 판 끝에 높은 품질의 배지를 찾을 수 있었다.

유씨는 최근 배지 생산기계를 도입했다. 안정적으로 좋은 품질의 배지를 직접 생산해 높은 품질의 버섯을 소비자에게 제공하기 위해서다. 그는 배지 생산기계 도입뿐 아니라 소독실, 배양실도 조성했다. 다음 달부터는 직접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유씨는 “환경이 좋아도 배지의 품질이 떨어지면 버섯이 안 나온다. 즉 한 해 농사가 배지공장의 손에 달려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며 “이것이 우리나라 버섯 재배 현장의 현실이다. 배지를 직접 생산하게 된 이유”라고 했다.

가평참송이농장 앞으로는 화악천이 흐른다. 화학천과 농장 사이에는 송사리, 피라미, 붕어, 메기 등 물고기 천국인 작은 개울도 있다. 화학천 건너편 산은 범바위산이다.
오염되지 않은 청정한 환경은 가평이 이들 부부에게 준 또 하나의 선물이다.

유씨 부부는 “농사는 자연과의 어울림이다.
자연의 순리에 맞물려 살아내며 여유를 가진 마음으로 앞서가지 말고 뒤따르는 마음으로 농사를 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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