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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재구성]'헤어지자' 한마디에 몰카 협박범 '돌변'

뉴스1

입력 2022.09.24 08:01

수정 2022.09.24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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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가족들에게 성관계 동영상 보내겠다. 돈 보내라"

2017년 2월8일 이별통보를 받은 A씨는 전 남자친구에서 협박범으로 돌변했다. 이후 A씨는 전 여자친구 B씨의 동의없이 찍은 성관계 동영상을 빌미로 돈을 요구하고, 연인관계를 이어나가자고 강요했다.

A씨와 B씨의 악연은 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016년 8월 A씨와 B씨는 서울 강남구 유흥주점에서 만나 교제하게 됐다.

만난 지 고작 한 달 뒤 A씨와 B씨는 크게 다투게됐다.
A씨가 B씨에게 변태적인 성적 취향을 강요했기 때문이다. B씨는 A씨에게 이별을 통보했지만, A씨의 사과로 둘은 다시 교제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시기 A씨는 B씨와의 성관계 동영상을 몰래 찍어 보관하고 있었다. A씨는 "작품 사진이 있다. 작품 사진을 보내주겠다"며 B씨에게 수차례 말을 하기도 했지만, B씨는 '작품 사진'이 불법촬영물인지 알지 못했다.

둘은 같은 문제로 계속 다투게됐고, 교제 6개월만인 2017년 2월 B씨는 A씨에게 이별을 통보했다.

A씨의 집착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A씨는 헤어진 여자친구 B씨에게 연락해 만나줄 것을 요구했다. A씨는 '모가지를 따서 죽여버리겠다" "다른 사람 같으면 (벌써) 살인을 저질렀다" "성매매혐의로 형사고소 들어간다" 는 등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남겼다. A씨는 B씨가 전화를 받을 때까지 수십차례 전화를 걸었다.

B씨는 "용서해주세요. 너무 무섭습니다. 제가 지금 당장 어떻게 해야할까요. 정말 죄송합니다"며 울면서 용서를 빌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되려 A씨는 돈을 보내거나, 만남에 응하지 않으면 B씨의 부모님에게 성관계 동영상을 보내겠다고 위협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B씨에게 6000만원을 갈취했다.

A씨의 괴롭힘은 날이 갈수록 점점 심해졌다. A씨는 불법촬영물을 빌미로 B씨를 수시로 불러내 강제로 성관계를 가졌다.

B씨는 '수업이 있다' '몸이 안좋다' 등의 이유로 만남을 거부했지만, 그럴때마다 A씨는 B씨의 부모에게 해코지를 하겠다며 만남을 강요했다.

또 두려움에 떠는 B씨에게 "너 하나 죽이는 것은 간단하다"고 겁을 주며, 검찰 특수부 출신 변호사를 고용해 3억원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협박을 하기도 했다.

같은해 8월16일과 27일 A씨는 B씨를 주차장으로 불러내 'B씨가 A씨와 결혼할 것처럼 기망해 매월 700만원을 받았다. 문제가 발생하면 B씨가 민·형사상 책임을 지겠다'는 내용의 각서에 싸인을 하도록 강요했다.

이후 B씨는 A씨의 연락을 모두 차단하고, A씨를 강간,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 협박, 공갈 등 혐의로 고소했다. 그러나 이 시기에도 A씨는 B씨가 연락을 받아주지 않는다는 것에 격분해 B씨의 본가에 B씨가 작성한 각서, 사실확인서, 유흥업소 근무 사실 등을 모두 보내며 마지막까지 피해자를 협박했다.

A씨는 재판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모두 부인했으며, 범죄를 저지른 이유에 대해 "B씨의 행실을 계도하기 위해서"라고 주장했다.

심지어 A씨는 강간혐의에 대해 "B씨와 성관계를 가지지 않았다" "설령 성관계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별하는 과정에서 B씨가 (자신의) 미련을 풀어주기 위해 자발적으로 한 것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가 B씨에게 지속적으로 욕설이 섞인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이후 B씨가 돈을 보낸 점을 비춰보면 연인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봤다.

법원은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극도의 성적 수치심을 일으킬 수 있는 변태적인 성관계를 동의 없이 촬영하고, 불법촬영물을 피해자 협박에 이용했다"며 "피고인은 스스로도 성매매를 했던 자로서 성매매에 관하여 부정적인 도덕관념을 지니고 있지 않을 뿐더러, 피해자를 계도하거나 보호해야할 책임도 없다"고 지적했다.


1심 판결에서 A씨는 징역 9년6개월을 선고받았고, 판결에 불복한 A씨와 검찰은 모두 항소했다. 다만 항소심에 이르러 A씨는 일부 범행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아 징역 6년6개월로 감형됐다.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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